기자명 김기진 부편집장 (skkujin@skkuw.com)

흔히 인간은 태어나면서 접하는 새로운 세상에 가장 큰 충격을 받는다고 한다. 10개월 동안 듣던 엄마의 심장 소리가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 신문사 생활에서 출생에 비견할 충격을 받았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그만큼 신문사에서 얻은 다양한 경험들은 스무 살 새내기를 더욱 성장하게 했다. 이번 칼럼에서는 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돌이켜보면 고등학교 때까지의 필자는 정말 ‘무식했다’. 부산 토박이였던 필자의 집에는 ‘부산일보’가 매일 배달됐지만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시사 상식은 아버지가 틀어놓은 뉴스 채널을 저녁상 너머로 접하는 게 고작이었다. 사회 시간에 배우는 ‘교과서 속의 사회’는 그야말로 교과서 안에만 존재하는 암기의 대상일 뿐이었다. 사회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이면의 사회’를 경험하게 된 건 대학교에 들어와서부터였다. 호기심이 많았던 스무 살의 필자는 우연한 기회에 학생 운동을 접했고, 운동권 선배를 통해 알게 된 사회는 교과서 속 모습과 달랐다. 눈부신 성과의 그늘 속에는 가난과 고통으로 얼룩진 어두운 사회상이 존재했다.
새로운 시각을 통해 사회의 숨겨진 이면을 발견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안목을 기르는 데는 신문사가 미친 영향이 컸다. 사실 별다른 계기 없이 우연히 들어오게 된 신문사였지만, 본사의 사회부 기자로 활동하면서 경험한 많은 것들이 필자의 사회관을 바꿔놨다.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많은 파편화된 사건들은 실제로는 거대한 가치 체계 속에서 작동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미성년 성범죄자 처벌에 관한 찬반양론은 단순히 해당 문제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치안’과 ‘인권’이라는 거대 가치를 두고 벌어진 논쟁이었다.
또한 어떤 사안에 접근할 때는 사실 위주로 다각적으로 사고하는 게 중요하다. 취재를 하다 보면 취재가 기획 의도와 벗어나 진행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부여된 의미에 비해 실상은 허울뿐이거나 뜻하지 않은 가치가 취재과정에서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덧붙여 대학 언론 현장에서 지낸 경험은 대학생 역시 사회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도 했다. 학보사가 전한 대학생들의 목소리는 정치권이나 사회 전반에서 예상보다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이런 경험이 조금씩 쌓여 필자의 생각 폭은 넓어졌다.
이외에도 신문사 생활을 하면서 각종 학교의 일들을 비교적 신속하고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정보에 대한 더듬이를 항상 곤두세운 기자들이 모여있는 학보사는 우리 학교를 알기에 정말 좋은 곳이었다. 또한 필자는 자과캠 학생으로서는 드물게 많은 인사캠 친구들을 가지게 됐다. 본사 기자들은 똑똑하고, 추구하는 가치를 지킬 줄 아는 멋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이곳에서 일하면서 얻은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필자는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1년 반의 신문사 생활을 마친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훗날에도 이 말은 당당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본사 그리고 본사 기자들과 함께해서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다고.

▲ 김기진 부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