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아(정외12)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지난 4월 29일부터,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라는 내용으로 학우들로부터 연서명을 받고 있다. 국회나 정부기관에 청원하기 위한 연서명이 아닌, 차별금지법에 대해 찬성하는 학우들의 의견을 받기 위한 연서명이었다. 연서명을 받기 시작한 날부터 지난 1일까지, 총 71명의 학우가 서명에 동참했다.
71명의 학우가 짧게나마 써준 글을 읽기도 하고 여러 사람과 차별금지법에 대한 의견을 나눠보면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 중 대다수가 ‘평등’을 이야기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두고 가장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성적지향’을 예로 들자면, 사람들은 동성애자가 이성애자와 다를 바 없기에 동성애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분명 이러한 의견이 잘못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모두 평등하다’고 외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지도 모른다.
동성애가 이성애와 다를 바가 없다고 말할 때, 사랑의 기준은 ‘이성애’가 돼 버리며, 더 나아가 동성애는 이성애와는 비슷하지만 다른 것이 돼 버려서다. 동성애는 결코 차별받지 말아야 할, 하나의, 사랑으로 이해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장애인이나 여성, 이주노동자 등을 바라보는 주된 시선과도 맞닿아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가 ‘다르지 않다’는 식의 이야기에서 벗어나서, ‘이것도 옳다’는 이야기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 자체가 지니고 있는 ‘정당성’을 외쳐야 한다.
더불어 각자가 가지고 있는 신념과 행동이 서로 만나야 한다. 민주당에서 차별금지법을 상정했을 때, 보수 세력들은 ‘병력’이나 ‘고용형태’, ‘출신국가’ 등에 대해 문제 삼기보다는 ‘성적지향’과 ‘정치적 의사 및 사상’ 등에 좀 더 초점을 뒀다. 병력이나 고용형태, 출신국가 등에 대한 별다른 언급이 없었기에 해당 부문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이들은 가만히 있어도 괜찮은 걸까?
얼마 전 동성애자인권연대에서 주최하는 ‘살롱 등 에이즈’ 프로그램에 참가한 적이 있다. HIV 감염인이 겪는 차별은 단순히 ‘병력’에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성적지향’과 ‘노동’을 비롯한, 삶의 포괄적인 영역에서 작용하는 차별이었다. 한 사람에 대한 차별은 한 부문에서만 발생하지 않으며 여러 부문이 복합적으로 얽혀 나타난다. 차별이 만들어지는 맥락과 그 시발점이 결코 간과돼선 안 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함께 차별이 없는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다르지 않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성’ 또는 ‘옳음’을 외쳐야 할 것이다. 그리고 노동에 관해 이야기하는 공간과, 여성에 관해 이야기하는 공간, 이주노동자에 관해 이야기하는 공간, 성 소수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공간 등이 서로 만나야 한다.
올해 9월, 법무부에서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고 한다. 비록 올바른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기 위한 시도가 두 차례나 무산됐지만, 우리는 여전히 ‘올바른’ 차별금지법에 대한 고민을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 박지아(정외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