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신애 기자 (zooly24@skkuw.com)

자신의 길에 들어선 것을 아는 자는 두려움이 없다. 무엇을 이루었거나 이루지 못했거나, 몇 걸음 나아갔거나 굳이 셀 필요가 없는 일이다. 갈 만큼 가는 것뿐.? -전경린, 붉은 리본

1. 필자의 원전공은 무용학과다. 신문사 생활에서 느낀 저널리즘의 매력을 좀 더 뚜렷하게 파고들고자 신문방송학과 복수 전공을 택했다. 언어로 무언가를 표현하고, 전달한다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다. 그 언어가 ‘몸’이건 ‘활자’건 간에 말이다. 상충하는 두 개의 전공을 욕심내서 쥐느라 제풀에 지쳐 둘 모두에게 소홀하진 않았나 반성한다.

2. 늘 시작이 힘겹다. ‘자유’라는 넓고도 두려운 테두리 안에서 하나의 소재에 마음을 주기란 쉽지가 않았다. 필자는 한때 ‘등’에 대한 기획을 생각하던 적이 있었다. 그러니까 두 사람의 등과 등, 그 사이의 간격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다. 바람에 쉼 없이 흔들릴 때마다 기대던 깊고 넓은 등과, 아무런 무게 없이 차갑게 돌아서 버리던 슬픈 등. 사람의 등이란 게 얼마나 이중적인지, 그날 하루에만 몇 명의 등이 눈에 밟혔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기억 속에 남은 그의 등 마디 마디를 짧게 더듬고는, 써내려갔다.

3. 열다섯 달 동안 필자가 신문사 생활을 통해 얻은 게 있다면 아마도 각양각색의 얼굴이 아닐까 싶다. 꽤 수북이 쌓인 이름들을 보면서, 짧지만 강렬한 만남에 감사한다. 사람 냄새가 좋아 사람을 쫓아갔고, 그 사람의 눈을 맞대고 그 눈에 담긴 삶을 들여다봤다. 지나친 삶에 대한 애착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고, 가끔은 초점이 흐릿한 시인의 고독한 눈동자가 반가울 때도 있었다. 다양한 형태로 굴곡진 이야기를 통해 삶을 동경하기도 하고, 선망하기도, 절망하기도 했다. 사진기자로 제법 많은 인터뷰에 동행할 수 있어 싱싱하다가도, 동행해야만 해서 풀이 죽은 채소처럼 툴툴댔다. 그들의 이야기는 지금의 필자에게, 그리고 앞으로의 필자에게 큰 재산이 됐다.

▲ 김신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