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나다영 기자 (gaga0822@naver.com)

 
“당신은 지금 나의 자연입니다.”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너무 낭만적이어서 온 세상의 호랑이가 흐물흐물한 버터로 다 녹아버릴 것만 같았다. 교수님의 한 마디로 취재현장은 고백의 한 장면으로 변해버렸다. 그런데 이 멋진 말이 시집이 아닌 과학 연구실 앞에서 나오다니! 그것도 바이러스 취재 도중에 말이다!
예상했겠지만 처음 바이러스와 좀비 기획은 영화 ‘월드워Z’를 보고 구상한 것이다. 미적지근한 결말에 대한 개인적인 의구심이 들어서였다. 그리고 바이러스를 만났다. 무지한 인문학도는 학술 기사를 쓰기 위해 세포와 미생물의 개념부터 다시 공부해야만 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필자는 뜬금없이 자연과 마주쳤다. 그리고 당신이 자연이라는 것을 배웠다. 내가 아닌 모든 것은 자연이었다. 산과 토끼, 민들레를 포함해 나오지 않는 학점과 신문사,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까지 말이다. 그것은 내 의지로는 어쩔 수 없는 무작위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결국 필자도 자연의 일부였다. 밤하늘에서 반짝이던 빛을 소진한 별은 입자로 흩어져 땅으로 왔고, 흙이 됐다. 그리고 흙은 감자가 됐고, 감자는 우리 조상님의 일부로 변했다. ‘우리는 모두 별이었다’는 한 줄의 시구는 문학이 아니라 과학이었던 것이다. 순간 열역학 제 2법칙과 생물체의 정의는 시가 됐고, 음악이 됐고, 감동이 됐다. 필자는 과학 속에 문학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국정원과 평택으로 신문사가 시끄러운 마당에 웬 바이러스 타령이냐고? 현장 속에서 발로 뛰는 타 기자들에게는 어이가 없겠지만, 바이러스 안에 그 답이 있다. 바이러스와 자연을 이해하는 과정에 모든 사안의 해결책이 있다. 그래서 필자는 감옥 같은 이 곳에서 계속 글을 쓴다. 학문 속에 우리가 현실에서 고민하는 것의 실마리가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취재과정에서 무지한 기자에게 삶의 철학을 주신 교수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