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최종수(사복12)
얼마 전 남성연대의 성재기 대표가 한강에서 투신,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다. 이를 계기로 전국적으로 분향소가 설치되거나 여성부 폐지 집회가 열리는 등 이를 둘러싸고 다양한 사회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대부분은 여성부 폐지와 같은 반여성적인, 심한 경우 여성혐오 여론인데, 나는 그런 주장에 동의하지 못하는 편이다. 정말로 남성은 여성에 의해 역차별받고 있었을까? 그 원인은 여성들에게 있는 것일까? 여성부는 폐지돼야 할까? 여성운동은 여성만을 위한 것일까?
먼저 남성이 여성에 의해 역차별받고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 살펴보자. 각종 통계자료를 찾아보면 아직도 차별의 피해자는 여성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성재기 대표는 남성의 가장으로서의 역할과 책임감을 근거로 남성이 여성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따라서 남성이 각종 지표에서 앞서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이야기하곤 했다. 하지만 그런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라는 근거는 과학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것, 일종의 주지에 불과하다. 여성의 영역을 가정 내부로 제한하는 낡은 가부장적 관념일 뿐이다. 오히려 이러한 논리는 여성 노동자의 저임금과 고용 불안정을 정당화하고 남성들이 여성과의 저임금 경쟁으로 내몰리게 만든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은 ‘여자가 집안일은 안 하고 괜히 사회로 진출하기 때문’일까? 현실을 살펴보면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는 오히려 신자유주의 체제 자체의 요구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케인스주의에서 신자유주의로 경제 체제가 이전되면서, 국가나 사회가 부담하던 사회적 비용들이 긴축을 근거로 가정에 전가되기 시작한다. 국가에 의해 부담되던 아이를 양육하는데 드는 비용, 노후에 필요한 비용 등을 더는 국가가 책임져주지 않기 시작한 것이다. 가정의 부담은 늘어나고, ‘일하지 않던’ 여성의 취직은 선택이 아닌 필요에 의한 것이 됐다. 또한 이러한 현상은 위에서 말했듯 가부장제와 혼합돼 남성에게 이중의 압박으로 다가온다. 여성부 폐지에 대한 주장은 그것이 ‘여성부’이기 때문에 성립되는 주장에 불과하다. ‘여성부는 불필요한 국가기관이다’를 전제하지 않는다면, 그러한 부정부패가 실제 있는 일이라 하더라도 부정부패를 개혁할 문제지 국가기관의 폐지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국세청장이 CJ사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고 국세청을 없애자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한국사회에서 여성은 아직도 차별의 대상이다. 여성부가 불필요하다는 전제 자체에 이미 큰 오류가 있다는 말이다. 물론 셧다운제와 같이 여성과는 관계없는 말도 안 되는 법을 만들기도 했지만, 이는 오히려 신자유주의 체제 속, 가족주의 이데올로기가 강화돼 탄생한 여성‘가족’부가 ‘엄마’의 욕구를 정책화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듯 현재 발생하고 있는 여성부 폐지나 여성혐오에 대한 여론들은 그 근거가 부족하다. 그들이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 이른바 ‘김치녀’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들은 오히려 가부장제에 철저히 포섭된 여성들이다. 가부장제에서 남성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여성. 과거에는 새로울 것도, 이상할 것도 없는 여성이었고, 현재에도 진정한 ‘마초’라고 불릴 수 있는 고소득 남성들에게는 공격해야할 대상도 아니다. 남성연대와 성재기가 공격했어야 하는 대상은 여성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체제와, 다름 아닌 ‘가부장적 문화’였다. 여성운동은 기본적으로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을 분할시키고 배제시키는 신자유주의 체제 속에서 마초가 될 수 없는 대부분의 남성들에게 가부장적 문화는 더 이상 특권이 아닌 부담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여성운동은 동시에 그러한 남성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여성이 자유로워지는 날, 비로소 남성도 자유로워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