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지윤 기자 (jeeyoonc94@skkuw.com)
 

배고프다. 외롭다.
이 두 단어는 어쩌면 자취생들이 직면하고 있는 상황을 가장 잘 묘사하고 있는 단어일지 모른다.
자취생은 ‘살기 위해 먹는다’. 끼니를 잘 챙겨먹고 싶어도 시간도, 돈도 없어 매번 냉장고 속 남은 식재료와 인스턴트 식품을 딱딱 긁어 식사를 때운다.
제1548호 자취생 요리 특집에서는 우리 학교 주변에서 거주하는 자취생의 생활 속에서 건강마저 해치고 있지는 않은지, 그렇다면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식습관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아울러 좋은 사람들과 즐거움을 나눠야 할 식사 시간마저 고독과 함께하는 그들 사이에서 어떤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함께 다뤘다. 

특집팀
조영훈 기자
조수민 기자
김은솔 기자
김태윤 기자
이영준 기자
정지윤 기자


눈을 떠 보니 정오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불현듯 오후 한 시 반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울려대는 배꼽시계를 부여잡고 냉장고를 열었으나, 역시나 텅 비어버린 지 오래였다. 냉장고에 딱 하나 남은 계란을 라면에 풀어 넣고 대충 끼니를 때웠다. 겉옷을 걸치고 오후 수업을 듣고 오니 어느덧 해가 졌다. 저녁으로 차마 또 라면을 먹고 싶지는 않아서 집 앞 편의점에서 삼각 김밥과 샌드위치를 사왔다. 밥을 먹었는데도 금세 배가 고프다. 왠지 모르게 몸까지 으슬으슬 추워 온다. 갑자기 가족도 보고 싶고, 서러움이 물밀듯 밀려온다.
위의 글은 자취생의 하루를 가상으로 재구성해 본 것이다. 실제로 자취생은 매 끼니를 제대로 챙겨 먹기에 부담을 느껴 식사를 거르거나 대충 해결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하거나 혼자 식사를 해야 하는 환경 속에서 고독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에 본지에서는 자취생의 평소 식생활 및 영양 상태를 점검해보고, 균형 있는 식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우리 학교 자취생 8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본 설문조사는 온·오프라인을 통해 지난달 20일부터 22일까지 총 3일간 시행됐으며, 식사가 제공되는 하숙집 및 취식이 불가능한 기숙사 거주자는 피설문자에서 제외됐다.
조사 결과, 응답자 중 46.3%가량인 38명은 자취 기간이 6개월 미만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이들 중 본인의 전반적인 건강 및 영양 상태에 우려를 나타내는 학우는 76%에 달했다. 전체 응답자 중 약 77%를 차지하는 63명 또한 자취생활 이전과 비교했을 때 본인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악화됐다고 답했다. 건강 악화의 주된 이유는 △불규칙한 식사 시간 △불균형한 끼니 수 △과도한 나트륨 섭취 등으로 드러났다. 응답자 중 77%가 하루에 두 끼니만 식사하고 있었으며, 하루에 균형 있게 세 끼니를 챙겨 먹는 학우는 16%에 그쳤다. 불규칙한 식사 횟수에 대한 이유로는 △귀찮아서 △기상 시간이 불규칙적이어서 △시간을 정해놓고 먹지 않아서 △챙겨주는 사람이 없어서라는 답변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불규칙적이며 불충분한 식사마저도 학우들은 즉석식품으로 끼니를a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응답자 중 약 39%는 식사를 만들어 먹기 귀찮을 때 즉석식품(라면, 3분 요리 등)이나 반조리식품(냉동 만두, 냉동 돈가스 등)을 조리해 먹는다고 답했으며, 9.8%는 ‘먹지 않는다’고 답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반찬거리 중 필수적으로 구비해 두는 항목을 묻는 말에는 응답자의 45.1%가량인 37명이 즉석식품을 꼽았으며, △김치(25.6%) △통조림(19.5%) △계란(15.9%) △냉동식품(11%)이 그 뒤를 이었다. 5대 필수 영양소인 △단백질 △무기염류 △비타민 △지방 △탄수화물의 주공급원인 채소류와 육류를 구매하는 학우들은 각각 6%와 2.4%에 불과했다.
술자리를 포함한 간식 및 야식 섭취 빈도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35.4%가 일주일에 대략 3 ~ 5차례라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주로 △과자 △라면 △술안주 △치킨 등을 즐겨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30.5%의 응답자는 일주일에 대략 1 ~ 2차례만 야식을 섭취했다. 야식을 자주 섭취하지 않는 이유로는 주로 체중 감량과 재정상의 문제가 꼽혔다. 이에 대해 일부 응답자는 “건강을 위해 특별한 약속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야식을 자제하려 한다”며 “야식을 먹으면 다음 날 속이 더부룩하기도 하고 다이어트에도 치명적이기 때문에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