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닉’ 한 예술가의 식탐으로 차린 주민의 식탁
‘오가닉’ 한 예술가의 식탐으로 차린 주민의 식탁
  • 배공민 기자
  • 승인 2013.09.17 12:10
  • 호수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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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오가닉아트페스티벌' 스케치
‘오가닉’ 하면 우리가 으레 떠올리는 것은 푸른 채소, 촉촉한 갈색 흙. 그러면 오가닉에 예술이 더해진다면? 이웃문화협동조합은 기존에 우리가 알던 오가닉의 의미에 예술가들이 '공동체와 문화예술을 함께 즐기는 총천연색의 것들'을 더했다. 그래서 이문협이 재정의한 오가닉에는 예술이 자연스럽게 포함된다.
9월 7일 수원 화성 성곽 뒤편의 소박한 마을 행궁동. 이 마을을 축제의 현장으로 들썩이게 한 오가닉 아트 페스티벌을 찾았다. 오가닉 아트 페스티벌의 서막은 문탁네트워크 이희경 대표의 강연으로 시작됐다.  “주방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어요.” 이희경은 누군가의 일방적인 노동에 의존하는 주방에서 탈피해 모두가 즐거운 주방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주택가 사이에서 공터에서 ‘주방 얘기’를 하니, 시장을 보고 돌아오던 길의 아주머니, 자전거를 타고 지나던 주민들이 발길을 멈추고 객석에 앉아 강연 속으로 빠져들었다.
 
맑은 음악과 신비로운 손짓,
드로잉 퍼포먼스
 

▲ 수동펌프를 사용하고 있는 한 아이.

 
강연이 끝나자 어디선가 청명한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에 이끌려 공터로 가보니 거대한 하얀 천이 반긴다. 자세히 들여다보자 하얀 천 속에 감춰진 그림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림의 정체는 바로 흰 천 뒤에 숨은 두 명의 젊은 아티스트. 이들이 천 뒤에서 그림을 그리자, 천에 스며든 잉크가 앞쪽의 관객에게 나타났다. 천 밖으로 다리만 찔끔 내민 두 아티스트는 ‘오가닉’한 그림을 그려나갔다. 흰 천 위에 그려지는 당근과 포도, 그리고 청명한 음색의 신비로움이 더해져 갔다. 천 아래로는 열정적인 다리의 리듬, 천위에는 힘 있는 손끝의 터치. 두 아티스트의 다리가 서로의 속도를 조절하며 조금씩 가까워졌다.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천을 주시했다. 두 명의 작가가 서로의 호흡을 맞추며 마침내 하나의 작품이 완성됐다! 당근과 포도, 버섯 등의 채소와 한데 어우러진 두 남녀의 모습은 그야말로 ‘오가닉아트페스티벌’을 담아내기에 충분했다. 
 
행궁동 밤에 감성을
고즈넉한 마을 콘서트
 
▲ 싱어송라이터 삼군이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곧 오가닉 예술 무대가 시작됩니다! 맥주 한 캔씩 들고 무대 보러오세요!” 확성기 소리에 무대가 펼쳐지는 공터로 달려갔다. 첫 번째 순서는 홍대의 싱어송라이터 삼군. 갈색 카라티와 오래 입어 바란 듯한 청바지는 그를 더욱 오가닉아트페스티벌에 어울리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일요일과 월요일 사이의 저녁 밤을 걷다 감자튀김을 먹고 오늘은 그냥 기절하듯 자고 싶다'는 그의 소박한 노랫말 속에 우리네 일상이 솔직하게 드러났다. 삼군의 공연이 끝나고 조용히 등장한 무대의 주인공은 자신을 김사월이라 소개했다. “늦어서 죄송함~다. 김사월입니다.” 털털한 자기소개 후에 드러나는 의외의 음색. 털털함은 온데간데없고 소녀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입가에 미소를 띤 관객들이 그녀의 선율에 눈을 감았다. “공연이긴 하지만 동네사람들이랑 오순도순 노래하는 느낌이네요.” 옥구슬 같은 목소리로 관객을 홀린 그녀의 대구사투리가 유독 정겹게 느껴지는 것은 기분탓일까. 
 
“주민과 함께 잘 먹고 잘 놀자!”
오가닉 문화마켓
 
▲ 수원 농생명과학고 영농지도자 동아리원들이 직접 만든 토마토피클을 팔고 있다.
 
느티나무 아래 조그맣게 펼쳐진 주민들의 부스는 모두 8개였다. 유기농 코코아와 커피콩을 선보인 ‘주부9단’. 파스텔 톤의 머랭 쿠키와 포동포동한 푸딩으로 손님을 유혹하는 ‘미녀 파티쉐’. 유기농으로 키운 채소들을 파는 용인의 ‘아홉색깔농부들’, 소담스런 패브릭 식탁보와 티매트를 가져온 작가 ‘종이달’. 그 사이 유독 앳된 주인이 눈에 띄었다. “농업 CEO를 꿈꾸는 수원농생명과학고 영농 지도자 동아리입니다!”라고 자신들을 소개한 교복 차림 소녀들의 눈은 빛났다. “직접 재배한 거라 몸에 더욱 좋아요.” 더운 날씨에 땀을 흘리면서도 온갖 채소를 넣고 만든 피클을 파는데 열심인 그녀들. 페스티벌이 끝나가도록 저물지 않는 그녀들의 열정이 오가닉 아트 페스티벌을 더욱 ‘오가닉’하게 만들었다.
 
▲ '아홉색깔농부들'이 판매하는 신선한 유기농 채소.
마을공동체와의 문화향유를 오가닉이라 표현한 이웃문화협동조합. 그리고 자신의 집 옆 공터에서 들리는 소리에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모여들었던 주민들. 이쯤 되면 예술이란 꼭 전시관에 가야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닌 듯하다. 예술이 있는 어는 곳이든, 그곳이 바로 전시관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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