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사실 여성이 겨드랑이 털을 깎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시기인 18세기의 유럽에서는 들루크루와가 그린 그림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속 가운데 서 있는 여자가 과연 여신인지를 두고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그 이유는 그 여신의 겨드랑이에 털이 나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그 여자가 여신이 아니라 빵집 아줌마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로부터 당시 유럽 사회는 여신이 아닌 이상 모든 여자들에게 겨드랑이 털이 있는 것을 당연시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0년대까지 겨드랑이 털을 깎지 않고 길거리를 활보하는 여자들을 보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90년대 들어서야 민소매 옷이 대중화되면서 여자들이 제모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경우 현재까지도 여자들 대다수는 겨드랑이 털을 깎지 않는 것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긴다. 실제로 화장품, 샴푸 광고 등에서 겨드랑이 털을 드러낸 채 포즈를 취한 중국여자모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는 그런 중국 여자의 모습을 보고 ‘자기 관리를 안 하는 게으른 여자’라고 손가락질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러한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왜 여성이 제모를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가?’ 여자가 제모를 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개인의 의지에 달렸다. 레이디가가는 ‘옷을 입기 위해 노래한다’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치밀한 계획 아래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몸으로 전달하는 가수다. 형광색 겨드랑이 털 패션은 그녀가 전달하고자 한 명확한 메시지다. 그녀를 과연 자기 관리를 안 하는 게으른 여자라고 말 할 수 있을까? 몇 달 전 모 잡지에 게재된 한 제모제 광고는 좀 더 적나라하게 여자들에게 제모를 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그 광고는 제모를 하지 않은 여성을 보았을 때 남성이 보이는 반응을 설문조사 형식으로 보여주며 여자는 제모를 통해 남자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필요가 있다는 지극히 남성주의적인 관점을 드러내고 있다.

 ‘모든 여자들이여, 겨드랑이 털을 길러라’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여자들마다 신체에 대한 미적 기준이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모를 하지 않는 여자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자신의 미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람을 비난하는 것은 지극히 이기적인 태도이기 때문이다. 

▲ 안정민(인문과학계열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