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우(철학10)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이 글이 게재될 때에는 조금은 뒤늦은 이슈일지도 모르겠지만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3대 구경, 그리고 그 중 으뜸은 역시 싸움 구경인 것을 보면 이번에 벌어진 국내 힙합 디스전은 파장이 꽤나 컸다. 힙합이라는 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그렇지 않던 내 주변의 사람들까지 매우 큰 관심을 보였으니 말이다.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와, 재미있다”와 “쟤들은 뭘 저렇게 만날 싸우기만 하는 거야?”의 두 가지. 전자는 랩 음악으로 대표되는 흑인음악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보통 보였던 반응이다. 흑인 음악을 나름대로 오래 들어왔고, 좋아하던 나 역시 같은 입장이었으니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반응이다.
하지만 일종의 문화 충격이었던 것은 후자의 경우인 사람들이 매우 많다는 것이다. 이 반응은 또 몇 가지로 나뉘는데, 노이즈 마케팅이다, 음악이 왜 욕설밖에 들리지 않느냐, 이렇게 중얼거리기만 하는 저급한 소리를 음악으로 부를 수 있느냐 등이다. 힙합을 음악으로 볼 수 있느냐는 문제는 여기서 다루기엔 힘든 문제이므로 차치하고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앞의 두 가지의 문제다.
힙합에서 ‘디스’라고 불리는 서로에 대한 공격은 절대 서로를 깎아내리거나 폭로전을 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오히려 디스를 한다는 것은 서로 자신을 최고라고 생각하는 각 아티스트들이 상대방에 대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표현이며, 다시 말해 힙합이란 문화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자신감’의 발현인 것이다. 그리고 그 기반에는 상대를 나와 맞설만한 적수로 인정하는 존중(흔히 리스펙트라고 불리는)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해하기 힘들다면 이종격투기나 펜싱과 같은 스포츠를 떠올리면 된다. 올림픽에 나온 펜싱 선수들이 서로에게 검을 겨누는 모습을 보고 “엄마, 우리나라 선수가 일본 선수를 죽이려고 해요!”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보통 없으니까.
물론 이번에 국내에서 벌어진 디스전에서(모든 플레이어가 그렇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은 이런 문화를 기반으로 한 디스전이었다. 애초에 용어 자체가 디스‘전쟁’이 아닌 디스‘경기’에 가깝다는 말이다. 인식을 바꾸기 위해선 서로가 좋아하는 취향에 대한 존중과 약간의 관심이 필요하지 않을까. 급격한 속도로 개인의 취향 존중이 일반화 돼가는 대한민국이니 말이다.

     
 

 
▲ 심재우(철학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