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지은 편집장 (skkujen10@skkuw.com)

'寒然後知松柏之後凋'(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 한겨울 추위가 지난 후에야 송백이 시들지 않음을 안다.
논어 자한편 제27장에 등장하는 문구다. 지난달 본지 기자단이 제작 및 발간한 무제호 호외 2호에는 해당 글귀를 활용한 내부 광고가 게재될 예정이었다.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와 측백나무처럼 기자단도 어려움을 견뎌내고 대학언론인으로서 참모습을 갖춰나가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광고였다. 지면 관계상 해당 광고는 호외에 실리지 못했지만, 그 정신은 기자단의 일거수일투족에 녹아들어 있었다.
기자단은 올해 유난히 추운 겨울을 보냈다. 주간의 결호 선언 및 이후의 제작 중단 사태로 인해 2달여간 신문이 발행되지 못해서다. 10월 14일 발간 예정이었던 제1552호가 결호 된 후, 기자단은 주간 사퇴 및 편집권 보장 체계 마련(△성대언론사 규정을 개정할 것 △규정에 따라 부참사 이상의 직원을 행정간사로 임명할 것 △총장에게 귀속된 배포권을 폐지할 것), 총장과의 면담을 요구해왔다. 주간과 학교 측이 계속해서 기자단의 요구 이행을 거부하면서, 사태는 장기화됐다. 그동안 기자단은 △100여 장의 대자보 작성 및 게재 △수십 번의 관련 회의 진행 △두 번의 무제호 호외 제작 및 발간 등을 통해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다. 칼바람을 맞으며 야외에서 지지서명을 받았고, 학내 언론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주최로 장례식까지 거행하고자 했다. 혹독하리만치 시린 겨울이었다.
차가운 겨울바람 속에서도 조금이나마 온기를 느낄 수 있었던 건 학내외에서 이어진 지지 덕분이었다. 학회 및 단과대 학생회, 자과캠 총학생회 등 여러 학생 자치 단체에서 연서명 혹은 연자보를 통해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교수 △동문 △원우 △학우 등 약 1800여 명 성균인이 지지 서명에 동참했다. 타 대학 언론에서도 본지 정간 사태를 △광고 △기사 △칼럼 및 사설 등을 통해 다루며 공론화했다. 무제호 호외에는 △타 대학 학보사 편집장(호외 1호) △민주동문회장(호외 2호) △외부언론인(호외 2호) 등의 지지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열기를 더해가던 온기는 결국 지난달 26일 ‘주간과 기자단 간 협상 타결 및 신문사 정상화’라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겨울바람은 여전히 아리다. 지난달 29일 개최된 신문방송위원회의에 참석해 소명 발표를 할 예정이었던 본지 데스크단은 1시간 이상 기다린 후에야 일방적으로 입장을 거부당했다. 폐쇄적으로 진행된 회의 결과는 기존 주간과 기자단 간 협의 내용의 번복이었다. 기존에 합의됐던 주간의 사과문 속 ‘본인은 향후 기자단과 상호 협력해 편집권 보장을 위해 힘쓰겠습니다’란 문장은 ‘편집권은 학교에 있다’는 운영위원회 측 강요로 인해 수정돼야 했다. 겨울은 아직 끝나지 않은 듯하다.
송백의 정신은 지난 2달여간 기자단을 지탱해준 버팀목이었다. 지속되는 겨울 속에서도 더해가는 온기를 기자단은 실감해왔다. 그렇기에 본지 제작 정상화 공고문 속 마지막 문장을 다시금 되뇌여본다. ‘어려움을 견뎌내고 정론직필의 정신을 실천해나가는 참된 대학언론으로 거듭나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