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나영 기자 (nayoung4798@skku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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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8월 서울 코엑스에서 세계수학자 대회가 개최된다. 세계수학자 대회는 국제 수학 연맹이 4년마다 개최하는 수학자들의 올림픽이다. 전 세계 수학자들이 주목하는 필즈상의 수상자도 바로 이 대회에서 발표된다. 개최 확정 이후로 정부는 내년을 ‘수학의 해’로 지정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그러나 그동안 입시용 수학만을 접했던 학우들에게 수학은 가볍게 다가가기 힘든 존재다. 우리 학교 수학교육학습센터(센터장 천기상·수학)는 수학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사회 흐름에 맞춰, 지난달 27일 인사캠에서 ‘성균인을 위한 수학콘서트’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전 대한수학회장이었던 김도한 서울대 교수가 ‘수학과 예술, 그리고 실생활-수학, 음악과 미술’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번 강연은 수학이 얼마나 음악과 미술에 잘 적용될 수 있는지 보여줬다.
수학과 음악의 만남은 생소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두 학문은 많은 유사점이 존재한다. 모차르트는 “내가 음악을 하지 않았다면, 위대한 수학자가 됐을 것이다.”고 말할 정도로 작곡할 때 수학지식을 많이 활용했다. 그의 악보에는 언제나 수학식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김 교수는 “음악은 리듬과 멜로디 같은 아름다움을 추구하지만, 곡의 짜임새 역시 크게 중시된다”며 “문제 해결 과정에서 논리적 구조를 강조하는 수학과 근본적으로 유사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피타고라스가 처음으로 음악과 수학의 관계를 ?피타고라스 음계 이론?으로 정리했다는 사실을 설명했다. 피타고라스는 어느 날 대장간을 지나가다 들은 쇠 치는 소리가 어느 순간 조화롭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는 그것이 바로 ‘길이의 비’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내게 된다. 한 현과 그것의 2/3가 되는 현을 함께 퉁기면 화음이 이뤄진다. 현 길이의 2/3와 2/3의 2/3 길이 또한 서로 화음을 이룬다. 같은 원리로 대장간에서는 두 쇠의 어느 부분을 치느냐에 따라 화음 여부가 결정됐다. 결과적으로 피타고라스는 소리가 2:3의 비율이 됐을 때 5도 차이가, 더 나아가 3:4인 경우 4도 차이, 1:2인 경우 한 옥타브 차이의 소리가 난다는 것을 밝혔다. 기원전 500년경 만들어진 이 음계이론은 현대가요의 창작에도 여전히 활용되고 있다, 크레용팝의 ‘빠빠빠’에서 주로 사용되는 화음은 2:3비율의 완전5도 관계인 ‘도와 솔’, ‘레와 라’다.
현 길이와 화음 관계 외에도 다양한 기하학적 아이디어가 음악에 적용됐다. 김 교수는 “음악사에서 곡의 구조를 형성하는 데 △평행이동 △대칭이동 △황금분할이 활발히 사용돼 왔다.”고 덧붙였다. 바흐의 ‘Toccata and Fugue’는 같은 멜로디가 한 음씩 올라가면서 반복되는 모습이 여러 번 나타나 평행이동이, 모차르트의 ‘Capriccio’는 음표들의 대칭이동을 통해 악보가 마치 하나의 미술작품처럼 표현됐다. 또한, 20세기 전반 가장 위대한 작곡가 바르톡(Bartok)은 곡의 클라이맥스가 전체 곡 길이의 황금분할 지점에 있도록 작곡했다. 작곡가들은 음악 배후에 있는 이런 수학 논리에 의해 미학적 효과를 생산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강연에서는 수학이 음악 외에도 미술에 활용되는 다양한 사례들이 소개됐다. △노트르담 성당 △테셀레이션 △프랙털 모형 등이 그 예다. 기하학적 구조가 돋보이는 이런 건축과 그림은 수십 년이 지난 현재에도 △금속 △제품 △패션디자인 등에 무한히 활용되고 있다.
수학교육학습센터 설한국 전임연구원은 “인사캠 학생들이 수학콘서트에 무관심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강의실이 가득 차서 서서 강연을 들을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며 “인문학 융합 시대니만큼 인문학도들이 수학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인사캠에 이어 오는 3일 자과캠에서도 ‘한국 수학: 전통과 첨단의 조화’라는 새로운 주제로 수학콘서트가 열린다. 멀게만 느껴지던 수학의 매력에 푹 빠져볼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