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416, 476, 174. 이 세 숫자를 연결해서 설명해보시오.” 이런 시험 문제가 나온다면 지금 한국 사람들은 다 풀 수 있으리라고 본다. 416은 세월호 침몰이 일어난 날짜고, 476은 오락가락하다가 지금까지 밝혀진 세월호 탑승 인원수고, 174는 침몰 전에 구조된 인원의 숫자다. 세 숫자는 한국인을 넘어서 세계인이 함께 안타까워하고 의문을 품는 숙제가 됐다.
침몰 사건의 초기에 알려진 오보대로 단원고 학생이 다 구조 됐다고 한다면 4월 16일은 그냥 에피소드처럼 넘어갈 일이었다. 평소 관리 기관과 언론의 감시와 감독이 제대로 이뤄졌더라면 사건을 예방할 수 있었고, 침몰 후 정부의 초동 조치가 제대로 취해졌더라면 더 많은 인원을 구조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은 해상 재난의 대형 사건으로 기록됐을 것이다.
그러나 18년 된 노후 선박의 구매에서부터 침몰에 이르는 과정을 살펴보면 사건의 규모가 크고 사건의 충격이 심각하다는 말만으로는 세월호 사건을 분석할 수가 없다. 구매, 관리, 훈련, 침몰, 구조 등의 전 과정은 우리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으며 앞으로 또 어떻게 살아갈 것이냐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가 없다. 따라서 세월호 침몰은 우리로 하여금 침몰의 원인을 찾아내고 책임을 묻는 사법적 절차에 한정되지 않고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인문학적(철학적) 성찰을 수행하도록 만든다. 이렇게 될 때 세월호 침몰을 2014년의 사건으로만 기억하지 않고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막는 미래의 시금석으로 전환할 수 있다.
사건에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았다고 인문학적 성찰의 예외가 될 수가 없다. 포괄적인 맥락에서 우리는 꼭 세월호가 아니더라도 세월호와 같은 비슷한 사건을 방조하거나 유발할 만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 않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시간이 지나면 사건 자체를 잊어버리고 ‘정부가 모든 것을 알아서 하겠지’라며 수수방관한다면 우리는 또 다른 참사를 되풀이해서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개인은 개인대로, 기관은 기관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위해 내면세계를 들여다보고 외적 성향을 살펴보지 않을 수가 없다.
특히 대학은 우수한 인재를 길러서 사회를 이끌 동량을 길러내는 중추적인 기관이다. 학생들은 교육과정을 통해 관련 분야의 전문 지식을 쌓아 평소 관리 감독의 업무를 공정하게 집행하며 위기의 순간에 책임 의식을 가지고 전문성을 발휘해 수기안민(修己安民)의 덕목을 발휘할 수 있을까? 만약 이 질문에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대학도 세월호와 같은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반성하지 않을 수가 없다.
최근 들어 대학의 우수성을 측정하는 다양한 지표들이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지표는 교육과 연구의 성과를 측정하여 대학 발전을 견인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치 평가는 대학 교육이 문제 상황의 인지와 해결, 독자적 판단, 전문적 책임, 절차적 공정성, 관리의 엄정성 등을 포함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개선을 필요로 한다. 이렇게 될 때 대학 교육과 연구는 수기안인의 가치와 부합하게 되고, 대학은 양적 성장과 질적 성숙의 측면에서 시민과 사회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시민 사회의 신뢰를 얻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대학 발전의 요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