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부채, 우리들이 함께 짊어질 문제다”
“청년 부채, 우리들이 함께 짊어질 문제다”
  • 손민호 기자
  • 승인 2014.05.07 22:27
  • 호수 15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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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채무자 대담

▲ 지난달 24일 열린 대담에서 김의경 씨가 자신의 채무 경험을 말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의경, 한영섭, 김준검, 천주희 씨. / 손민호 기자 juvenile0223@skkuw.com

청년 채무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지금, 아직도 청년들은 빚 독촉에 신음하고 있다. 무너진 청년 채무자의 권리와 인권을 논의한 대담이 지난달 24일 오후 7시 토닥토닥협동조합(이하 토토협)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빚 갚기 위해 시체까지 닦았다

최초 부채가 생긴 과정을 말해 달라
민철식(이하 민) : 2007년 제대 이후 돈을 벌기 위해 상경했다. 그런데 직업을 잘 구하지 못했다. 그래서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여러 대부업체에서 400만 원 정도를 빌렸다.
김준검(이하 검) : 2011년 제대 이후 알바를 하고 있던 중에 다단계 회사를 추천받았다. 더 많은 돈을 벌려는 욕심에 알바를 그만두고 다단계에 발을 디뎠다. 어느 날 대출을 받아 물건을 사면 진급시켜주겠다는 회사 측의 제안이 있었다. 그 제안을 받아들여 대부업체로부터 대출을 받고 승진했다. 그러다가 다른 회사와 합병한 후 처음 직급으로 돌아갔다. 새로운 직장 역시 동일한 승진 조건을 내걸었고, 진급을 위해 다시 대출을 받았다. 도태된 자신을 무시하는 회사 분위기가 싫어 퇴직했을 때 남은 것은 빚뿐이었다.
김의경(이하 의) : 1994년 어머니가 동대문에서 의류 사업을 하다가 부도가 났다. 그래서 집안에 최초로 부채가 발생했고, 이후 어머니는 2000년 즈음에 내 명의로 된 도장으로 사채를 썼다. 그 당시는 남의 도장으로도 사채를 쓸 수 있을 정도로 제도가 허술해서였다. 고스란히 빚이 생기고 신용불량자가 됐다.

부채 탓에 어떤 어려운 점들이 있었는가
한영섭(이하 한) : 젊었을 때 천안에서 하던 사업이 잘 안 되고 A형 간염에 걸려 3주 입원을 한 적이 있다. 당시 돈도 없고 *채권추심을 당하고 있었다. 이 사실을 부모님께 알리기 죄송했다. 부끄러움 때문에 가족한테 손을 뻗지도 못하고 혼자 끙끙 앓았다.
천주희(이하 천) : 대학교 때부터 학자금 대출을 받고 10년 동안 공부를 하면서 계속 원금 상환을 해야만 했다. 최대한 학업에 방해받지 않는 선에서 알바를 해도 생활이 여의치 않았다. 원금과 이자도 제때 못내 연체했다.
의 : 빚이 생기고 10여 년간 자주 사채업자에 쫓겨 다녔다. 정상적인 대학 생활이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직장을 제대로 구하지도 못했다. 사채업자가 미행해서 월급날 직장에까지 찾아와 상환을 요구했던 것이다. 당시에는 빚을 졌으니 시달리는 것이 너무 당연하다는 생각 때문에 경찰에 신고할 엄두조차 못 냈다. 사채업자를 피해 거주지를 옮겨 다녔다.
민 : 원금과 이자를 갚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 생체 실험 알바와 인형 탈 알바 등 돈 되는 것은 다 해봤다. 2010년에 잠시 기술직에 종사했지만 적응을 못 해 해고당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해 건강도 나빠졌다. 무엇보다도 사채업자로부터 지속적인 채권추심을 받았던 것이 공포였다. 이 때문에 고시원을 전전하기도 했다. 또한 부채가 있다는 것을 부모님께 말씀드리기 어려워 연락을 잘 못 했다. 명절에 친척들 만나는 것도 두려워 고향에 내려가지 않았다.
검 : 상환이 자주 연체돼서 사채업자로부터 연락이 많이 왔다. 그때마다 그들은 법적으로 대응하거나 빨간 딱지를 붙이겠다는 식으로 협박해왔다. 휴대폰만 울려도 지레 겁먹어서 쳐다보지 않았다. 빚을 갚으려고 여러 가지 알바도 했다. 특히 병원에서 시체 닦는 알바를 한 적도 있는데, 그 때문에 정신과 상담을 받아본 적도 있다.

부채 존재가 심리적 부담 가중


청년 채무자가 입는 피해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한 : 현재 채권추심은 예전에 비해 압박감이 덜하다. 그런데 청년들은 이런 경우를 처음 겪다 보니 두려워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막상 재무 상담을 받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임에도 심리적 부담을 혼자 감당한다는 것이다. 불행히도 정말 손 벌릴 데 없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상태에서야 ‘금융복지상담센터’와 같은 전문 기관에 문을 두드리는 실정이다. 이러한 특성을 교묘히 이용하는 채권추심업체도 있어 더 안타깝다.
의 : 법에 대해 모르는 경우에는 추가적인 피해를 입기도 한다. 채권추심업체가 채무 관계와 상환액을 속여서 과도한 액수를 요구한다. 그러면 이중으로 빚을 질 수밖에 없게 된다.
천 : 또 다른 문제는 같은 과에서 빚이 있는 학생과 없는 학생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부채 문제가 소비 경향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또한 도서관에서 오로지 공부에만 매진할 수 있는 학생은 서울에 살면서 부모의 뒷바라지가 충분한 경우에 불과하다. 빚이 있는 학생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결국 이러한 것들이 쌓이고 쌓여 나중에 취업할 때는 격차가 확연히 드러난다. 부채로 의한 기회 상실이 가속화되고 있다.

재무 상담 기관 없도록 부채 논의 활발해야

청년들이 부채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의 : 재무 교육이 필요하다. 과소비로 빚을 지는 청년들이 너무 많다. 소비 방법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많은 학생이 토토협과 같은 기관에서 상담과 교육을 받았으면 좋겠다.
한 : 미국 월가에서는 청년들이 부채를 못 갚겠다는 단체 운동을 벌였다. 반면에 우리나라에는 부채가 자신만 문제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연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제를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모순을 해결해 나가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 토토협과 같은 구제 단체가 필요 없어질 정도로 청년 부채와 관련된 논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검 : 재무 상담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주관하는 *개인워크아웃을 이용하고 있다. 지금은 예전보다 숨통이 좀 트였다. 이처럼 개인 면책이 활성화돼야 채무자가 줄어들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 채무 현황 조사를 자세히 해야 한다.
민 : 청년 채무 구제 기금으로 채무자의 숨통을 트일 필요가 있다. 정말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특별 기금을 편성해서라도 어느 정도 사회 구성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채무자의 생활이 안정돼야 일을 하면서 차차 빚을 갚아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천 : 특히 대학생들의 경우에는 학비 부담이 감소돼야 한다.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독일에서는 원래 학비가 싸지만, 대학생들이 부당하게 높은 학비 때문에 학교에 소송을 걸어 승소한 적이 있다. 한편 우리나라 사립대는 대부분 등록금을 일방적으로 높게 책정한다. 학생들이 단순히 학비 때문에 힘들다고 한탄할 것이 아니라 공개된 등록금 심의록을 보면서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집단으로 부당함을 외치고 채무 개선을 위한 운동을 진행해야 한다.

청년 채무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채무자 구제제도가 다양하다. 그것을 적극적으로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더 많은 학생이 토토협과 같은 상담기관을 찾아왔으면 좋겠다.
민 : 숨기지 말고 털어놓을 수 있는 기관을 찾아야 한다. 고려대 학생이 빚 때문에 자살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상당히 기억에 남았다. 마음속에만 숨기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마련이다. 토로할 기관을 찾아 마음의 안정을 찾아라.
의 : 비빌 언덕이 중요한 것 같다. 부채로 인한 스트레스를 소설을 통해 풀었다. 간혹 우울증으로 밤에 가위에 눌려 아무 일도 못할 것 같을 때가 있었다. 그 때 소설이 일상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붙잡았다. 반면, 같이 알바를 하던 친구는 채권추심을 당하고 있었지만 그 스트레스를 홀로 감당했다. 결국 술에 의존하다가 알코올 중독증에 걸렸다. 혼자만 고민하지 마라. 네 잘못이 아니다.

◆채권추심=금전채권에 대해 채무내용대로 돈을 지불하지 않는 경우 이를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것.
◆개인워크아웃=개인이 법원에 파산신청을 내기 전에 채무를 일부 탕감해 주거나 만기를 연장하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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