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백지형 기자 (omi0511@skkuw.com)

 

▲ 이강백 동문이 공정무역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백지형 기자 omi0511@skkuw.com
     
 

 

“은행나무 대성전과 멀리 보이는 창경궁이 너무 황홀해 보이더라고요.”
아름다운 학교의 풍경에 반해 우리 학교에 진학한 한 청년은 ‘아름다운 세상’을 이끄는 사람이 됐다. ‘아름다운 가게’의 사무처장, ‘아름다운 커피’ 경영인을 거쳐 현재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의 대표이사까지. 바로 이강백(철학82) 동문의 이야기다.

책을 좋아하던 소년, 아름다운 사회를 꿈꾸다
 이 동문은 경상남도 거창에서 상경해 서울 중동고등학교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삭막한 서울 생활에 힘들어하던 그에게 큰 힘이 된 것은 책이었다. “우연히 서점에서 ‘논어’를 뽑아서 읽었는데 정말 대단하더라고요. 그래서 유학의 전통이 있는 성균관대가 더욱 가고 싶어졌어요.” 그러나 꿈에 그리던 대학에 들어와 마주한 현실은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고향에 있을 때는 접하지 못했던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의 사진을 보게 됐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 데모를 많이 하게 됐어요.” 이러한 속사정으로 학업에 집중할 수 없었던 그는 훗날 명예 졸업장을 받고서야 가까스로 졸업할 수 있었다.
학생 운동 열기로 들끓던 대학을 졸업한 뒤 이 동문은 사회에 뛰어들어 사업을 꾸렸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인지 그의 마음에는 돈 버는 것에 대한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결국 하던 일을 그만두고 시민들의 복지를 위한 단체인 참여연대에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작은 것일지라도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어서다. “아내에게 이런 속내를 얘기했더니 ‘원하는 대로 하라’고 하더라고요. 남자든 여자든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웃음).” 이 동문의 삶에 지지와 신뢰를 보내준 아내 덕에 생계도 그리 어렵지 않게 꾸려나갈 수 있었다.

 아름다운 가게에서 공정무역에 뛰어들기까지
 아름다운 가게는 박원순 현 서울시장이 그에게 제안해 시작하게 된 사업이다. 쓰던 물건을 모아 되파는 가게. 박 시장이 이 아이디어를 처음 제시했을 때 힘을 실어주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처음에는 모두가 안 될 거라고 했어요, 가게를 시작할 돈이 없어서 전세금까지 빼려고 생각했을 정도니까.” 뿐만 아니라 기부받은 물건을 △분류 △수선 △저장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아름다운 가게 제1호점인 안국점을 오픈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소비를 통한 기부’라는 개념이 시민들에게 큰 파급력이 있었던 거죠.” 현재 아름다운 가게는 전국 140여 개의 분점을 열어 운영되고 있다.
아름다운 가게를 성공적으로 이끈 뒤 이 동문은 또 다른 ‘모험’을 시작했다. ‘공정무역’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커피의 공정무역을 실현하는 ‘아름다운 커피’ 사업을 독립 경영했다. 그는 “본래 농사를 짓기에 적합해 식량이 풍부해야 마땅한 적도 벨트 국가들이 빈곤에 시달리는 것은 굉장한 모순”이라고 말한다. “이 모든 것이 무역의 불평등 때문이에요. 중간 상인과 다국적, 초국적 기업이 농업의 이익을 다 가져가버리면 해당 국가의 노동자들은 굶어 죽을 수밖에 없어요.” 이러한 부조리를 막기 위해 농민에게 적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소비자에게 공급하자는 것이 공정무역의 취지다. 이 동문은 공정무역이 ‘단순한 선행’이 아닌 ‘불평등한 시스템을 개선하는 운동’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아름다운 커피 경영을 그만둔 뒤 그는 또 다른 공정무역 사업에 뛰어들었다. 공정무역을 위한 조직을 만들고 경영해달라는 부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했어요. 저도 시간을 갖고 제 일들을 정리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그의 열정은 사업을 시작하도록 그를 이끌었고, 2012년 6월 아시아의 공정무역 상품을 판매하는 사회적 기업인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가 생겨났다. “세계 절대 빈곤자의 3분의 2가 아시아에 있어요. 아시아 빈곤 문제는 아시아 스스로 관심을 가지고 해결해야 합니다.” 그가 이번 사업의 초점을 아시아 지역에 맞춘 이유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삶을 살라
 이 동문은 후배들에게 ‘인생을 여행처럼 살라’고 말한다. “저는 제 맘대로 살아서 너무 행복했어요.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다 버려도 새로운 게 나오고, 손에 쥐고 있는 걸 버리면 더 좋은 걸 잡을 수도 있잖아요.” 그러면서도 그는 기성세대가 이 사회를 스트레스로 가득하게 만들었다며 미안해한다. “자식들에게 잘못된 사회구조를 물려 줘서 부끄러워요.” 그가 쉴 새 없이 내뱉은 말이다. “안정적인 삶만 추구하려고 하지 말고 타인의 삶과 아픔에 공감하는 능력을 길러야 해요. 그런 학생들이 늘어나 우리 학교가 공정무역 대학이 된다면 더욱 좋겠죠?” 젊은 시절에는 과감하게 도전하고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하는 그는 걸어온 길을 통해 자신의 말들을 증명하고 있었다.

 
▲ 서울시청 시민청에 위치한 지구마을 카페에서는 공정무역으로 거래된 망고를 전시하고 있다. / 백지형 기자 omi0511@skku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