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에게 더 이상 '가만히 있으라' 하지 말라
음악가에게 더 이상 '가만히 있으라' 하지 말라
  • 조수민 기자
  • 승인 2014.05.12 17:19
  • 호수 15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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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야금 싱어송라이터 정민아가 지난달 24일 광화문 광장에서 가야금을 연주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C-Cloud Present

 

“살면서 단 한 번이라도 음악으로 위로받아 본 적 없는 이들이 있다면 인생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음악은 흥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심지어 작두 타는 점쟁이에게 음악이 없다면 작두 타기는 불가능하단 얘기도 들었다. 즐거움뿐만 아니라 위로가 필요할 때도 음악은...”
가수 김C는 고양아람누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뷰티풀민트라이프 2014’가 취소된 후 자신의 SNS 트위터 계정에 위와 같은 말을 남겼다. ‘뷰티풀민트라이프 2014(이하 뷰민라)’는 봄에 개최되는 대표적인 음악 페스티벌이다. 고양문화재단은 공연 하루 전, 주최 측에 일방적으로 ‘취소’를 통보했다. 예상치 못한 취소에 주최 측은 물론 관객, 그리고 공연에 참가하기로 예정됐던 아티스트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왜 ‘뷰민라’는 갑작스럽게, 그리고 일방적으로 취소돼야 했던 걸까?

‘너무나 당연히’ 취소되는 문화예술공연
 지난달 16일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세월호가 침몰했다. 사건 이후 국민들은 한마음으로 희생자를 애도하고 실종자가 구조되기를 기다렸다. 국가 전체가 슬픔에 빠진 상황에서 ‘세월호 사건을 추모하기 위해’ 예정됐던 문화예술공연은 대부분 취소, 혹은 무기한 연기됐다. 그리고 어느새 문화예술공연은 ‘취소되는 게 당연한’, 더는 취소돼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 됐다. 

 “지금도 오면서 또 취소 전화를 받았어요.”
 가야금 싱어송라이터인 정민아 씨도 마찬가지다. 정민아는 다른 홍대 음악가와는 조금 다른, 가야금을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모던 가야그머’다. 그녀는 7월에 열리기로 예정됐던 공연까지 취소된 상황이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하는 국립극장 주최의 공연인 ‘여우락(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 페스티벌’은 7월 4일부터 26일까지 열리기로 예정됐었다. 애도 분위기 속에 페스티벌을 축소 편성하는 과정에서 야외 공연이 모두 ‘잘리게’ 됐고, 그녀는 결국 공연을 할 수 없게 됐다.
이날 연락 받은 취소 건은 더 심했다. 정민아 씨가 작년에도, 그리고 재작년에도 참여했던 국립국악원 국악콘서트 <다담>은 공연이 취소되지는 않았다. 대신 그녀에게 출연자를 바꾸겠다고 통보했고 사실상 그녀는 ‘취소’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됐다. “갑자기 출연자를 바꾼대요. 하지만 제 음악으로도 추모 할 수 있고, 전 요즘 추모 공연을 계속 해왔어요. 너무 이해가 안 가서 이건 뒷 배경을 끝까지 알아내고 싶어요.”

 음악 공연, 정말 ‘풍악 놀이’인가?
 이유가 어찌 됐든 예정됐던 공연을 취소하는 것은 약속을 어기는 것이다. 누군가가 그 일로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미안함’조차 없이 취소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다. “약속을 파기하면서 최소한의 미안함도 없다면 이건 음악가를 ‘호구’로 보는 거나 다름없죠.”
 이런 배경에는 음악을 단순히 ‘가벼운 취미’ 정도로 여기는 인식이 바탕에 있다. 음악 공연은 정기적인 컨텐츠가 아니라고 해서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중간에 예상치 못한 사건이 터질 수도 있지만, 그러면 그 상황에 맞는 협의와 대처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과정이 생략됐다. 진정한 ‘추모’를 하려는 의도라면 아티스트와 함께 어떤 방식으로 추모를 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것이 진정한 위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단순히 공연 취소, 그리고 그것마저도 일방적인 ‘통보’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백성운 고양시장 새누리당 예비후보는 ‘세월호 통곡 속 풍악 놀이 웬말인가’라는 제목의 성명를 발표해 ‘뷰민라’ 대관을 허가한 고양문화재단을 비난하고 공연 취소를 강력하게 요구한 바 있다. 정민아 씨는 뷰민라를 ‘풍악 놀이’에 비유하는 이런 인식에 대해 명백한 ‘비난 발언’이라 말한다. “그들이 정말 풍악 놀이가 무엇인지나 아는지 모르겠어요. 그 사람들은 놀 때 했던 게 음악이고, 그래서 음악을 유흥의 도구로만 바라보기 때문에 그렇게 밖에 평가하지 못하는 거에요. 굉장히 가난한 가치관이죠.”

 세월호를 지켜보는 작은 음악가의 선언
 이들이 거리로 나선 것은 이런 이유다. 사고 이후, 우리는 단순히 배가 침몰했다는 사실 뿐 아니라 나라 전반에 걸친 문제와 직면하고 있다. 모든 국민이 그동안 왜 가만히 있었는지를 고민하며 음악가들에게는 여전히 ‘가만히 있으라’고 말했다. 그 과정 속에서 정민아와 사이는 ‘음악가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했다. 정민아는 가야금과 피켓을 들고 광화문으로 나섰고, 그러다가 사이와 함께 ‘세월호를 지켜보는 작은 음악가의 선언’을 기획하게 됐다. 뜻있는 사람들이 모였고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 음악인들에게 동참을 제안했다. 정민아와 사이, 두 사람으로 시작한 이 작은 음악가들의 모임은 어느덧 50여 팀에 이른다. “인터넷 상으로 신청한 팀만 50팀 정도 되고 개인적으로도 계속 연락이 오고 있어요. 다 합치면 금방 100팀은 넘을 것 같아요.” 그들이 하고자 하는 것은 자유로운 1인 시위다. 음악 공연이지만, 음향 장비는 없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악기와 자신들의 의견을 적은 피켓뿐이다.

▲ ‘세월호를 지켜보는 작은 음악가의 선언’ 포스터 / ⓒ세월호를 지켜보는 작은 음악가의 선언 페이스북

 잊혀서는 안 될 것들을 위해
 “오늘 하루만 어떻게 살아가기 위해 눈감아 버리는 부분이 있잖아요. 눈을 계속 감으면, 눈의 기능이 아예 없어져서 문제를 찾지도 못하게 돼버려요.” 우리 사회에는 명백히 잊혀서는 안 될 것들이 존재한다. 이번 세월호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부패한 권력이 우리와 전혀 상관없는 일이 아니라 당장 내 죽음과 맞닿아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 거잖아요. 이건 단순히 사람이 죽은 게 아니라 300명 정도의 국민을 국가가 수장 시킨 거에요. 이런 현실 속에서 사회를 바꾸려면 우리 스스로부터 바뀌어야 해요.” 세월호 사건을 잊지 않기 위해 그리고 이미 잊혀 버린 지도 모르는 음악의 가치를 되찾기 위해 음악가들은 이제 직접 행동하기를 선언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음악이 가장 전파력이 강하다는 것을 똑바로 보여줍시다. 노래는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어요.  처음에는 작은 음악가의 선언일지 모르겠지만 나중에는 큰 물결이 될 거라 믿어요.” 이들은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는다. 저번 토요일과 일요일,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될 그들의 ‘작은 음악가의 선언’이 결코 작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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