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홍(수학12)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지난해 대한민국 대표팀은 월드컵을 1년 앞두고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기억하며 홍명보 감독을 국가대표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다. 그는 ‘선수들이 소속팀에서 경기를 많이 뛰고 있지 못하다면 발탁하지 않겠다. 팀 분위기를 흐리는 선수는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선발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원칙과 함께 화려한 출발을 시작했다. 그러나 SNS 논란을 일으키며 팀 분위기를 흐리던 기성용의 발탁과 소속팀에서 전혀 출장하지 못하던 박주영을 발탁하는 등 자신이 스스로 세운 원칙을 깨며 각종 비판을 받아오더니 지난 8일 23인의 브라질 월드컵 엔트리는 ‘런던에 대한 의리’라는 얘기 등등 또다시 축구팬들 사이에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매 월드컵마다 논란은 있었지만 유난히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엔트으리’에 대한 비판이 많은 이유가 무엇일까?
이번 엔트리를 보면 가장 큰 논란거리가 이명주, 박주호 탈락 그리고 박종우, 윤석영 발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명주는 현재 K리그에서 10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라는 신기록을 수립 중이며 K리그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박주호 또한 독일 분데스리가 마인츠에서 꾸준한 활약과 함께 국가대표에서도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두 명의 발탁을 예상했지만 이명주는 ‘애매한 포지션’이라는 홍명보의 ‘애매한 변명’과 함께 런던에서 중원을 맡았던 박종우가 대신 선발 되었고 박주호 역시 ‘부상재발 우려’라는 이유로 올 시즌 내내 소속팀에서 경기를 뛰지 못하던 런던 올림픽 주전 윤석영이 발탁됐다. 이 외에도 카타르리그에서 매우 뛰어난 활약을 보이던 남태희, K리그 현재 득점왕 김승대, K리그 전북 현대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는 이동국의 탈락은 현재 해외 소속구단에서 경기를 많이 뛰지 못하고 있는 황석호, 김창수, 지동원의 발탁과 비교했을 때 이해가 되지 않고 그가 세운 원칙에 크게 어긋난다. ‘K리그에 대한 무시’, ‘런던의 아이들’, ‘홍명보의 인맥축구’가 떠오르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 홍명보 감독은 기자회견을 통해서 자신의 원칙은 자신이 깼다는 것을 너무나도 ‘당당하게’ 시인했다. 스스로 인맥축구에 대해서 인정한 셈이다. 홍명보 감독은 대신 이러한 논란을 잠재울만한 경기력을 보여 주겠다는 발표와 함께 자신감까지 보이며 국민의 응원을 부탁했고 이제는 믿고 응원을 해주자는 여론 또한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그가 처음 가지고 나온 원칙을 스스로 무참히 깨버리고도 좋은 결과로 이 비난을 이겨내겠다는 그의 말이 굉장히 씁쓸하다. 이 상황이 현 정치권을 비롯한 현 우리 사회와 너무나도 닮았기에 더욱이 더 그러하다.
‘결과가 좋으면 다 좋다’라는 명제 아래에 이번 ‘엔트으리’는 이렇게 과정에 대한 공정성, 정의로움은 또 어디론가 가버렸다. 결과를 위해서 원칙을 깨는 것은 달걀 후라이 할 때 달걀 껍질을 깨는 것보다 쉬워져 버렸고 당당한 그의 인터뷰는 ‘과정보다 결과’라는 ‘교훈’을 우리 젊은이들에게 그리고 더 어린아이들에게 심어주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도 더 걱정되는 것은 좋은 결과를 가져왔을 때의 지금까지의 논란은 하나같이 다 어디론가 도망갈 것이며 내 글 또한 분명 ‘어느 성대생의 어린 패기에서 나온 어리석은 글’쯤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아직까지 ‘과정보단 결과’의 사회에서 살고 있으니까 말이다.

▲ 한재홍(수학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