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호(중문13)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쌀쌀한 3월의 꽃샘추위 속에서 새 학기의 뜨거운 가슴을 안고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한 학기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 만개하는 개나리와 벚꽃을 보며 설렜던 가슴이 어느새 짙은 녹음을 더해가는 여름과 함께 무르익어 간다. 학교의 극장에는 저마다 한 학기 동안 열심히 준비한 공연과 연극을 올리기 바쁘고 학교 곳곳에는 매일 같이 기말 과제를 준비하는 학생들로 붐빈다. 새삼스레 학기의 끝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다. 나 또한 이러한 풍경을 보며 나의 한 학기를 돌아보는 요즘이다. 과연 나는 학기를 잘 마무리 하고 있는가하고 말이다.
이 시점에서 이러한 고민이 필요한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닌 거 같다. 바로 최근까지 논란이 되었던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의 경우다. 안대희 전 대법관은 검사 재직시절,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와 한나라당 대선자금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로 비리의 실체를 파헤치며 국민들 사이에서 안짱으로까지 불리기도 했다. 심지어 검사 최초로 팬클럽까지 형성되었었다. 하지만 요즘 그의 모습을 본다면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전관예우, 기획기부, 위장전입 및 부동산 투기 의혹, 부동산 양도소득세 탈루 의혹 등 너무나도 많은 비리가 드러나고 있다.
큰 문제가 되었던 전관예우에 대해선 2006년 대법관 임명 시 인사청문회에서 "변호사는 적정 보수에 대해 생각해야 하고 검사는 사회적 우대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던 것과 언행이 일치하지 않아 더욱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또, 전관예우에 관련해 번 막대한 수임료를 세월호 사고에 기부하려던 시점이 국무총리 지명 시점과 연관되어 선심성 기부가 아니었냐는 기획 기부 의혹도 불거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3년 매입한 아파트 가격을 부풀려 거래가액을 신고함으로써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에 대한 법규를 위반했다.
이 사실을 보며 어떠한 생각이 드는가? 공명정대해야 하는 한 명의 법조인으로서 그것도 한 국가의 대법관을 지냈던 인물의 행동이라고는 도무지 믿기가 힘들다. 한때 전 국민적인 지지를 받으며 사익을 찾기보다는 공명정대함을 중요시했던 한 사람이 이토록 무너지다니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매우 속상한 일이다. 물론 그가 검사 재직 당시 대쪽 같은 법조인이었음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그가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의 마무리가 너무나도 아쉽다.
그의 모습을 보며 마무리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는 흔히 ‘시작이 반이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등등 시작의 중요성을 강조하곤 한다. 그러나 시작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마무리이다. 시작이야 새로운 마음을 가지고 의욕적으로 행하지만, 마무리는 지칠 대로 지쳐서 의욕적이기보단 대충 끝내버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 안대희 전 대법관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그 과정이 아무리 훌륭하다 할지라도 마무리가 좋지 않다면 그 과정마저 돌이킬 수 없는 오점으로 남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끝으로, ‘마무리’의 사전적 정의는 ‘일의 끝맺음’이라고 한다. 끝맺음은 곧 다시 다른 일이 이어짐을 함축한다. 우리 모두는 좋은 마무리를 지어야 이어질 새로운 일도 좋게 시작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한 학기가 끝나가는 이 시점 모두 좋은 ‘마무으리’를 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길 기대해 본다.

▲이지호(중문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