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도희 기자 (dhayleykim@skkuw.com)

중고등학교 시절, 필수적으로 채워야 하는 봉사 시간이 있었다.
장애인생활시설에 처음으로 간 건 그 봉사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였다. 처음에는 나의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설레고 보람찼다. 그렇게 같은 시설에 계속 방문해 봉사활동을 했다. 한 번, 두 번, 방문을 거듭할수록 보람보다는 피로감이 커졌다. 적극적으로 아이들과 놀아주고,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고 노력하던 나는 언젠가부터 적당히 시간이 빨리 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봉사 시간을 채운 후에는 그곳에 가지 않게 됐다.
성대신문의 사회부 기자로 일한 지도 어느덧 3학기 째다. 그동안 우리는 ‘사회적 약자의 권익 향상을 위한 소수자의 입장 대변’이라는 위상에 따라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담아왔다. 평소처럼 신문사에 앉아 있던 어느 날, 전에 다녔던 장애인생활시설이 문득 머리를 스쳤다. 그리고 순간, 그 시설에서 내가 짧은 시간이나마 함께했던 사회복지사들이 떠올랐다.
지난해 사회복지사들이 연이어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무엇이 그들을 극단으로 몰아넣었을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회적 약자를 가장 가까이서 돕는 건 사회복지사들이다. 그런데 막상 사회복지사들이 약자의 입장에 있는 건 아닐까. 우리 사회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달해야 할 사회복지사가 행복하지 못하다면. 미처 생각해 보지 못한, 큰 충격이었다.
사회복지사는 자원봉사자가 아니다. 그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엄연한 직업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복지 인식 수준은 여전히 낮다. ‘어려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사회복지사의 월급을 왜 올려줘야 해?’라는 질문에는 할 말이 없다. 법에서 정한 임금조차도 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본인의 정당한 권리를 찾게 해주는 것에 무슨 이유가 필요한가.
한 면 분량의 기사에 그들의 이야기를 모두 담아내지는 못했다. 분량 상의 문제로 전달하지 못한 내용도 많다. 이 기사 하나가 그들에게 큰 힘이 되지는 못하리라. 다만, 그들이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 사회의 복지를 위해 열정을 쏟아내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에게도 복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단 한 명의 사람이라도 더 알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