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현웅 기자 (mylove9530@nate.com)
전역을 하고 다시 학교에 나온 지 보름을 갓 넘긴 3월 중순의 어느 날이었을 것이다. 수습기자를 모집하는 성대신문 부스를 찾아 “여기... 복학생도 받아주나요?”하며 아직 군인 티가 나는 짧은 머리를 긁적였다. 팜플렛을 건네며 “네, 들어오실 수 있어요”하고 상냥한 웃음을 지어보인 건 김도희 정기자였다. 퇴계인문관 강의실로 향하며 팜플렛을 펼쳐보았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김태형(철학12) 편집장의 말. 이어서 든 생각. ‘여기 편집장이 철학과 후배였어?’ 스물 셋, 적지 않은 나이의 복학생이 어린 선배들과 부대끼며 학보사 생활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가장 앞섰다.논술에 면접까지 치열한(?) 선발 과정을 마치고 입사한 성대신문사. 여느 동아리들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환영식을 기대했건만 첫 미팅에서 받아든 종이는 빼곡한 트레이닝 일정표였다. 쫄았다. 이제 막 민간인이 돼서 자유를 좀 만끽해보나 싶었는데, 앞으로 팍팍해질 내 복학기를 생각하니 서글퍼졌다. ‘역시, 괜히 설쳤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수습기자 트레이닝이 시작되자마자 그런 걱정은 사라졌다. 트레이너와 동기들 앞에서 내가 써온 문건을 읽고 토론을 하다 보면 내가 그럴싸한 기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역시, 기자가 내 천직이야’하며 겉멋만 잔뜩 들어갔다. 처음엔 그런 허영심으로 기자가 되고 싶었다. 아주 막연했다. 어떤 기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못했다. 트레이닝 일정을 소화해가면서 나의 기자로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깊어갔다. 마감일에 쫓겨 가며 밤새 성대신문사를 지키는 선배기자들을 보면서, 그런 선배기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무’ 기자나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들과 점점 닮아가는 나를 느꼈다. 이제 복학생 티를 좀 벗고 슬슬 학보사 기자 티가 나기 시작한다. 그러나 아직도 어떠한 기자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내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겉멋과 허세로 시작한 기자 생활을 속멋과 실세로 바꾸는 일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