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샘에 비친 자연과 일상, '빛'소리에 담다
인공 샘에 비친 자연과 일상, '빛'소리에 담다
  • 송윤재 기자
  • 승인 2014.09.24 11:22
  • 호수 15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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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카: 소리, 빛, 시간-감성을 깨우는 놀라운 상상> 전

과학과 기술. 예술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두 단어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예술가들이 있다. ‘트로이카’는 그래픽, 사진, 엔지니어링 등 서로 다른 전공의 세 작가가 바라보는 세상을 조율해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예술가 그룹이다. 이들은 자연과 일상의 사소함에서 받은 영감을 기계장치를 통해 구현해 낸다. 수리적이고 과학적인 접근방식으로 현실의 이미지를 재창조하면서도 틀에 박힌 산물보다는 우연한 결과에 초점을 두고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북적이는 광화문로를 지나 한적한 경복궁 돌담길을 따라 걷는다. 아기자기한 갤러리들이 모여 있는 골목길 사이로 보이는 간판 하나. 간판을 따라 골목길로 접어들면 ?트로이카: 소리, 빛, 시간-감성을 깨우는 놀라운 상상?전이 열리고 있는 대림미술관이 있다.
미술관으로 들어서자 마주하는 하얀 공간과 달그락거리는 소리.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두리번거리다보면 천장에 번쩍이며 움직이는 물체가 보인다. 이 정체불명의 물체는 매 순간 변화하는 구름의 움직임을 기계장치로 형상화한 ‘cloud’다. 작품 전체를 뒤덮고 있는 원형의 *‘flip dot’이 주기적으로 뒤집히며 빛을 반사한다. 관객은 구름 모양의 작품과 이를 구성하고 있는 flip dot 앞에서 공항의 전광판을 확인하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아니나 다를까 flip dot은 공항 전광판을 만들 때 쓰는 실제 기계장치. ‘cloud’가 움직이며 내는 달그락 소리는 슈트케이스가 굴러가는 소리를 닮아 현장감을 한껏 더해준다.
계단을 오르자 2층에 펼쳐진 어두운 조명의 하얀 공간. 걸음을 내딛자 반짝이는 빛이 바닥에 떨어져 파장을 일으킨다. ‘falling light’는 나이아가라폭포에서 영감을 얻어 빛을 물방울로 묘사한 작품이다. 내리는 비처럼 불규칙적으로 켜지는 빛은 바닥으로 퍼지며 점차 무지개를 이룬다. 무지개의 비밀은 LED 조명이 프리즘의 역할을 하는 크리스털을 지나는 데 있다. 관객은 멈춰버린 폭포의 물방울과 그 옆에 뜬 무지개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인공장치를 이용해 자연을 담아낸 이 작품은 트로이카의 목표를 잘 담아낸다.
떨어지는 ‘빛’ 방울을 뒤로하고 다음 전시관으로 향한다. 어디선가 마이크를 스피커에 댔을 때 나는 소음이 귀를 파고든다. 아니나 다를까 마이크가 여러 가지 전자 기기들에 둘러싸여 돌고 있다. 노트북 형광등 핸드폰 텔레비전 등 삶의 일부가 돼버린 전자기기들의 소리를 들어보고자 만든 ‘electro probe’다. 마이크의 회전을 따라 기계를 보다 보면 불현듯 방에 있는 전자기기 소리에 호기심이 생긴다. 일상이기에 보여도 보이지 않고 들려도 들리지 않았던 사물들. 그간 무관심했던 것들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10년간 계속해서 변화를 준 작품이기에 옛날 물건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3층 전시관에 들어서면 수만 개의 주사위로 수놓인 ‘calculating the universe’가 벽면을 한가득 차지하고 있다. 흰색과 검은색 주사위가 어지럽게 수놓인 이 작품은 컴퓨터 프로그램인 *셀룰러 오토마타를 이용해 만든 우연한 산물이다. 셀룰러 오토마타는 흰 주사위와 검은 주사위가 만나 세포 분열을 하듯 문양이 나뉘는 간단한 프로그램으로, 단순한 프로그램은 간단한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트로이카는 이것이 우연하게 반복될 때, 복잡하지만 오묘한 하나의 이미지가 창조된다는 것을 발견한다. 멀리서 바라보자 겹쳐 서 있는 피라미드가 떠오른다. 다른 시점에서 바라보면 바람에 휘청거리는 나무들의 군상이 보이기도 한다.
통로를 가로지르면 수만 개의 주사위에 지친 눈을 쉬게 해주는 흥미로운 작품이 등장한다. 천장에 매달려 서로 다른 길이로 이뤄진 23개의 검은 띠가 구를 이뤄 움직이는 ‘the sum of all possibilities’. 검은 띠가 제각기 다른 궤도를 따라 도는 것은 지구의 자전을 연상시킨다. 천장의 장치가 검은 띠의 집합을 규칙적인 모양으로 만드는 것은 공전하고 있는 지구를 닮았다. 그러나 어떤 모양을 만들지 종잡을 수 없던 이 장치는 12분마다 한 번씩 구를 만들며 처음 시작했던 그 모양으로 되돌아간다. 한자리에 머물러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우주의 오묘한 질서가 느껴진다. 가끔 하트모양으로 변하는 찰나를 포착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
4층에는 마지막 작품 ‘arcades’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며 관객을 기다린다. 트로이카는 ‘인공적으로 빛을 구부릴 수 없다’는 진리를 우연한 반사 장치를 통해 실현해 보인다. 중세 유럽의 성당처럼 고딕양식의 아치 구조를 사용해 빛을 구부린다. 빛을 강조해 작품을 더욱 신비롭고 몽환적으로 만들어주는 드라이아이스. 관객은 빛으로 된 아치 구조 사이를 통과하자 거울 안으로 들어가는 기분을 느낀다. 빛의 무한함을 생각할 때 어쩌면 이 작품은 위로 끝이 없는 가장 거대한 아치 구조가 아닐까.

*flip dot=전광판을 이루는 작은 알갱이로 전류가 흐를 때 뒤집혀 빛을 반사한다.
*셀룰러 오토마타=각 셀들의 상태가 이산적인 시간에 따라 주변 셀의 상태에만 지역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는 가정 하에 셀들의 반응과 그로부터 생겨나는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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