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과캠 만남 - ‘로봇다리’ 수영선수 김세진(스포츠 13) 학우

기자명 최지석 기자 (jskchoi920@gmail.com)

16살. 보통은 중학생일 나이다. 하지만 16살의 나이로 벌써부터 세상의 관심을 받고 있는 수영선수가 있다. 작년 우리 학교 스포츠과학부에 입학한 김세진(스포츠 13) 학우는 선천성무형장애로 다리와 한 손이 없이 태어났음에도 수영선수의 길을 택했다. 더 나아가 △2009 런던 세계장애인수영선수권대회 3관왕 △2012년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7관왕 △2013년 통영 오픈워터스위밍 대회 남자 일반부 2등 수상 등 수많은 대회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 김 학우가 수영선수를 시작했을 당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은솔 기자 eunsol_kim@skkuw.com

수영선수의 꿈을 가지게 되다
어린 시절, 그는 두 다리와 오른손의 세 손가락이 없었다. 지금의 다리를 얻기 위해 그는 수술을 해야 했다. 어린 나이로는 감당하기 힘든 수술이었지만, 그는 병원의 친구들과 어울리며 밝게 지냈다. “수술 후에 다른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며 걷고, 같은 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견딜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수술은 시작이었을 뿐, 그가 그 다리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긴 시간의 재활훈련이 필요했다. 매일 넘어지는 연습을 하고 힘든 훈련을 견뎌야 하는 나날이 계속됐다. 힘들었지만, 이러한 경험은 그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가 운동선수로서 외부적인 요인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자세를 갖추게 된 것도 이런 어린 시절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렇게 ‘로봇 다리’를 얻은 그는 수많은 활동을 해나갔다. 로키 산맥을 오르고, 마라톤을 완주하는 등 일반인들도 쉽사리 하지 못하는 활동에 도전했다. 두렵기도 했지만, 그는 스스로에게 자신이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힘들 때마다 새로운 일들에 도전했어요. 그러면서 제가 힘든 것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용기가 생겼어요.” 그런 활동 중 그에게 특히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이 바로 수영이었다. 물에 뜨며 느낄 수 있는 자유로움은 그가 계속해서 수영에 집중하도록 만들었고, 소심했던 성격을 고치는 배경이 됐다. 그렇게 그는 수영선수의 꿈을 갖게 됐다.
그러나 수영선수가 되는 길이 쉽지만은 않았다. 중학교 때 시합에 출전하느라 시험을 치지 못해 0점을 받기도 하고, 축구 수행평가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등 학교 활동과 수영 선수로서의 활동의 충돌이 많았다. 결국, 그는 중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보게 됐다. 검정고시 결과가 비교적 잘 나오며 그는 우리 학교 스포츠과학부 13학번으로 입학하게 됐다.

▲ 2013년 뉴욕 허드슨강 10킬로미터 수영 마라톤 대회에 장애인으로서 최초로 출전해 18세 미만 1위를 차지한 김 학우. /ⓒ김세진 제공

선수가 아닌 ‘학생’ 김세진
수영선수이면서 동시에 대학생인 그는 학업과 운동 두 가지 모두를 해내야 한다. 시합이 많았던 올해는 수업을 하루에 몰아서 듣고 나머진 날에는 훈련에 매진했다. 시험과 시합 날짜의 간격이 하루밖에 되지 않아 시험을 치르자마자 시합에 나가야 한 적도 있었고, 평소에도 훈련을 끝마친 후 새벽까지 시험공부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러한 자신의 대학생활에 만족한다. “저보다 나이 많은 동기와 선배의 생각과 경험도 들으며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훈련 외의 과목을 공부하는 재미도 있다. 그는 일반적인 선수들과 달리 코치 없이 훈련할 때가 있었다. 그런 그에게 ‘스포츠 코칭론 심리학’은 본인의 훈련을 피드백할 수 있는 수업이었다. 또, ‘스피치와 토론’ 과목 역시 말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게 해 준 고마운 수업이었다. 그에게는 학교 자체가 특별하다. “예전에는 운동선수 김세진이라고 저를 소개했다면, 이제는 성균관대학교 학생 김세진이라고 저를 소개할 수 있다는 것에서부터 제 자부심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꿈은 끝나지 않았다 
 현재 그의 가장 큰 목표는 올해 10월에 개최되는 인천 아시안 게임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것과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다. 특히 리우 올림픽은 그에게 있어 하나의 시험대다. 2년 뒤 대학교 4학년을 맞이하는 그는 졸업과 올림픽을 병행해야 한다. 부담이 되는 상황에서도 그는 훈련을 계속하면서 꾸준히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 그의 목표는 단지 수영에서의 성과에 그치지 않는다. 올림픽 이후에는 학업에 매진할 생각을 가지고 있는 김 학우는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하며 더 넓은 범위의 활동을 진행할 생각이다.
특히 심리학과 스포츠 마케팅은 그가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다. 학부에서는 스포츠 심리학을, 대학원에서는 일반심리학을 배울 계획이다. 또한,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비인기종목이 보다 많은 인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학업을 마친 이후에는 명예직인 IOC 위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IOC 위원으로서 실력이 있는데도 여러 가지 이유로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하는 환경에 있는 아이들을 돕고 싶어요.” 이런 그의 바람은 현재 하고 있는 일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봉사 활동을 했다.
수영선수 생활과 학업으로 바쁜 지금도 봉사활동을 하고 있고, 인도네시아의 한 아이와 결연을 맺어 자신의 의족을 보내주는 등 여러 힘든 아이들의 다리가 돼주고 있다.
또한, 한국을 세계 여러 나라에 홍보하고 싶은 소망도 있다. “예전에는 제가 국제대회에서 상을 타면 태극기나 애국가가 준비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았거든요.” 지금은 예전보다는 상황이 낫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한국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것이 그의 또 다른 꿈이다.
어린 나이지만 커다란 곤경을 극복하고 수많은 일에 도전한 김 학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두 가지를 말했다. 하나는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해보라는 것. 두려움을 극복하고 수없이 많은 일에 도전한 그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다.
또 다른 하나는 자신의 좌우명. “세상을 기대하는 아이가 아닌, 세상이 기대하는 아이가 돼라.” 다들 힘든 상황에 처할 수 있지만, 그것을 본인의 의지로 극복해나가자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장애인 수영선수가 아닌, 뛰어난 수영선수로 다른 이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는 김 학우. 꿈을 이루기 위한 그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