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히 벡이 던지는 옐로우카드 , 위험사회
울리히 벡이 던지는 옐로우카드 , 위험사회
  • 강신강 기자
  • 승인 2014.09.24 11:29
  • 호수 15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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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울리히 벡 독일 뮌헨대 교수가 서울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해방적 파국, 기후변화와 위험사회에 던지는 함의'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강신강 기자 skproject@skkuw.com

현대 사회는 위험하다. 독일 뮌헨대 울리히 벡 교수는 서구 중심의 산업화와 근대화로 인해 근대 이후 사회가 처한 상황을 ‘위험사회’로 묘사했다. 책 제목이기도 한 ‘위험사회’는 안전이 중요한 문제로 떠오른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눈여겨봐야 할 주제다. 벡 교수는 지난 7월 ‘2014 서울 국제 학술 대회’에 참가해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린 바 있다.
‘위험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선 ‘현대성’에 대한 개념 설명이 필요하다. 현대성이란 17, 18세기 서유럽의 서구적 제도와 합리주의로 대표되는 의식이 전 세계로 확산된 것을 의미한다. 당시 현대성과 관련해 하버마스로 대표되는 옹호론자도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포스트모더니즘을 외치던 사람들도 있었다. 이와 달리 벡 교수는 앤서니 기든스와 함께 ‘성찰적 현대화’라는 제3의 길을 제시한 사회학자다.
 
위험사회는 성공에 눈 먼 시대가 그린 초상
 벡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90년대 후반 우리는 제1현대를 맞이한다. △계급구조에 뿌리박은 대중정당 △남녀 역할구분에 기반을 둔 핵가족 등장 △사회와 민족국가의 동일화 △완전고용사회 등이 제1현대의 특징이다. 제2현대는 바로 제1현대의 특징들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는 시대를 뜻하고, 그 시대가 바로 지금이며 이를 ‘위험사회’라 부른다. ‘위험사회’란 역사상 유례없이 거대한 풍요를 이룩한 근대 산업 사회의 원리와 구조 자체가 파멸적 재앙의 사회적 근원이 되는 사회를 뜻한다. 위험은 인류가 이룩한 성공이 낳은 부산물인 셈이다.
제1현대가 제2현대로 바뀌는 것이 왜 위험한 것일까? 핵심은 위험에 대한 객관적 분석과 사회적 인식의 인과 관계가 모호해진다는 데 있다. 이는 과학의 발달로 어떤 대상에 대한 연구결과가 발표되더라도 그 결과가 대상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과는 별개임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제2롯데월드 개장을 앞두고 기술적 결함이 없음을 보여주기 위해 프리오픈을 비롯한 여러 노력을 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안전문제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그렇다. 벡 교수는 위와 같은 상황을 제2현대의 징표라고 주장한다.

위험, 개인의 문제 아닌 모두의 문제
그는 저서에서 ‘위험사회’의 다섯 가지 특징을 제시한다. 그 중 “빈곤이 계층적으로 차별적이었던 것에 반해 위험은 민주적이다”는 주장은 위험사회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낸다. 3년 전 폭우로 우면산이 무너져 내리면서 여러 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사망자 중 대기업 회장의 부인도 있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다. 안타까운 사고였지만 위험이 가진 성격을 잘 드러내는 사건이었다. 위험은 빈자와 약자뿐 아니라 부자와 강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불안한 사회 속에서 변하고 있는 개인을 분석하는 것은 위험사회를 이해하는 또 다른 요소다. 제2현대가 도래하면서 개인주의는 자연스레 퍼졌고 개인은 이전엔 누릴 수 없었던 자유를 얻었다. 과거 사회적으로 규정됐던 생애를 개인이 직접 결정하면서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얻게 된다. 현대화 결과 개인은 점차 독립적으로 변하지만 한편으로 전문가와 그들의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은 인지적 주권을 상실하며 선택에 대한 불안을 새로운 위협으로 느낀다.

문제 해결의 열쇠는 아래로부터의 정치
벡 교수는 성찰적 현대화가 나은 새로운 위험 속에서 개인이 ‘성찰적 대응’을 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 사회는 제도의 위기와 개인의 위기에 직면했다. 개인은 교육, 취업, 결혼, 고용 안정, 노후 등을 포함해 삶 속 모든 지점에서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 벡 교수는 올여름 한국을 방문했을 때 개인적 문제를 세대 차원에서 해결하는 것을 제시했다. 그는 지구온난화가 몰고 온 지구촌 협력을 예로 들며 “때로는 나쁜 것이 뜻밖의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이것을 ‘탈바꿈’이라는 용어로 설명했다. 다시 말해, 비슷한 문제에 처한 세대가 뭉쳐 하위 정치를 활성화하고 이것이 제도권 정치로 확대된다면 여러 위험 상황을 대부분 좋은 방향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해방적 파국’이라는 용어는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 파국은 으레 부정적으로 쓰인다. 그러나 그는 파국에 대해 성찰적으로 대응한다면 사회를 긍정적 방향으로 이끌 해방적 파국으로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우리가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있고 파국으로 치닫는 중이라고 진단한다. 해방적 파국을 위한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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