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소 - 정종원(글리 11)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지난 주말 TV 프로그램 ‘MBC 진짜사나이-여군 특집’을 보았다. 전역한지 약 3주 만에 집에서 보내는 여유로운 시간이었기에 또 민간인 신분으로 보는 군 관련 프로였기에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었다. 생각 없이 TV를 보던 중, 한 출연자의 말이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우린 언제 웃을 수 있어요?”라는 말. 곰곰이 생각해보면 필자 역시 훈련소에 입대하고 나서 그리고 상병 계급을 달기 전까지 마음 놓고 웃어본 일이 얼마나 될까를 떠올려보면 그리 많진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그렇게 웃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야 했을 정도이니깐. 사실 웃음이라는 것은 인간의 가장 근본적이고 자연스러운 감정의 표현방식이며 사회를 이루고 조직을 꾸려나가는데 있어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군대에서는 (내부적) 군 기강 해이와 위계질서 확립 등의 이유를 대며 이러한 기본적인 행위와 심지어 감정들까지도 통제하려고 한다. 바로 이런 것들이 병사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그 상처가 곪아 결국 터지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2014년 상반기, 대한민국 군(軍)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과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지난 6월에 일어난 22사단 총기 난사 사건, 그리고 이번 8월에 일어난 28사단 윤일병 사건과 동반자살 사건까지. 이들 대부분이 내무생활과 관련한 문제가 주요 원인이었다고 한다. 나또한 군 생활을 돌이켜봤을 때 가장 힘들고 기억에 남는 것이 바로 내부 사람들 간의 관계였다. 단체생활을 하는 군 조직의 특성상 각 개인의 인권과 자유보다는 집단의 가치가 더 중요시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계급과 상하(上下)의 순리대로 돌아가는 것, 또 서로간의 소통 대부분이 명령과 복종인 것, 그것이 군대 내의 인간관계이다. 바로 이런 인간관계 속에서 병사들에게 정신적 고통에 대한 해결책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수단은 대화와 소통이다. 그러나 특정 이유로 자꾸 이런 것들을 통제하려 한다면 앞으로 임병장, 윤일병과 같은 사건들은 되풀이 될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흐름을 따라야 하듯이 우리 군도 이제는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응답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군 내부 문화의 개선이다. 군 지휘관들이 솔선수범해서 병사 문제에 관심을 갖고 그들을 업무에 쓰는 도구가 아닌 인권의 주체로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또한 일과와 훈련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병사들의 권리와 자유를 점차 늘려가는 방안도 절실해 보인다. (이러한 면에서 볼 때 현재 논의되고 있는 휴가·외박·면회의 증대와 휴대전화 사용 등의 방향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부대 안에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내부적으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 가해자와 책임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고 더불어 군사법원의 개혁도 필요하다고 본다. 즉,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군 당국 외에 정부와 사회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옛 말에 고인 물은 반드시 썩는다고 했다. 더 이상 군대 내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징병제를 택하고 있는 여건 상 군대 문제는 단순히 군 관련자들뿐만 아니라 현역 복무를 하는 당사자들과 그들의 가족들, 그리고 미래의 입대 예정자들까지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내부적으로 쉬쉬할 것이 아니라 드러내놓고 사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그 해결책 또한 비정상의 정상화 과정을 통해 기본적이고 자연스러운 것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다. TV 프로그램 속 질문인 “우린 언제 웃을 수 있어요?”에 대한 대답이 조속히 나오길 바라는 바이다.

▲ 정종원(글리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