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수민 편집장 (skkusue@skkuw.com)

<세계 명문 대학에는 현수막이 없습니다. 현수막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게시하여 주시고, 지정된 장소이외 설치시 임의 철거할 수 있습니다.>
지난 학기 우리 학교 인사캠 셔틀버스 정류장에 근처에 붙어있던 ‘현수막 게시 준수사항’ 안내 표지판의 일부다. 학교 본부는 어떤 내용의 현수막이 게시될 것을 우려한 것일까. 학우들로부터 어떠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두려운 걸일까.
저번 주 수요일 우리 학교 인사캠에서는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 불허한 성균관대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번 기자회견은 간담회를 위해 유학/문과대 행정실에 강의실 대여를 요청했지만, 이를 승인해주지 않은 학교측을 규탄하기 위해 마련됐다. 학교는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가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간담회를 위한 강의실 대여 요청을 반려했다. 간담회 기획단 학우들은 즉각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고, 다른 학우들도 이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결국 기획단은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들의 의견을 알리기로 결정했다. △경희대 △서울여대 △성공회대 △숭실대 등에서는 학교의 별다른 제재 없이 열린 이번 간담회. 하지만 왜 유독 우리 학교에서는 이를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강의실조차 제공하지 못했던 것일까. 기자회견 후 기획단 학우들이 행정실을 방문해 행정실장에게 자신들의 의견을 담은 ‘항의서한’을 전달했지만, 행정실측은 이마저도 거부했다. “학생이 전달할 내용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전달되지 못한 항의서한은 행정실 데스크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번 일은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가 가지는 의미를 넘어 그 이면에 존재하는 학교 본부의 사고방식이 고스란히 드러난 사건이다. 단순히 어떤 사안이 ‘정치적으로 이슈화됐다’는 이유로 우리 학교 안에서 배제돼야 한다면, 성균관대학교 학우들은 앞으로도 사회·정치적인 사안에 대한 목소리를 내지 말아야 하는 것인가. 대학생의 사회 참여가 갈수록 줄고 있는 요즘이다. 비록 지금은 많이 약화됐지만, 우리나라의 역사의 한 축을 담당해 온 대학생의 역할을 그 누구도 무시할 수는 없다. 대학생의 목소리는 우리나라의 정치적 격동기에 그 시대를 바꾸는 원동력이었다. 
그래서 묻고 싶다. 세계 명문 대학에는 학우들의 목소리가 없습니까? 그런 곳이 과연 명문 대학으로 불릴 자격이 있습니까? 학교는 언제나 학우들의 공론장이 돼야 한다. 자유롭게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치고 박고 논박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돼야만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단순히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침묵하라’고 가르친다면, 그것은 학우들을 너무나 편협한 틀 속에 가두는 일이 될 것이다. 단순히 ‘지표’로 평가받는 명문대학이 아니라 진정한 ‘지식’을 가르치는 학교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