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송윤재 기자 (songyoonjae92@skkuw.com)

지난달 25일 취재차 광주에 다녀왔다. 어릴 적부터 가족과 함께 여행을 즐기던 나로서, 광주에 간다는 것은 상당히 설레는 일이었다. KTX로 경부선을 타면 대전은 58분, 부산은 2시간30분이면 도착한다. 서울에서 부산보다 가까운 광주는 당연히 2시간이면 갈 줄 알았다. 웬걸 광주까지 호남선은 3시간40분이 걸렸다. 더욱 놀라운 것은 고속버스로도 3시간40분이 걸린다는 것이다. 똑같은 KTX로 달리는데 왜 경부선과 호남선에는 차이가 있는 것인지, 전라도를 대표하는 ‘예향’이자 ‘의향’인 광주 가는 길이 왜이렇게 힘든지 의문이 들었다. 처음에는 왜이렇게 먼길을 가야하는지 불만이 앞섰지만, 기차가 300km로 달리는 이 시대에도 지역차 존재한다는 것을 채감할 수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맞이한 광주 비엔날레의 웅장한 스케일은 어떻게 20년이나 지속될 수 있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그동안 봐왔던 전시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작품수. 나를 기다리고 있는 413점의 작품은 강한 취재의 욕구보다는 패배감을 엄습하게 했다. 장장 3시간동안 작품의 홍수 속에서 떠돌던 나는 ‘광주정신’과 ‘터전을 불태우라’는 혼란스러운 의미를 몸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광주를 떠나 서울로 오는 버스 안. 머리 속에 떠도는 수많은 작품을 곱씹으며 작품들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연결지어 나갔다.
광주 비엔날레의 여독이 채 풀리지도 않은 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20주년 기념 특별프로젝트 달콤한 이슬 1980 - 그후’의 윤범모 큐레이터를 만났다. 푸근한 인상의 윤 큐레이터. 학생 기자 출신답게 기자들의 애환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었다. 수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지만 내 뇌리를 스치는 것은 단 한마디였다. ‘민주항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돌아오는 버스에서도 풀리지 않았던 광주비엔날레의 의미가 한순간에 풀리는 듯했다. 광주비엔날레는 한국사회에서 아직 민주항쟁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려는 것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