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수레
빈 수레
  • 성대신문
  • 승인 2014.11.02 14:41
  • 호수 1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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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소 - 강민형(한교 11)

세상에 '빈 수레가 요란하다'라는 말이 있다. 별로 아는 것도 없는 사람이 자기 잘났다고 떠들어대는 것을 비꼬는 표현이다. 내가 주변에서 참 많이 들었던 말이다.
실제로 나는 무언가 질문이 들어오면 알든 모르든 간에 일단 답하고 본다. 그리고 최대한 머리를 굴려서 나름대로 답을 만들려 한다. 그것이 답이라면 상관없지만 문제는 그렇게 해서 망신을 당한 경우가 꽤 많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서 "저 자식, 잘난 척만 되게 하네", "재수 없네" 등의 코멘트를 들은 적도 심심치 않게 있다.(그나마 이건 양호한 축에 속한다)
그 여파로 인해 나는 엄청 주눅 들었다. 그래서 수업에서 점차 말이 없어지고, 알게 모르게 입에다 재갈을 물린 채로 그렇게 생활하게 되었다. 그렇게 우여곡절을 거쳐서 지금 여기 명륜동에서 공부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처음에 입학할 때는 그저 있는 듯, 없는 듯 지내고자 하였다. 그러다가 문득 '빈 수레'를 떠올리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빈 수레도 가만있으면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 아닌가?  그리고 또한 그 수레가 비었는지 찼는지 신경 쓸 이도 없을 테고. 생각이 거기까지 이르니 갑자기 나는 그동안의 침묵을 반성하게 되었다. 상아탑에서 학문을 배우게 된 이상, 내 머릿속에는 계속 무언가를 채워야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나는 계속 텅텅 비어있는 내 지식의 빈 수레를 계속 요란하게 울려야 한다. 그래야만 나에게 지식과 지혜가 채워질 것이고, 이로 인해 진리를 터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 이제는 움츠리지 말고, 나를 드러내자. 부족한 나를 솔직하게 고백하고 겸허하게 나를 채워보자.’
그때부터 나는 강의실에서 누구보다 적극적인 학생이 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마음을 먹은 후 어느 수업에서 선생님께서 民無所措手足(민무소조수족)이라는 구절을 읽어볼 사람을 찾았을 때, 내가 번쩍 손들고 ‘민무소착수족’이라고 잘못 읽어서 강의실을 폭소에 빠트린 적이 있었다. 선생님께서는 ‘비록 글을 잘 못 읽었지만, 읽어보려는 자세는 훌륭하구먼’하고 나를 격려하셨고, 나는 거기서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그때의 잘 못 읽은 한자가 역설적으로 나의 의욕을 고취시켰고, 지금까지 전공에 대한 흥미와 노력의 원동력이 되었다.
나는 오늘도 캠퍼스에서 ?나는 모자랍니다?라고 광고하며 부족한 나를 드러낸다. 그리고 이제는 강의실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나를 숨기지 않는다. 이것은 ‘나 잘났소’하는 자만이 아니라 ?나는 텅텅 비었습니다. 나를 채우고 싶습니다. 여러분들로부터 끊임없이 배우고 싶습니다?라는 어리석은 사람의 간절한 소망이다. 종종 시행착오도 겪지만 그래도 나의 부족과 무지를 드러내며 다른 사람으로부터 지혜를 배우며 나를 채우려 노력하고 있다.
혹시나 내가 나 자신에 대해 막 떠벌리는 것을 보시는 분이 있으시다면, ‘아, 모자란 인간이 배우려고 용쓰고 있구나’하고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나라는 빈 수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채우기 위해 열심히 요란하게 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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