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소 - 김민기(사과계열 14)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전국의 대학생들에게는 매 년 두 차례씩 크나큰 시련이 다가온다. 수강신청이 그것인데, 정시 알림 음과 함께 수강 신청이 시작되면 다급히 수강신청 버튼을 눌러보지만, 현실은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은 하얀 화면을 바라보며 피 말리는 시간을 보내야 하고, 어쩌다 접속된다 하더라도 원하는 수업은 이미 꽉 차있기 일쑤다. 거기에 보험으로 생각해둔 수업마저 수강신청에 실패하면 생판 모르는 수업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들어야 한다. 가끔 멀티 터치가 가능한 노트북을 이용해 한 번에 모든 수강신청 버튼을 눌러 ‘올킬’을 달성하는 대단한 사람도 보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수강신청 한 번 할 때마다 4년 동안 받을 스트레스 다 받는 느낌이다. 수강신청일이 다가올수록 끔찍함과 괴로움이 몸을 압박해 온다. 수강신청은 선착순으로 끝나기 때문에 순전히 컴퓨터의 성능과 몸의 반응속도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더욱 바람직한 수강신청을 위해 그 두 가지 조건을 향상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분명 이론상으로 우리가 상황을 발전시킬 수 있긴 하다. ‘더 나은 컴퓨터’에서 ‘더 빨리 클릭’하면 되니까. 하지만, 컴퓨터가 빨라봤자 일정 수준만 넘어가면 별 차이가 없을 뿐더러 서버가 막히게 되면 컴퓨터의 성능이 의미가 없게 되며, 모두가 정시에 클릭하는 상황에서 몸의 반응속도는 기껏 해봐야 1피코초밖에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미묘한 차이가 커다란 수강신청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발전시킬 수 있지만 발전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더 빨리 클릭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휩싸이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수강신청이 끝날 때까지 온갖 스트레스와 피로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이러한 악몽 같은 수강신청을 없애버리기 위해 수강신청을 추첨제로 바꾸는 것이 어떨까 한다. 시스템은 이렇다. 우선 학점제한을 두고, 학점에 맞게 추첨권을 넣는다. 수강신청시간이 되면 각 수업마다 추첨권을 토대로 추첨권 안에서 수강신청 인원대로 배정을 한다. 배정이 끝나면 추첨 결과를 통보하고, 재추첨권을 준다. 추첨은 20분 간격으로 실시되고, 학점 안에 추첨을 끝내면 수강신청이 완료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A~Z라는 수업이 있는데, 나는 A,B,C,D,E,F 수업을 듣고 싶다. 그러면 1차 수강신청 시간 전에 나는 A~F 수업에 추첨권을 넣는다. 1차 수강신청 시간이 되고, 추첨 결과 A,C,E 수업이 당첨되었다. B,D,F 수업은 실패하였으니, 대체수업으로 생각해 놓은 G,H,I를 넣는다 2차 추첨 결과 G,H 수업이 당첨됐고, 3차 추첨 때 다른 대체수업 J를 추첨권에 넣고, 당첨된다. 이렇게 수강신청이 완료되는 것이다.
이렇게 바뀐다면 우리는 수강신청에 대한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실시간으로 사라지는 수업들 속에서 어떤 수업을 들어야 하나 우왕좌왕 하다가 정보도 전혀 없는 수업을 듣게 되는 것이 아니라, 침착하게 전략을 세워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물론 이렇게 바뀌면 나름의 단점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기존의 선착순제가 주는 강박관념의 스트레스는 없어질 것이다. 혹자는 선착순이 가장 공평하다고 하지만, 정말로 공평한 것은 컴퓨터의 성능이나 몸의 반응속도 모두 반영이 안 된 추첨제가 더욱 공평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