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장벽 허물 수 있도록 항상 고민하고 또 고민해요"
“고전의 장벽 허물 수 있도록 항상 고민하고 또 고민해요"
  • 윤나영 기자
  • 승인 2014.11.02 14:57
  • 호수 15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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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후설’ 집필자 하승현 연구원 인터뷰

최근 고전번역원에서 출간한 책 '후설'은 지금까지 번역된 승정원일기를 바탕으로 승정원일기의 가치를 널리 알려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책 집필을 주도했던 한국고전번역원 연구원을 만나 고전 원문의 번역과정과 '후설'을 출간한 배경에 대해 들어봤다.

▲ 지난 해 출간된 책 '후설'.

최근 세계기록유산인 승정원일기가 ‘후설’이라는 대중서로 세상에 나왔다. 어떻게 해서 출간 되었나.
승정원일기의 자료적 가치가 높고 활용 가능성이 크지만 현재 속도로는 근 백 년 후에야 완역된다. 여기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고, 작년 5월 국회에서 승정원일기 번역 확대를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그 과정에서 승정원일기의 가치를 널리 알려서 조기 완역에 대한 여론을 결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렇게 승정원일기에 대해 소개하는 책을 만들자는 의견이 나와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고전번역원에선 주로 교육부 수탁사업으로만 책을 출간했는데 이번엔 사업본부에서 직접 ‘후설’이라는 승정원일기 소개서를 기획하게 됐다.

승정원일기의 가치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실 것 같은데.
대부분의 역사서들은 조선왕조실록처럼 한 왕조가 끝난 뒤 편찬자의 시각에 따라 자료를 취사선택한 후 편찬한 것이다. 편찬자의 주관이 많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승정원일기는 현장에서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그대로 기록한 것이다. 아무래도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적다. 또한 글의 성격도 생생하기 때문에 왕의 희로애락이 여과 없이 드러난다. 성균관 유생이 올린 상소에 진노해 서진으로 책상을 내리치고, 상소를 계단 아래로 던지기도 하고… 이런 부분들을 보면 승정원일기 기록의 우수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보통 고전 번역은 어떤 과정을 거쳐 진행되나.
먼저 전국에 있는 판본을 수집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여러 판본을 비교해 오탈자가 적고 내용이 풍부한 선본들을 선정한다. 번역원에서는 그 선본들을 비교, 대조해 새로운 판본을 제작한 뒤 그것을 바탕으로 번역을 진행한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일본의 다양한 역사서를 참고하면서 매일 일정량을 번역한다. 하루 작업량은 보통 원고지 10매 정도다. 일정 기간마다 모여 번역한 결과에 대해 토론하면서 합의된 부분을 모으는 형식이다.

번역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한문과 한글의 장벽을 허무는 일이다. 이 장벽은 단순히 시간이 흘러서 생겼을 수도 있고, 우리 사회의 가치관이 바뀌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번역 과정에서 부연 설명을 더 하려고 노력한다.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의 시각으로 봤을 때 과연 어떤 것이 그들에게 장벽이 될까를 항상 고민하고 있다. 일반인이 이 사건에 대해 언급해주지 않아도 과연 이해할까, 어떻게 하면 독자에게 더 친절한 번역이 될까를 계속 생각한다.

오역 논란이 없을 순 없을 것 같다.
최선을 다 하지만 오역이 나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한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번역원 내에는 오역을 줄이기 위한 여러 시스템들이 있다. 처음 번역을 하게 된 분들에게는 자문 선생님이 붙어 번역 과정에서 나온 것들을 수시로 자문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팀을 이뤄 번역 결과들을 강독하고 생각을 나누는 ‘공동 번역’이라는 것도 있다. 그렇게 원고를 만들었다고 해도 바로 책으로 나오는 게 아니라 까다로운 평가 과정을 거친다. 내부 선임연구원들의 평가에서 85점 이상이 안 되면 재번역을 해야 한다. 재번역에서 또다시 85점을 넘지 못하면 위촉이 중지된다. 그렇게 평가를 마친 원고도 교정 과정에서 지적을 받으면 다시 역자들이 그 부분을 체크를 한다. 철저한 시스템으로 오역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번역 과정에서 개선됐으면 하는 점이 있나.
현재 번역 사업에 참여하는 번역원 직원은 45명 정도다. 승정원일기 번역팀에는 내부 직원 12명, 외부 번역위원 28명이 번역에 참여하고 있다. 사실 번역 인력이 많이 부족한 편이다. 개인적으론 번역 인력이 앞으로 많이 충원돼 연구와 번역을 병행할 수 있는 여건이 더 잘 갖춰지길 바란다. 빨리 번역을 해야 하는데 번역할 인력은 많지 않고, 그러다 보니 번역 과정에서 생긴 의문에 대해 연구하고 싶어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고전 번역이 대중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나.
고전은 경험의 기록이다. 내가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때 같은 문제를 겪었던 사람이 그것에 대해 얘기해주면 정말 큰 도움이 되지 않나. 고전도 그렇다. 인간관계에 오는 문제건 사회적으로 부조리한 관계에서 느끼는 문제건, 시대는 다르고 형태는 다르지만 옛날부터 쭉 존재해왔을 것이다. 그래서 고전에는 오늘날의 문제를 해결할 힘이 있다. 번역을 통해 그런 고전의 가치를 대중들과 공유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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