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는 아우성, ‘몸짓’으로 말하는 우리네 일상
소리없는 아우성, ‘몸짓’으로 말하는 우리네 일상
  • 송윤재 기자
  • 승인 2014.11.09 22:52
  • 호수 15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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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과의 동행 - 마임이스트 고재경

익살스러운 표정의 피에로가 외발자전거를 타고 등장할 것만 같은 ‘마임’. 모든 연기의 기본이 됨에도 생소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몸짓만으로 연기하는 마임에 사람들은 ‘답답하지 않을까’하는 의문을 던진다. 1987년부터 줄곧 ‘비주류’ 마임이라는 한 우물만 파온 사람이 있다. 지난 5일 저녁 국립극장, 진주에서 막 올라온 마임이스트 고재경을 만났다.

▲ 고재경 마임이스트가 자신의 마임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정현웅 기자 dnddl2004@

27년간 해온 ‘마임’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마임은 대상물의 특성이나 성격 등을 모방하는 것이다. 그대로 대상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고 본질을 왜곡시키지 않는 선에서 공연자의 관점이 들어간다. 나의 경우 고등학교 졸업 후 마임을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마임에 대해 큰 꿈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극단에 들어가서 우연히 보게 된 선배의 마임이 그 시작점이 됐다.

마임을 통해 주로 무엇을 표현하나.
‘사람들의 일상’을 주제로 마임을 한다. 서민과 소시민들의 일상과 우리가 살아가면서 꿈꿔야 하는 것들을 마임으로 풀어낸다. 일상이 주된 소재기 때문에 시장의 풍경, 행인들의 걸음걸이와 동작에서 영감을 얻는다. 일상생활의 행동에는 각자의 특성이 드러나는데, 이를 ‘왜 그럴까’하며 이해하려 노력하기 보다는 움직임 자체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마임은 몸짓이기에 말로 하는 연극보다 표현하기 어려울 것 같다. 몸짓만으로 주제를 담아낼 수 있을까.
마임이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은 편견이다. ‘말이 없다’는 전제에서 오는 답답함일 뿐 마임 자체가 지루한 것은 아니며, 말을 배제하고서도 주제를 풍부하게 담아낼 수 있다. 1968년에 우리나라에 처음 1인 무언극이 들어왔는데, 그때부터 마임이 1인 무언극이라는 정의가 내려진 것 같다. 그러나 말을 최대한 배제하는 것이지 아예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여러 명이 말을 곁들여 마임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한편, 내가 마임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움직임은 역설적이게도 ‘정지’다. ‘정지’의 한순간을 잡아내기 위해 바쁘게 움직인다. 정지하는 순간 관객은 집중하게 되고, 이전의 움직임과 연관 지어 정지의 의미를 유추하게 된다.

▲ /ⓒ마임공작소 판 제공












 

 



1992년부터 ‘고재경의 마임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어떻게 구성되는가.
그동안 해왔던 공연 중에 관객의 반응이 좋았던 작품을 뽑았다. ‘황당’, ‘나비’ ‘기다리는 마음’에 코믹한 주제를 추가해 5개의 에피소드로 구성했다. 황당은 일상에서 겪었던 황당한 순간을 표현했고, 나비에는 모두가 꿈을 꾸고 바라는 것을 담았다. 기다리는 마음에는 스스로의 반성을 담았다. 지금까지 마임을 하며 많은 것을 기다렸다. 너무 조급하게 기다린 것은 아닌지 돌아보며, 어차피 갈 길은 머니 넉넉한 마음으로 기다리자는 나의 다짐이다.

관객을 몸짓으로 얼마나 이해시킬 수 있는가.
무용이나 노래를 다 이해하면서 즐기지 않는 것처럼 마임도 마찬가지다. 이해가 첫 번째 단계지만 전부가 돼서는 안 된다. 가슴으로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우선이다. 더욱이 마임은 흐름은 있지만 기승전결의 드라마가 뚜렷하지 않기에 전부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연결고리나 지점에 담겨있는 무언가가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이다.

제주도, 정읍 등 전국을 돌면서 공연한다. 마임의 대중화를 위함인가.
물론 마임의 대중화도 목적의 일부일 수 있다. 그러나 가장 궁극적인 것은 다양한 관객을 만나고 싶기 때문이다. 다른 어떤 예술 장르든 소통을 전제로 아름다움을 꿈꾼다. 마임 역시 이와 같은 선상에 놓여있다. 전국의 관객과 교감하고 소통하고 싶다. 대중화 측면을 말하자면, 노래나 그림은 상대적으로 접하기 쉽기에 대중화에 편하다. 그러나 마임은 그렇지 못하다. 마임은 움직임이기 때문에 모두가 일상에서 접하고 있지만, 막상 공연을 찾아보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임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공연으로써 이런 장르도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한편, 지역에 따라 공연을 다르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그 지역을 생각하면서 공연하기에 말투나 입장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현재는 진주에서 극단과 함께 ‘한 여름 밤의 꿈’으로 60분짜리 청소년 공연을 만들고 있다.

‘한국 마임 페스티벌’,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에서도 마임을 공연하는 등 마임의 저변이 확대된 것 같다.
이런 축제를 통해 다양한 공연이 들어와 풍성해진 것은 맞다. 그러나 마임 자체의 폭은 예전보다도 좁아졌다. 축제의 주축으로 참여도 했었는데. 축제가 많다고 해서 꼭 그 목적이 대중에게 다가가는 데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개인 공연들이 풍족한 상태에서 축제를 해야지, 특정 시기에만 하는 것은 마임을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씨앗을 뿌리고 꽃을 피워 열매 맺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편향적이고 다른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축제보다는 마임 공연 자체를 많이 해 대중에게 다가가야 한다.

고재경에게 ‘마임’이란.
나에게 마임은 ‘공간에 몸으로 그리는 입체적 그림’이다. 마임을 하면 행복하고 심장이 뛴다. 뚜렷한 원동력은 잘 모르겠으나 숨을 쉬고 살아 있는 것을 느낀다. 마임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표현의 미숙함 때문에 답답함을 느꼈다. 그러나 지금은 공연을 만들 때 어떤 방법과 통로로 주제를 전달할지를 고민하지, 공연하는 것 자체는 편하고 행복하다. 몸짓 하나하나에 그 시대마다 다른 관점이 담긴다. 시대마다 사회를 보는 시각이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공연도 새로운 공연이 되는 것이다. 앞으로 50대, 60대에는 어떤 공연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그 세대에도 지금의 열정을 유지하며 공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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