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수민 편집장 (skkusue@skkuw.com)

‘우리 팀이 이룬 성과가 기쁘다기보단 슬프고, 안타까운 결과를 남겨서 일 것이다.’ (내레이션) 요즘 아주 ‘핫’한 케이블 채널 tvN의 주말드라마 <미생>의 주인공인 ‘장그래’의 나레이션이다. 기쁘다기보단 슬프고, 안타까운 결과를 갖게 된 이 ‘성과’는 무엇일까. 바로 회사 내부에 있었던 비리사건의 진실을 세상에 알린 것이다. 하지만 비리사건이라면 명백히 윤리적으로 어긋난 일이기에 공개돼야 함이 마땅하다. 옳은 일을 해야 한 그들이 왜 슬플 수밖에 없는 것일까. ‘영업 3팀이 한 일은 단지 팀 차원의 태만한 사람을 혼내준 것이 아니라, 회사의 곪아가는 환부를 도려낸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팀은 내부 고발로 인한 불편한 시선을 받고 있었다…’(내레이션) 단순히 드라마 속 이야기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 그리고 우리 학교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회 속에서 종종 특정한 진실은 지속적으로 은폐된다. 진실의 공개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일부 기득권층은 그 특권을 마음껏 누린다. 구성원들이 알면 언짢은 불편한 진실들은 감춰지고, 듣기 좋은 얘기들만 전달된다. ‘종합대학 1위’, ‘고교생이 본 미래 성장 가능성 1위’ 같은 외부의 평가도 물론 사실이고, 기쁜 소식이다. 하지만 감추고자 하는 어떠한 것이 존재하는 한, 우리 사회에서 ‘진실’의 가치는 완전하지 못하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이 이에 순응하고,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두려워서 사람들은 점점 더 조용해지고,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가끔 용기를 내 도전하는 사람들도, 결국엔 깨닫는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은 생각보다도 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그러다 보니 결국 환부는 더욱 곪고 있다. 그렇다. 참 씁쓸한 사회다. 진실을 말해도 불편하게 취급되는 유쾌하지 못한 사회다. 이런 사회 속에서 나는 과연 당당할 수 있었나. 우리 학교의 은폐된 ‘그것’을 깊은 우물 안에서 끌어내고자 끊임없이 물레질을 해댔지만, 결코 쉽지 않았다. 던지기만 하면 기어 올릴 수 있을 거 같았는데, 상상 이상, 혹은 상식 이하의 상황이 닥치기도 했다. “성대신문은 우리 학교의 얼굴이잖아, 안 그래?”, “니가 뭘 잘 모르나 본데, 성대신문은 어쩔 수 없는 학교 기관이야.” “동문들 다 보는데, 이런 얘길 꼭 써야겠어?” 마땅히 전해야 할 소식을 전달하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때로는 이러한 이야기와 마주해야 했다. 그렇다. 성균관대학교를 대표하는 공식 언론사, 학내 소식을 담아 보여주는 학교의 얼굴, 맞다. 하지만 우린 겉으로만 예쁘게 포장된 얼굴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성대신문은 단순히 학교의 홍보지가 아닌 ‘언론’으로서의 사명감으로 ‘진실’이라는 가치를 지키고자 끊임없이 애썼다. 달콤한 거짓보다, 쓰라린 진실을 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래서 성대신문은 항상 쉽지 않았다. 입을 틀어막는 사회 속에서 매 순간이 고비였고, 도전이었다. 사회의 이러한 모습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기에, <미생> 속 오 차장은 팀원들을 따로 불러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는 조금씩 불편해질 거다. 절대 반응하지 말고. 중요한 건 해야 할 일을 했다는 거야. 이것만은 놓치지 말고 가자.” 잠깐의, 어쩌면 꽤나 오랜 시간 겪어야 할지 모르는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결코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결국에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이런 노력만이 우리 학교의 그리고 우리나라의 곪은 환부를 도려내고 ‘진실’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기 위해 더 치열하고 냉정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자세를 갖자. 우리 자신도, 그리고 우리 학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