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번 과학에 취해볼래요?
우리 한번 과학에 취해볼래요?
  • 이건호 기자
  • 승인 2014.11.30 13:12
  • 호수 15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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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는 과학도서 창작과 발간을 장려하고, 국민의 과학적 창의력과 이해력을 높이기 위한 사업으로 1999년부터 우수과학도서를 선정해왔다. 올해도 어김없이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우수과학도서 85종을 발표했다. 그 중에서 가장 주목받은 책이 있으니, 바로 강석기 작가의 『과학을 취하다 과학에 취하다』이다. 그의 도서들은 지난 2012년부터 3년 연속으로 우수과학도서에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현재 동아사이언스와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과학신문 ‘사이언스타임즈’에 매주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그. 추운 월요일 밤, 한 카페에서 강석기 작가를 만났다.

▲ /정현웅 기자 dnddl2004@skkuw.com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분자생물학을 전공하며 이공계 석사를 마쳤다. 이후 박사과정이 아니라 기자 활동을 시작했다. 기자가 된 계기가 있는가.
기자가 된 계기는 우연이었다. 당시 이공계 석사를 마치고 기업체 연구소에서 일하며 병역문제를 해결했다. 국내에서 박사과정을 밟을지, 유학을 갈지 고민하던 당시 IMF의 여파로 이공계 석·박사들의 입사가 대거 취소되는 일이 있었다. 이에 정부에서는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이들이 박물관이나 언론사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줬다. 그것을 보고 잠시 일해 볼까 하는 마음에 신문사에 지원했고, 그렇게 12년간의 기자생활이 시작됐다. 처음 한겨레 신문사 객원기자로 채용됐다가 동아사이언스에 스카우트돼 칼럼니스트로 일하게 됐다.
 
이공계의 로망, 박사과정이나 연구에 미련은 없었는가.
기자 생활을 하면서 매번 연구에 대한 미련이 마음 구석에 남아 있었다. 그래서 2005년 동아사이언스에서 퇴사하고 박사과정을 밟기 위해 대학원에 들어갔다. 하지만 2년도 채 안되 다시 기자로 돌아왔다.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건 다른 일이더라. 나에게 과학기자는 잘하는 것이고, 과학은 좋아하는 일이다.
 
12년간의 기자 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와 칼럼이 있다면.
2010년 미국의 한 학술학회에서 DNA 구조를 밝혀 196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제임스 왓슨 교수를 만났다. 책에서만 볼 수 있었던 과학자를 직접 만나 이야기할 수 있어서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론 매우 흥분됐다. 가장 인상에 남는 칼럼은 2013년에 쓴 ‘헬라세포’ 관련 칼럼이다. 헬라세포에 대해 학부 시절부터 배워 알고 있었지만, 이 세포의 태생에 대해 별다른 궁금증이 없었다. 그런데 2013년 학술지 ‘네이처’에 헬라 세포와 관련된 글이 다섯 편이나 실리면서 호기심을 갖게 됐다. 이 세포는 한 흑인 여성의 자궁경부암 조직으로, 과학자들은 사전 동의 없이 이 세포를 생체 시료 연구에 사용했다. 저널리스트 ‘스쿨루트’는 이를 파헤쳐 과학자들의 비윤리적인 행동을 비판했고, 그 결과 환자 세포를 채취할 때는 반드시 환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도록 규정이 바뀌게 됐다.
 
오랜 기자생활을 하다가 2012년에 작가로 전환한 이유를 듣고 싶다.
우선 오랜 기자생활을 돌이켜보니 스스로 기자로서 자질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늘 한발 물러서서 관찰자로 남아 있으려는 성향이 있다. 하지만 저널리스트라면, 사회가 요구하는 상황에 직접 뛰어들어 상황을 변화시키려는 의지도 요구된다. 정치나 사회도 아닌 과학 분야에서 사실만 전달하면 되지 이런 행동이 필요할까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겠지만 앞서 말한 스쿨루트를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신문사의 조직 구조 자체에 대한 아쉬움도 한몫했다. 언론사 고위직 대부분은 인문계열이라 어려운 주제의 과학 칼럼을 써오면 쉽게 써달라는 주문을 해왔다. 이에 회의감이 들더라. 과학 기사는 이공계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주 독자이기 때문이다. 쉬운 과학 기사를 쓴다면 전문적인 과학 내용을 바라는 사람들은 그 기사를 읽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기자 생활을 접고 프리랜서 작가로서의 삶을 택했다.
 
매번 다양한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학부생 때는 화학과에서 물리학을 중요시해 화학과 물리, 두 과목 모두 열심히 공부해야 했다. 그리고 대학원에서는 생명과학을 공부했고, 기업체에서는 향료나 심리, 감각 등을 공부했다. 그간의 경험들이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데 많은 도움을 준 것 같다. 그뿐만 아니라 대학원 시절 많은 영어 논문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영어로 된 원 논문을 읽는데 다른 기자·작가에 비해 어려움이 덜한 편인 것 같다. 요즘엔 최신 과학 이슈 외에도 과학 저널의 부고를 통해 본 인물이야기를 담은 ‘과학은 길고 인생을 짧다’를 쓰고 있다. 유명한 과학자들은 대부분의 사람이 잘 알고 있지만, 묵묵히 연구한 과학자들은 설사 노벨상 수상자라고 해도 잘 모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거의 세 편가량의 에세이를 쓰고 있다고 들었다. 본인의 에세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바가 궁금하다.
이공계 출신들에게 과학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다. 과학 전문 사이트에 연재하고 있기 때문에, 주 독자층은 과학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이공계 출신들이 하는 과학 연구는 꽤 반복적이고 지루한 작업들이며 실패로 돌아가는 일이 많다. 나 역시 대학원, 기업체 생활 등을 경험하며 이들의 고충을 느껴봤다. 이들에게 내가 흥미롭게 느낀 새로운 발견을 글을 통해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다. 독자들이 이를 통해 기분전환을 할 수 있길 바란다.
 
과학을 주제로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나 최신 연구 결과들을 설명하는 일은 더욱 어려울 것 같다.
정말 어려운 일이다. 대부분 사람은 ‘과학’ 하면 지레 겁부터 먹는다. 용어 자체가 생소하기도 하고 여러 현상을 논리적으로 따라가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4년간 글을 써오면서 많은 고민을 해왔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작가 본인이 주제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가져야 한다고 본다. 작가 본인이 쓰려는 주제에 대해 완전히 이해한다면 익숙한 일상생활과 연관된 내용으로 쉽게 연결고리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영국의 ‘네이처’와 미국의 ‘사이언스’ 과학 저널 주간지, 영어 논문 모두 번역본이 아닌 원 논문 중심으로 읽고 있다.
 
베스트셀러 순위가 대부분 문학작품인 걸 보면 대중들이 과학 관련 서적에 대해 거리를 두고 있는 것 같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요즘 사람들은 책이 힐링과 스트레스 해소의 수단이 되길 바란다. 이에 비해 과학 교양도서는 어려운 식들과 용어로 오히려 스트레스를 주는 책에 가깝다. 그래서 과학 교양 도서가 베스트셀러에서 밀려나게 된 것 같다.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 교육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때 문과와 이과로 나뉘면서 문과 학생들은 가장 기초적인 과학을 접할 기회가 없는 것이다. 즉, 과학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상식마저 배울 기회가 없다. 자연스럽게 이들은 사회에 나와서 어렵고 전문적인 과학을 접했을 때 ‘어렵다’라는 말이 나오게 되고 피하게 되는 것 같다.
 
최근 이공계 학생들이 기자의 꿈을 갖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선 과학기자를 뽑는 언론사가 별로 없다. 기껏해야 과학동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과학 잡지뿐이고 모집 정원 역시 일 년에 100명도 채 되지 않는다. 그래서 자신의 관심사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널리즘에 관심 있는 과학저널리스트가 꿈인지, 혹은 과학 글쓰기에 관심 있는 것인지 확실히 해야 한다. 만약 과학저널리스트가 꿈이라면 충분히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 하지만 과학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것이라면 과학자나 교수가 되는 것을 권한다. 실제로 우리가 잘 아는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모두 과학자지만 과학에 관한 글을 많이 쓰고 있다.
 
마지막으로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파레토의 ‘8020 법칙’이 있다. 이 법칙은 20%의 원인이 80%의 결과를 만든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시험에서 80점을 맞으려면 20시간만 공부하면 되지만 100점을 맞으려면 80시간을 더 투자해야 한다는 법칙이다. 단지 스펙을 쌓기 위해, 영어공인점수를 올리기 위해 80%를 더 투자하는 것은 아까운 일인 것 같다. 대학 시절은 최종 목표를 쌓는 시간이 아니다. 한 곳에 100%를 투자해 100%의 산물을 얻기보다는 20%의 노력을 다섯 곳에 투자해 각각 80%의 노력을 얻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인 것 같다. 그리고 사람의 운명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환경과 유전을 많이 꼽는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운’이 가장 결정적이라고 한다. 너무 조급해하며 살지 않길 바란다.

▲ 한국과학창의재단 우수과학도서로 선정된 강석기 작가의 저서 /Ⓒ네이버 책
 

▲ 강 작가는 독자들이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본인이 직접 일러스트를 그리기도 한다. /ⓒ강석기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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