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은솔 편집장 (eunsol_kim@skkuw.com)

 

학생이 ‘스스로 다스린다’는 뜻의 ‘학생자치(自治)’. 새내기 시절 필자에게 학생자치란 뭔가 대단한 일을 해야 하는 것만 같았다. 학보사에서 2년을 일했지만, 여전히 학생자치는 어느 하나로 정의하기 힘든 개념이다. 그러나 학내를 누비면서 분명히 알게 된 점은, 학생 자치가 나와 상관없는 먼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치가 사소한 일상생활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처럼, 학생자치 역시 학우들이 학내의 사소한 일에도 의견을 표출하고,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여전히 학우 개개인의 학생자치는 막연하게만 느껴진다.
학생자치기구, 특히 학생회는 이를 위해 탄생했다. 학생회는 학우들의 자치 활동을 대표하면서 동시에 학우들의 개별적인 자치 활동을 지원하는 학생자치기구다. 전학대회, 확대운영위원회, 중앙운영위원회 등 이름조차 생소한 이 회의에서 각 단위의 학생회장들이 몇 시간씩 안건을 논의하고, 치열하게 토론하는 과정은 그들 자신을 위한 일이 아니라 ‘학우’들을 위함이다. 또한, 학생회 외부에서도 적극적으로 학우들의 이야기를 듣고, 학교에 학우들을 대변해 권리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학생자치의 실현 주체로서 학생회의 존재 이유가 있다.
6, 70년대 격동의 현대사에서 학생회는 독재 정권에 저항하며 사회 비판을 서슴지 않던 학생 사회의 선봉에 있었다. 학생자치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위치에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요즘, 시험 기간 간식 나눠줄 때나 학생회의 존재를 느낀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니게 됐다. 대학가의 학생회는 낮은 투표율로 인해 선거를 통한 수립 자체가 위태로울 정도로 그 존재를 위협받고 있다. 우리 학교뿐 아니라 타대에서 학생회가 아닌 비상대책위원회가 운영되는 현실은 이를 잘 보여준다.
학생회의 위태로운 위치는 일차적으로 학우들의 무관심에 기인한다. 취업, 학점 등 챙겨야 할 일이 너무 많은 요즘 대학생에게 ‘학생자치’는 당장 내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번 호 본지에서 시행한 설문조사 중 ‘학생자치활동에 대한 관심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절반이 넘는 58%의 학우들은 ‘거의 없다’ 혹은 ‘없다’고 답했다. 학생자치가 언제부터 내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타인의 일이 돼버린 걸까. 문제는 이러한 무관심이 단순히 학생자치의 의미 소멸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생자치의 부재는 학우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공간을 잃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학우들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 당할 경우, 학우들 스스로 문제 상황을 해결하기가 어려워진다. 실제로 지난해 인문관 외벽 게시판 철거나 최근 모 대학의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 대학구조개혁 등등…. 학생이 학교에 그들의 당연한 권리를 요구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된 것은 대학 본부뿐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가 학교의 주인이 아닌 객체로서의 삶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혹자는 말한다. 얼마안가 학생 사회는 소멸할 것이라고. “학보는 읽지 않고, 동아리는 들지 않고, 학생회는 인기가 없다”는 어느 일간지의 진단. 이런 학생 사회에서, 우리는 어디서 학생자치를 논할 수 있을까. 뻔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역시 나는 그 시작이 학생자치기구에 대한 ‘관심’이라고 믿는다.
전학대회, 확대운영위원회 등 좀처럼 학우들의 눈길을 끌 수 없는 단어를 본지에서 반복해 보도하고 학생회를 비판하는 이유는 학우들이 뽑은 학생회가 앞서 말한 제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 감시하기 위해서다. 마찬가지로, 학우들도 학생회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가감 없이 칭찬과 비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학생회 역시 그들을 주축으로 누구나 학생자치를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형성해야함은 물론이다. 학생자치는 학생회끼리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학우가 함께 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대학언론, 학우, 학생회가 함께 존재해야 하는 이유다.
이번 중앙대 학사구조개편에 대응해 단과대 및 과학생회로 이뤄진 중앙대 ‘학생 구조조정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18일 출범 성명서에서 “첫 번째 목표는 학우들의 알 권리 실현”이라며 “학생의, 학생에 의한, 학생을 위한 학교발전계획을 바라며 출범함”을 밝혔다. 학생회의 존재 이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