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내일은 바꾸기 힘들지만 3년 후를 바꾸기는 쉽다. 매사가 그렇다. 바뀌지 않는 듯 보이지만 3년 후에 돌아보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 환경 변화가 그리 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우리는 시간과 더불어 다른 위치로 옮겨지게 된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각자 기울기(Slope)를 갖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현재 기울기에 의해 미래는 결정되기 마련이다.
교육의 장(場)은 학생의 기울기를 형성하는 곳이다. 생각의 기울기, 행동의 기울기, 역량의 기울기를 올바르게 세우려고 자원을 투입하여 모여 있는 집단이다. 대학은 자신들이 제공하는 교육서비스의 질적 수준에 대한 기울기를 직시해야 한다. 최근 많은 대학에서 성희롱, 연구비 횡령, 논문 표절, 논문 부실지도 등 올바르지 못한 윤리적 행태들이 고소고발을 통해서 표면으로 드러나고 있다. 과거 무심코 지나갔던 일들이 더 이상 용납받지 못하고 있다. 인권과 질서에 대한 국민적 눈높이가 그만큼 높아졌으며, 학내 윤리적 기울기가 이해관계자의 요구수준 대비 개선점이 많다는 것을 시사한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단순 윤리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대학의 본질은 우수한 인재양성에 있다. 바로 이 본질 부문의 성장 기울기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진지하게 가져야 한다. 예컨대, 온라인 강의는 공간성과 접근성 덕분에 수백 명이 동시에 수강하는 것이 허용된다. 언제 어디서나 배움이 가능하다는 편리성이 강점이다. 그 대신 수업의 질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결국, 역량의 기울기 관점에서 보면, 동일한 과목의 온라인 수강생은 오프라인 수강생보다 적은 숫자로 제한해야만 옳다. 그럼에도 불구, 대부분의 대학이 우선 편리성 중심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게다가 질적 수준에 대한 판단 근거가 부족하여 교육의 질이 얼마나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가를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를 이끌어나갈 인재들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역동적이다. 교육서비스 제공자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미래의 기울기를 먼저 탐구하는 것은 물론 선제적으로 습득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교육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척도나 지표(Measures or Indicators)를 개발하여 교육과정의 수월성을 점검해야 한다. 취업률이나 초임 수준과 같은 최종 결과의 기울기가 아니라 소요자원 투입 과정에서의 기울기가 미래 경쟁력이다. 유럽의 많은 대학이 이미 교육서비스 품질보증 전문가를 채용하여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관리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교육현장의 눈높이를 조정하고 점검하는 전문가들이다. 전문적 관리를 통해서 교육의 질적 수준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이 역량 기울기에 대해서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열정적으로 행동에 옮길 수 있도록 관리 기능을 고도화시켜야 한다.
학생들도 이제 어떤 사람이 진정한 인재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대학 생활동안 자신에게 내재된 기울기가 미래를 결정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단순히 취업에 필요한 가시적인 목표가 아니라 생각의 방식, 행동의 방식, 그리고 역량의 질적 수준에 대한 눈높이를 설정해야 한다. 취업은 역량 발휘의 시작이지 끝이 아니다. 직장인이 된 이후에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여정이 이어져야만 보람된 삶을 설계할 수 있는 것이다.
4월은 도약의 계절이다. 새로운 구상과 더불어 행동해야만 만족감이 생기는 시기다. 모두 자신의 역할에 적합한 새로운 기울기를 향해서 나아가길 기대한다. 내일은 바뀌지 않겠지만 3년 후는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