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가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스토리가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 성대신문
  • 승인 2015.04.05 12:39
  • 호수 1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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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신문과 방송에 종종 사토리 세대라는 말이 등장한다. 출세는 물론 자동차, 돈, 연애 등에도 도통 관심이 없는 일본 젊은이들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을 일컫는 비슷한 말로 삼포세대가 있다. 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라는 뜻이다. 오죽 청년실업이 심각하고, 미래가 불확실하면 피 끓는 청춘들에게 이런 경향이 나타났겠냐하는 생각에 기성세대로서 마음이 무겁다. 그럼에도 불변하는 사실은 청춘들에게 미래가 없으면 나라에도 미래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장차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이 자신의 삶의 방향을 재점검하고 청춘의 엔진에 불을 붙일 수 있는 관점의 전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근근이 먹고살아가는 집안에 태어난 사람이든 입에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이든 똑같이 공평한 점은 결국 모두 죽는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새로운 일을 모색할 수 없게 되는 인생의 황혼기가 되면 사람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지난 삶을 뒤돌아보게 된다. 이때 마음속에 아무런 후회나 미련이 없이 ‘내 삶은 참 멋있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실제로 이렇게 말했던 사람들 중 필자에게 가장 감명이 깊었던 사람은 20세기 최고의 철학자로 불리는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이다. 그는 최고 수준의 철학적 성취를 위해 자신의 지적 능력을 극한에까지 밀어붙였고, 이로 인해 끊임없이 자살충동에 시달렸지만, 임종의 자리에선 “친구들에게 내 삶이 참 멋있었다고 전해주게”라는 말을 유언으로 남겼다. 그런데 멋있는 삶을 살았노라고 이처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과연 좋은 스펙을 쌓아 대기업에 취직하고, 결혼을 하고 애도 낳아 키우며, 무탈하게 은퇴한 사람이 내 삶은 참 멋있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물론 이런 삶을 사는 것도 결코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뭔가 결여된 점이 있다. 무엇보다 이런 삶은 다른 사람들을 감동시키지 못한다. 다른 사람들을 감동시키지 못하는 삶은 자기 자신에게도 감동스럽지 않다.
그렇다면 스스로에게도 자랑거리가 될 수 있는 삶은 과연 어떤 삶일까? 단순한 동물의 삶은 매순간 생물학적 요구에 의해 구성된 문제들과 기회들에 단지 대처하는데 그친다. 반면에 사람은 이런 동물적 차원에서 벗어나서 인생이라는 통시적 관점에서 삶의 의미와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존재이다. 또한 각자는 자신의 인생의 주체로서 자신의 인생에 무한책임을 지닌다. 그런데 편안하고 안락한 생활에 안주하는 삶은 스토리가 없는 삶이고, 그래서 멋이 없다. 따라서 멋진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은 스토리가 있는 삶을 추구해야 한다. 스토리는 스케일이 장대할수록, 더욱 드라마틱할수록 미학적 완성도가 높아진다. 또한 시련의 과정이 없으면 제대로 된 스토리라 할 수 없다.
청춘이 아름다운 것은 스토리를 써나갈 수 있는 삶의 여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봄은 여름, 가을, 겨울로 이어지는 사계절의 시작으로서 비로소 봄인 것이고, 청춘은 인생이라는 스토리의 시작으로서 비로소 청춘인 것이다. 따라서 스토리를 추구하지 않는 청춘은 껍데기이다. 영혼이 있는 청춘이라면 자신의 잠재적 역량에 부합하는 큰 꿈을 스토리의 결말로 삼고, 시련과 실패라는 역경을 스토리의 전개과정으로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결코 시련과 실패의 과정을 마다해서는 안 된다. 실패는 있으되 좌절은 없어야 한다. 성공의 강렬한 달콤함을 느끼기 위해선 실패의 커다란 쓰라림을 맛봐야 한다. 삶의 미학적 수준을 높이는 것은 결단코 쉽지 않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런 삶에 높은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인생이라는 드라마의 멋진 완성은 돈도, 명예도, 권력도 아니다. 자신의 지난 삶을 뒤돌아보게 되는 황혼기에 ‘내 삶은 참 멋있었다.’라고 스스로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 이병덕(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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