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가 드리운 가정의 어둠, 소통으로 밝히다_1
트라우마가 드리운 가정의 어둠, 소통으로 밝히다_1
  • 허옥엽 기자
  • 승인 2015.05.03 14:44
  • 호수 15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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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가족치료 연구소장 최광현 교수 인터뷰

 

▲ 한세대학교 상담대학원 가족상담학과 최광현 주임교수. /이다빈 기자 dabin@skkuw.com

그리스어로 ‘상처’라는 뜻을 가진 ‘트라우마’는 지속적으로 피해자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가정 속에서도 트라우마로 인해 여러 갈등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는 심리학적 관점이 있다. 독일에서 시작된 ‘트라우마 가족치료’ 모델이 바로 그것이다. 한세대학교 상담대학원 가족상담학과 주임교수와 트라우마 가족치료 연구소장을 역임하고 있는 최광현 교수는 트라우마 가족치료 모델에 기반해 삶에서 경험하는 불행, 낮은 자존감, 불편한 인간관계 등의 뿌리가 가족 안에 있다고 보고 오랜 기간 가족 문제에 대해 공부했다. 그는 아픔이 있는 수많은 가족을 상담 해왔고, 현재 트라우마 가족치료 보급과 상처 입은 사람들의 마음 치유에 힘쓰고 있다.
 
가족 상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직장을 잃고 집안 살림살이가 어려워졌다. 부모님이 싸우는 횟수가 점점 늘고 불안과 근심이 집안을 엄습했다. 집안이 가난해지면서 친구와도 멀어졌다. 당시 우리 집의 가난은 내게 이해할 수도 없고 받아들일 수도 없는 수치를 안겨 줬다. 가난 때문에 친구와 헤어지는 고통을 경험한 후 나는 외롭고 우울한 아이가 됐다. 자신감을 잃어버렸고 친구를 사귀기가 두려워졌다. 이러한 경험은 나로 하여금 다른 사람들의 외로움과 고통, 상처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어린 시절의 경험이 내가 상담을 직업으로 선택하고 가족의 상처와 고통에 대해 연구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트라우마 가족치료’의 정확한 개념은 무엇인가.
어린 시절 생긴 트라우마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에게 깊은 상처를 입힌다.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들은 감정 조절에 문제가 생기고 쉽게 불안해하며 안정감을 찾지 못한다. 그들은 스트레스 대처에 취약하고 건강한 자아 존중감을 발달시키지 못한다. 그런데 인간이 경험하는 트라우마의 대부분이 놀랍게도 가족과 관련돼 있다. 가족 안에서는 다른 인간관계에서 볼 수 없는 강력한 정서적 연대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트라우마 가족치료’는 ‘가족’을 문제 해결의 원천으로 삼아 트라우마를 치료하고자 하는 모델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트라우마 가족치료는 내담자에게 트라우마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하며, 그 트라우마에 대해 보다 긍정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을 제공함으로써 트라우마를 해결하는데 초점을 둔다.
 
트라우마 가족치료’에서 사용되는 치료 기법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여러 가지 치료 기법들이 있지만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대리가족 세우기 기법’과 ‘인형 치료 기법’이다. 대리가족 세우기 기법은 대리가족을 통해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을 재현해 그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도록 만드는 치료 방법이다. 내담자는 그 상황을 객관화해 가정의 상처를 바라보고, 상담자와 함께 그 상황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치료해야할지를 찾는다. 동물 인형을 사용하는 인형 치료 기법은 동물 인형을 통해 자신 혹은 가정을 표현해 내면을 찾는 치료 기법이다. 동물마다 의미하는 바가 달라 어떤 동물을 고르냐에 따라 그 사람의 생각을 추측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개’ 인형은 ‘사교성’과 ‘타율성’이라는 특징을 동시에 지닌다. 그렇기 때문에 ‘개’ 인형을 고른 사람에게서는 개가 꼬리를 치면서 친밀감을 표시하는 것과 같은 ‘사교성’의 특성을 엿볼 수도 있지만, 타자에 의해 훈련되어 자기 자신이 없는 삶을 살아가는 ‘타율성’의 특징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인형을 통해 그 사람의 내면을 끄집어내고 진단한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가정을 꿈꾼다. 그러나 행복한 가정은 마음만 갖고는 절대 이룰 수 없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도 일종의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에리히 프롬이 저서『사랑의 기술』에서 사랑에도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듯, 이제 가정에도 기술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그저 부모라는 이유로, 그저 사랑한다는 이유로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는 없다.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공감하고 경청하고, 표현하는 소통의 기술이 필요하다. 가정 안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본질을 살펴보면 대부분 애정이 문제가 아니라 소통이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서로를 끔찍이 아끼고 사랑하지만, 소통이 잘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서로를 아무리 사랑해도 다른 것은 다른 것이다.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맞춰가는 작업을 해야 하고, 이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한 첫걸음이 된다. 가정 문제에는 영원한 가해자도 없고, 영원한 피해자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가정 내의 문제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태도가 가장 필요하다. 상대방에게 좀 더 감정을 이입하고 이해하려는 노력, 이것이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한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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