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 꽤 진부한 문장이지만,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단적인 표현이다. 외교 문서나 담화를 살펴보면 똑같은 말이라도 단어 하나를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그 안에 담긴 의미가 달라지고 호사가들은 이 단어가 얼마나 긍정적인 혹은 부정적인 의미로 쓰였는지에 대해 논평한다. 어떤 때는 답답하다 싶을 정도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빙빙 둘려서 말한다. 단어 하나로 문장 전체의 뉘앙스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는 표현을 거르고 또 거르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너무나 쉽게 말하지만 가볍게 던지는 말과는 달리 그 안에 담긴 의미는 전혀 가볍지 않다. 장난으로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가 맞아 죽듯 별생각 없이 내뱉는 말에 우리는 쉽게 상처받는다. 시크한 매력이 인기를 끈다고 해서 쿨한 척 툭 던지는 말이 멋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상대에 대해 공격적으로 쏘아붙이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여유가 없고 긴장 상태에 놓여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대화의 뜻은 마주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는다는 것이다. 말을 해서 상대를 이기고자 하는 것은 토론이지 대화는 아니다. 심지어 토론에서도 지나친 직설과 공격성은 역효과를 가져온다. 
 이렇듯 ‘어떻게 말할 것인가’는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하듯, 아무리 옳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공격적으로 쏘아붙이는 말은 우선 거부감을 들게 한다. 반대로 부드러운 표현은 조금 부담이 되는 이야기라 할지라도 상대로 하여금 한 번 더 듣게 하고 심지어 설득당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갈등이 생겼을 때 타협을 끌어내는데 있어서의 포인트는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도록 내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나는 리더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말을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웅변가처럼 자신의 주장을 강력하게 주장하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도록 하면서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가가 바로 그것이다. 
 흔히들 여유가 없는 사회라고 한다. 취업을 위해 경쟁해야 하고 TV에서는 각종 오디션이 인기를 끈다. 남을 이기지 못하면 내가 밀려나는 오늘날의 사회는 인정하기 싫지만 현실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서로에게 여유 있는 말 한마디, 부드러운 말 한마디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말이 생각을 바꾸고 생각이 행동을 바꾸듯.
 
▲ 박경민(신방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