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지원 기자 (wontheph7@skkuw.com)

 

▲ 추모제에 참석한 한 학우가 김귀정 열사의 묘에 헌화하고 있다.

지난 23일 이천 민주공원에서 “다시, 출발선에 서서”를 기조로 제24주기 故 김귀정 열사 추모제가 치러졌다.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희생된 이들을 기리기 위해 작년 설립된 민주공원에는 현재 김귀정(불문 88), 최동(국문 80) 열사의 묘역이 이장돼 있다.
김귀정 열사는 1991년 5월 25일 민주화 투쟁 중 군경의 토끼몰이 진압 과정에서 희생됐다. 당시 아수라장 속에서도 많은 학우들이 모여 열사의 시신을 수습했다. 그 후 학교의 거부를 무릅쓰고 후문을 통해 학내로 운구해 장례식을 치를 수 있었다. 이 사건 이후 정권의 공권력 남용과 시위 과잉진압에 대한 비판 여론이 결집했다. 한편 최동 열사는 학교졸업 후 노동운동가로 활동하다 고문 후유증으로 인한 정신분열 증세를 보이던 중 1990년 분신으로 생을 마쳤다.
김귀정 생활도서관(생도관장 신혁진·사학 12, 이하 생도)이 주최한 이번 추모제는 △우리 학교 민주동문회 △중앙동아리 심산한누리 △프랑스어문학과 학생회 △문과대학(이하 문과대) 학생회 등을 중심으로 60여 명의 재학생과 졸업생이 방문했다. 김귀정 열사와 최동 열사의 유가족도 참석해 학생들을 맞았다. 생도 측은 추모제 기조가 담긴 기념 티셔츠와 추모신문도 제작했다.
나들이 차량으로 이천까지의 고속도로는 꽉 막혔고 묘역에는 뙤약볕이 내리쬈지만 추모단은 힘든 기색도 없이 민주공원에 도착했다. 방문자들은 두 열사의 묘역에 제사상과 분향소를 설치했고, 조를 나눠 헌화와 분향 후 참배했다. 김귀정 열사의 영정 사진 앞에 향이 피어오르고 참배가 진행될수록 국화가 가득 쌓여갔다. 민주동문회 선배들은 참배 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며 열사의 넋을 기리기도 했다. 변성혁(한문 10) 문과대 학생회장은 “이렇게 많은 선배들이 참석하시는 줄 몰랐다”며 “열사가 우리 학교 학우들에게 가지는 의미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김귀정 열사의 어머니 김종분 씨가 준비한 점심을 마치고 본격적인 추모제가 시작됐다. 변 회장의 사회로 추도사와 몸짓 공연, 열사 장학금 수여식이 이어졌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으로 마무리됐다. 이후 참석자들은 기념관을 관람하고 자리를 정리했다. 재학생 대표로 발언한 생도 운영위원 문지현(문정 13) 학우는 “추모제를 준비하면서 그 의미를 고민했다”며 “열사 정신 계승을 위해서는 신념을 멈추지 않겠다는 다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이날 동문인 아버지와 함께 참석한 기대명(중문 14) 학우는 “평소 열사에 대해 잘 몰랐는데, 가족 및 학우들과 함께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어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