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어느덧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왔다. 저녁마다 느껴지는 쌀쌀함이 점점 추위로 변해가는 것을 느낀다. 여름의 더위보다 겨울의 추위를 더 못 견디는 나로서는 이번 겨울을 어떻게 나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하지만 늘 그렇듯 겨울은 가고 봄은 온다. 날씨는 언제 추웠냐는 듯 금세 따뜻해진다. 조금만 견디면 될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작년 봄, 겨울의 추위보다 더했을 그런 차디찬 물속에서 기어코 스러져 가버린 생명들을 기억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 곁에는 남은 생애 동안 그 순간을 잊지 못한 채 매분 매초를 평생 버텨내야만 하는 그들의 가족들이 남아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기억해야 할 점은 우리 모두 아직도 작년의 4월과 다를 바가 없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시 언론에서는 밤낮으로 구조활동에 주력을 다 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결국 구조를 하지 않은 정황들이 명백히 드러났고, 왜 죽어야만 했는지 원인이라도 알고 싶어 진상규명을 요구했던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경찰이 쏘는 물 대포와 캡사이신 사례를 맞아야 했다.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600만 국민들의 서명을 받아 특별법을 제정했지만 이마저도 수사권, 기소권이 배제된 채 반쪽짜리로 통과가 되었고, 모법에 어긋난 채로 통과되어 버린 시행령으로나마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렸지만, 첫 6개월간 집행된 예산은 ‘0원’에 불과했다. 얼마 전까지 부위원장이었던 여당 추천 위원은 결근을 감행하더니 사퇴를 해버렸고, 이에 농성장 철거를 주장하는 새로운 인사가 부위원장 자리에 앉았다. 유가족들이 요구한 적도 없는 특례입학을 비롯한 각종 특혜들은 어느새 루머가 되어 이 입에서 저 입으로 옮겨지기 시작했고, ‘이제 그만해라’, ‘세월호 지겹다’는 목소리가 하나 둘씩 들리기 시작했다.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아홉 명의 미수습자 가족들은 ‘유가족이 되고 싶다’는 바람 아닌 바람을 가지게 되었고, 인양 과정에 참관하는 것조차 금지된 유가족들은 저 멀리 현장이 보이는 섬에 텐트를 치고 멀리서나마 이를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세월호 참사는 이미 지나가버린 수많은 사건들 중 하나로, 왠지 입에 쉬이 올리기 어려운 사안들 중 하나로 점점 그 자리를 굳혀 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나는 묻고 싶다. 지금 당장 우리가 세월호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마음이 조금이라도 울렁이지는 않는지를 말이다. 그것이 잔잔한 물결이든 커다란 파도이든 간에 어떻게든 우리 가슴 한 구석에 왠지 모를 불편함으로 남아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진정 이대로 묻어도 되는 것인지, 어쩌면 내가 스스로 묻은 것이 아니라 사회 분위기상 묻는 것을 강요당하지는 않았는지 등의 그런 의문들이 들지는 않는지 말이다.
벌써 참사가 일어난 지 500일 하고도 한 달이다. 아직까지도 진상 규명이 되기까지의 길은 멀어만 보이지만, 또한 반대로, 아직까지도 우리는 이 참사를 잊지 않고 있다. 개인의 생명과 안전이 보장받지 못하는 사회에서라면 언제고 다시금 ‘사고’ 아닌 ‘참사’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함께 살아가는 이 사회의 구성원이자 또 앞으로 나라를 이끌어 갈 시대의 기둥으로서 우리는 어떠한 생각과 자세를 지녀야 하는지, 또 어떻게 그에 걸맞는 행동을 할 수 있는지 깊이 고민해봐야 할 시점임이 분명하다.
 

김예리(프문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