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떠야 보인다
눈을 떠야 보인다
  • 임효진 기자
  • 승인 2015.11.02 12:32
  • 호수 15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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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가을이 공존하던 그 즈음의 일이다. 밤이 되면 날씨가 쌀쌀해져 겉옷을 걸치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성대신문을 읽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보도부에서는 매학기 있는 양 캠의 전학대회에 관한 기사를 다룬다. 우리 학교에서 학생자치를 논의하는 자리 중에서는 최고의 권위를 갖는 회의이기에 기사화될 정당성은 확실히 갖추고 있지만 사실 그 권위에 비해 존재감은 미미하다. 전학대회에 ‘그들만의 리그’라는 수식어가 어울린 지 벌써 오래다. 말 그대로 전학대회는 총학과 단과대 구성원의 소모임 같은 곳이 돼 버렸다. 전학대회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학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기자 또한 회의를 기사로 다룰 때면 당위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곤 했다.
그런데 얼마 전 재밌는 일이 있었다. 먼저 자과캠 총학은 축제 준비 과정에서 본인들의 잘못을 자원봉사자들에게 돌려 학우들의 분노를 샀다. 분노한 학우들은 학내 커뮤니티 사이트를 총학에 대한 비판글로 도배했다. 설상가상으로 분노가 사그라지기도 전에 인사캠 총학생회장의 무책임한 발언이 담긴 녹취 영상이 공개되면서는 이번 총학은 무능한 총학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양 캠 총학의 일처리는 아쉬웠지만 덕분에 이번 학기 언론(보도부)은 힘을 얻었다. 그만큼 ‘우리’는 강했다. 이례적으로 많은 일반 학우들이 녹취 영상에 대한 인사캠 총학생회장의 사과를 듣기 위해 이번 인사캠 전학대회에 참관인 자격으로 들어왔다. 학내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본 회의 진행 상황에 대해 궁금해 하는 글들이 올라왔으며 전학대회에 상정된 안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학우들의 관심에 총학 또한 긴장한 듯 관례적으로 건너뛰던 전학대회 절차를 찾아와서는 회칙에 입각해서 회의를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또한 학우들의 이목이 집중돼 있던 만큼 총학은 그 동안 발휘해 왔던 융통성을 버렸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모두가 바라보는 가운데 공정성을 최우선으로 두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보도부 기자로서 총학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역할을 하려고 애쓰던 입장에서 총학의 이번 행보는 꽤 흥미롭다. 기자 개인이 몇 번을 전화해도 되지 않던 일이 학우들 관심 하나로 기자가 바라던 것 이상으로 지켜졌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개인적으로 학내 문제에 관심을 가져준 학우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이번 사태의 경우 총학의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학내 사회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덕분에 밑에 잠겨있던 문제들도 조금은 드러났다. 여기서 ‘문제’보다 ‘관심’ 그 자체에 더 주목했으면 한다. 문제는 항상 존재하지만 ‘관심’에 따라 보였다 안 보였다하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눈을 떠야 보인다. 한 예로 이번 학기부터 학생회비가 만원으로 올랐다. 양 캠의 대표자들이 모인 전학대회에서 공정한 절차를 거쳐 결정된 사안이었다. 학생회비 인상이 중요한 사안이었던 만큼 지난 학기 성대신문은 학생회비가 오른다는 사실과 함께 오른 이유 또한 기사로 전했다. 그런데 이번에 학우들은 총학이 학생회비가 만원으로 오른 사실을 공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많은 학우들의 동의를 얻었던 비판점이었다. 이미 관련 기사를 썼던 기자 입장에서는 학우들이 학내 사항에 무관심했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 때 그렇게 하지 못하고 뒤늦게 자신들의 권리를 외치는 학우들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손해 보며 살지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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