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비평, 흔들리는 탑 위에서 균형을 잡다
문학비평, 흔들리는 탑 위에서 균형을 잡다
  • 이소연 기자
  • 승인 2015.11.23 22:13
  • 호수 15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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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비평 1

고등학교 국어시간, 문제집 속 ‘다음 중 작품을 올바르게 해석한 것은?’이라는 문제에 골머리를 썩인다. 답을 맞히고 이내 책장을 덮지만 우리는 정말 문학작품을 해석하는 올바른 방법을 찾은 것일까? 대학생이 된 지금, 이 물음은 기억 속 한구석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최근, 가수 아이유의 ‘제제’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문학비평에 대한 논란으로 번지면서 이 물음은 다시 고개를 든다. 답은 무엇일까? 그 답을 알기 위해 먼지 쌓인 기억의 책장을 다시 한 번 열어보자.

문학비평,
문학의 다채로운 색깔을 보여주다


문학비평은 넓은 의미에서 문학에 관련된 일체의 논의를 뜻한다. 『문학비평의 이해』에 따르면 문학비평은 문학 작품을 해석하고, 분류하고, 평가하는 활동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해석을 통해 작품의 내용을 어떠한 방법으로 표현했는지를 살펴보고, 분류를 통해 다른 작품들과의 연관성을 식별할 수 있다. 평가는 작품이 어떠한 가치를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지 검토한다. 그런데 문학비평은 작품에 대한 비평가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기술되기에 그 논리성과 체계성에 의문을 표하는 시각이 존재해왔다. 문학비평은 객관적이지 못하며, 작가들의 창작을 독려하기보다는 오히려 창작 욕구를 저하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학비평에 있어서도 논리적 체계가 존재한다. 이를테면 19세기에는 문학가 샤를 생트뵈브를 기점으로 과학적 사고 방법에 입각해 문학을 실증주의적으로 비평하려는 경향이 서구에서 나타났다. 이후 문학비평에는 △구조주의 △마르크스주의 △형식주의 등 다양한 경향이 나타나며 각각의 방법론에 따른 체계가 갖춰지기 시작했다. 20세기 중반으로 넘어오며 문학비평의 이론은 더욱 다양하게 정립되었다. 이는 국내에도 영향을 끼쳐 △탈식민주의 비평 △페미니즘 비평 △포스트모더니즘 비평 등이 시대별로 한국 문학비평의 주된 흐름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문학비평들은 작가와 독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먼저, 작가에게는 작품에 대한 조언을 함으로써 작품의 창작을 돕는 역할을 수행한다. 작품의 개량을 위해 결점을 설명하고, 문학창작에 활용되어야 할 일반화된 기법을 말하기도 한다. 독자에게는 문학을 감상하는데 필요한 기량을 갖추도록 도우며, 다양한 시각을 접하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 가령 문학비평은 작품 속에 나와 있는 불분명한 암시를 설명해 저자의 의도를 밝히거나 텍스트 이면에 잠재되어 있는 의미를 해설한다. 또한 여러 비평적 시각을 독자들에게 보여줌으로써 다양한 방식으로 문학 작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동의하지 않아도 고개를 끄덕이다

이렇듯 문학비평은 그 자체의 순기능이 있지만 한편에서는 본연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독자와의 거리감 △획일적인 찬사 △문학권력 종속이라는 점이 문학비평의 일부 주요한 문제로 지적된다. 문학비평은 본래 작품과 독자를 매개하는 기능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독자가 문학비평에 괴리를 느끼게 만든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문학비평이 연구자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자족적인 장르로 퇴화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문학비평이 문학작품들에 획일적인 찬사를 보내는 경향이 심화되었다는 비판 또한 제기되어왔다. 이러한 비평을 결혼식 주례처럼 격려를 한다는 점에서 일명 ‘주례사 비평’으로 불린다. 주례사 비평을 넘어서에 따르면, 주례사 비평은 평단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작품들이 출간 직후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는 현상을 극복하고자 하는 행위로서 그 존재가치를 인정받아왔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주례사 비평이 문학비평의 주류가 되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비판적 사유의 작동이 정지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와 같은 현상은 독점적 해석에 반기를 드는 비평을 고립시킬 가능성이 높인다는 점에서 문제를 심화시켰다.
최근 소설가 신경숙의 표절 문제로 대두된 이른바 ‘문학권력’의 문제는 주례사 비평과 무관하지 않다. 문학권력은 ‘창작과 비평’, ‘문학동네’, ‘문학과 지성사’와 같은 거대 출판사들이 문학의 작품성 자체보다 이윤과 친분을 고려해 특정 작품들에 대해 일명 ‘밀어주는’ 행위를 하는 힘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문학비평은 이러한 작품들을 일률적으로 높이 평가함으로써 작품을 띄우는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신경숙 작가의 경우, 표절 논란을 통해 작품들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 신 작가의 작품들에도 무비판적인 옹호가 이어졌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러한 사태는 문학비평에 대한 독자의 신뢰를 약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제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때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는 현재, 문학과 문학비평의 의미에 대한 물음은 계속되고 있다. 세월호를 비롯한 거대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사회구조적인 문제들 앞에서 문학이 어떠한 길을 제시해줄 수 있느냐는 질문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문인 배출의 산실이라고 불리던 대학에서 문예 창작과 통·폐합 경향이 나타나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타 작가’의 표절 문제와 관련된 문학비평의 신뢰도 하락은 문학비평이 이전의 문제들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해야 함을 알리고 있다. 문학비평은 현재 많은 과제를 당면하고 있다. 그러나 문학비평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남아있는 한, 문학비평은 미래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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