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최근 테러방지법과 이 법의 입법을 막기 위한 야당 의원들의 무제한 토론인 필리버스터가 언론에서 지대한 관심을 받았다. 필리버스터를 보면서 나와 같은 대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하는 동안에 ‘정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또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나를 돌아보면서 생각해보았다.

지난 15년 2학기에는 각 학과별, 캠퍼스별 학생회 선거가 있었다. 교내 곳곳에 투표함이 열렸고 후보들의 홍보경쟁도 뜨거웠다. 그 뜨거운 열기 속에서 내가 본 모습은 모습은 선거와 직접적으로 관련한 그들만의 잔치였다. 학생들은 학생의 본분인 학업에 열중하느라 바빴고 정작 후보의 인품이나 후보의 공약에 대해서 서로 토론하고 이야기하는 일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 후보가 나누어준 공약집은 강의실에 버려지기 일쑤였고 문자로 배포한 PDF 공약집을 읽어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궁금하다. 유럽이나 미국만 하더라도 대학생들은 정치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정책에 대해 서로 토론하거나 질문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즐기는 모습이 나오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우리도 그들과 같은 모습을 본받아야 할 것이다.

관심이 없는 것도 문제이거니와 투표를 할 때도 기념품이나 간식을 보고 투표권을 아무렇게나 행사하고 나온 학생의 이야기도 교내를 지나다니며 들은 적이 있었다. 더 심한 것은 아예 투표조차 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성대신문에서 기사를 검색하다가 투표율 미달로 비대위가 구성되는 일도 있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자신의 신념이나 생각이 없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과 투표권을 행사조차 하지 않는 것은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는 일과 같고 그러한 행동이 나중에 부메랑처럼 본인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이번 ‘헬조선’을 겪으면서 아직도 깨닫지 못하는 것인가. 겨울방학이 지나고 새로 들어올 신입생, 복학생, 편입생들에게 더 좋아진 모습으로 달라진 학교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선거기간만큼은 후보들과 선거관리위원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참된 지성인으로서 날카로운 비판과 따뜻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선거에 있었던 제도적인 문제점들도 개선이 필요하다. 성대신문에서도 대자보에서도 수차례 보았지만 개선의 기미는 없어 보인다. 물론 러닝메이트 제도의 의의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인사캠과 자과캠 학생회간의 교류 활성화는 다른 방식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는데도 운명공동체로 생과 사를 같이하는 행위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추천인 제도도 제대로 후보에 대해 알아볼 시간도 없이 무작정 인원수 채우기에 급급한 모습에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중선관위도 너무 깐깐한 세칙 행사와 업무처리과정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학생들이 안심하고 더 넓은 선택폭으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선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보인다.

새로운 출발인 개강에 앞서 항상 있어왔던 공휴일 삼일절. 범국민적으로 일어난 평화적 독립운동이었지만 그 주축은 학생이었다. 대한민국에 민주화의 꽃을 피우고 독재자의 불합리한 정권을 막은 것의 주축도 학생이었다. 벌써부터 보수와 진보 중에 편을 갈라놓고 생각하는 것은 시기상 이르지만 우리가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고 교내의 작은 정치(政治)조차 모르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면 교내에서도 작은 규모의 ‘헬조선’이 열릴 것임을 학생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올해 학교생활을 하면서 지난 2학기 선거에서 말도 많고 문제도 많았던 학생회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본다면 우리의 복지에 더 이로울 것임은 자명하다. 이전 학생회의 횡령이나 나태에 대한 루머도 생각해보면 우리 학교 학생들의 무관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라는 씁쓸한 생각이 내 마음속에서도 아프게 남는다.


이용우(기계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