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집 근처 거리를 거닐다 생각한다. 어째 요즘은 매일매일, 하는 일마다, 보이는 것 하나하나 맘에 드는 것이 하나도 없다. 군인이라는 나의 신분도, 외박을 나온 것이 벌써 며칠이나 지났다는 것과 이제 곧 있으면 복귀를 해야만 하는 상황도, 친하게 지내던 사람과 최근에 싸웠다는 사실과 그리고 그 사람과 화해를 해야만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나의 모습도, 많이 한 것 같은데 아직도 절반밖에 지나가지 않은 군 기간도, 최근 들어서 갑자기 뒤숭숭한 꿈자리도,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수북이 쌓여 있는데도 멍청하게도 아무것도 하기 싫은 이 나태함과 조금씩 뒤로 미루려는 한심함도, 아무런 이유도 없이 불쑥불쑥 찾아오는 미래에 대한 걱정과 고민도, 나와는 다르게 즐겁게 웃으며 얘기하는 어린 학생들의 이야기 소리와 벤치에 앉아 서로를 다정히 마주하는 커플도, 나는 못 하는데 마음껏 꿈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의 열정과 성실함도, 또 그렇다고 시간이 주어진다고 해서 열심히 살 것 같진 않은 모순적인 나에게도, 나의 기분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따뜻한 태양이 비추는 화창한 날씨와 보란 듯이 거리를 아름답게 수놓은 화사한 벚꽃도, 예전에는 그렇게 불평불만을 싫어하던 내가 이렇게 불평불만을 하고 있다는 것도, 그리고 막상 불평불만으로 줄글을 써보자고 했지만 여기서 불평거리가 떨어졌다는 사실도 죄다 하나 같이 맘에 드는 것이 없다.

이렇게 불평만 신나게 했지만 사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불평불만을 싫어했다. 다들 불평불만을 토로할 때 나는 생각했다. '달라지는 것도 없는데 왜 저렇게 나쁘게만 생각하는 거야.' 그런 생각은 커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에 들어와서도 내가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 중의 하나가 불평불만을 하는지의 여부일 정도로 나는 불평불만을 하는 사람을 싫어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내가 그런 사람이 되었다. 마치 전기밥솥이 끊임없이 증기를 내뿜는 것처럼 한숨을 쉬는 것이 습관일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불평불만을 써보았다. 처음에는 밑도 끝도 없이 불평불만이 몇 페이지라도 가득 채울 것만 같았고 예상대로 나는 순식간에 몇 줄을 써내려갔다. 하지만 타자를 열심히 두드렸던 것도 잠시, 어느새 나의 불평거리들은 다 고갈돼버렸다. '...아니야! 분명 더 불만거리가 있을 게 분명해, 이 정도일 리가 없어.' 반 페이지도 채우지 못한 나는 머리를 붙잡고 불평불만을 쥐어짜 내려 했다.

그러다 다시금 내가 써내려간 불만들을 본다. 처음 읽을 때는 무언가 시원한 것 같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어차피 대부분의 불평불만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낯부끄러워지고 스스로 철이 없다는 생각이 물밀 듯이 몰려온다.

분명히 이 좋은 봄날에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 누구보다 기분이 처지고 나처럼 이 세상 모든 것이 맘에 들지 않는 누군가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한번 혼자서 조용히 불평불만을 적어내려 보는 것이 어떨까? 아마 낯간지럽고 어색할지 몰라도 생각보다 가슴에 쌓인 무엇인가가 내려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승찬(경제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