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작년에 배우 김보성이 등장하는 식혜광고 일명 ‘의리’ 광고가 엄청난 화제를 몰고왔다. 전통음료에 대한 의리를 강조하면서 ‘으리’라는 재미있는 요소를 넣었고 많은 패러디를 만들어 내고 개그소재로 수없이 인용되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렇게 ‘의리’라는 말에 열광하는 것일까. 그 이유로는 아마도 현재 우리 사회에 의리라는 것이 사라져 가기 때문에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의리에 대한 회귀를 바라는 사람들의 심리적 동조가 반영된 것이라고도 추측해 볼 수 있다. 실천적 의리가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말로만 의리를 외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삶을 살 수 있다. 하지만 의로운 삶을 사는 것이 어려울 뿐이다. 이러한 의로운 삶은 선인들에게도 중요한 가치였고 여러 고전에서도 그러한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특히 공자는 이인 편에서 ‘아침에 바른 삶의 길에 대해 듣고 알 수 있다면 설령 저녁에 죽는다 하더라도 너무도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라는 말을 남길 정도로 의를 중시 했다. 또한 같은 책에서 ‘군자는 의를 중히 여기고 소인은 이익을 중히 여긴다’라는 것도 강조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인 ‘학교’에서 올바른 의가 실현되고 있을까.

필자는 엘리베이터에서 청소부 아주머니와 다른 학생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청소부 아주머니가 학교의 외부인이라 인증이 불가하여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어떤 학생의 배려로 아이디를 공유하여 와이파이를 사용했지만 그 학생이 졸업을 해서 이제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필자는 그 얘기를 듣고도 바로 자신의 아이디를 알려주지 못한 것을 엘리베이터를 내리고 나서야 후회를 했다. 청소부 아주머니들도 우리 학교의 일원이므로 당연히 와이파이를 사용 할 권리가 있다. 이에 우리 학교 측에서도 교내에서 일하시는 분에 한해서 스마트폰 고유번호를 등록하는 다소 복잡한 과정을 통해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게끔 방안을 마련했다.

학교 시험기간이 되면 많은 학생들이 평소보다 더 오랜 시간 학교에 머물게 되고 그만큼 음식, 음료 섭취가 늘어나는 등 쓰레기의 양이 상당히 많이 증가한다. 시험기간에 늘어난 쓰레기들에 평소보다 더 힘들어 하시는 아주머니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심지어 도서관 청소를 학생들이 공부를 하지 않는 시간에 해야 하기 때문에, 시험을 앞두어 늦게까지 공부하는 학생들을 피해 새벽 두 시가 넘는 늦은 새벽에 그 넓은 열람실을 혼자 청소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리고 아주머니들이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에 잠시라도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아주머니들은 따로 휴게실이 없어 쉬는 시간에 화장실 옆 청소 도구 창고에서 휴식을 취하고 계신다. 학생들을 위해서 매일 고생하시는 분들이 어둡고 좁은 곳에서 쉬고 계신다는 것은 참 안타까운 사실이다. 청소부 아주머니들 역시 학교를 위해 노력하고 더 좋은 환경을 위해 애쓰시는 구성원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은 필히 개선되어야 한다.

군자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해 보인다. 하지만 도입부에서 언급했듯이 군자와 소인의 갈림길은 바로 의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른 아침부터 힘들게 일하시는 청소부 아주머니에게 음료수 하나를 건네며, 따뜻한 미소를 띄우며 이야기해보자. “아주머니, 많이 힘드시죠? 오늘 하루도 깨끗한 학교를 위해 노력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짧은 말 한마디로 우리는 군자와 소인의 갈림길에서 망설임 없이 군자의 길로 첫발을 내딛게 되는 것이다. 결국 군자의 길로 들어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사소한 실천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김은홍(유동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