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소현 기자 (thonya@skkuw.com)

지난달 26일부터 29일까지 우리 학교 인사캠 경영관 소극장에서 연기예술학과 연극제작실습 공연 <무덤 없는 주검>이 무대에 올랐다. 이번 공연은 연기예술학과 내에서 창단된 극단인 ‘Playbox Theater’의 46번째 작품으로 김현희(연기) 교수가 연출을 맡았다.

프랑스 포로 '소르비에'역 유정하 학우와 대독 협력파 '크로셰'역 김석주 학우가 심문 장면을 연기중이다.
Ⓒ연기예술학과 제공

<무덤 없는 주검>은 프랑스의 사상가 ‘장 폴 사르트르’가 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였던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한 극으로 전쟁 중 잡혀들어온 포로들의 고뇌와 갈등을 다루고 있다. 작품은 주요 인물인 앙리, 뤼시, 소르비에 등이 대독 협력파에게 붙잡히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들은 레지스탕스의 일원으로 독일군에게 대항했으나 포로가 되어 잔혹한 고문과 모욕이 자행되는 가운데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끝까지 입을 다문 채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정보를 넘기는 대신 목숨을 지켜낼 것인가. 작품을 쓴 사르트르는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를 떠나 선택이라는 행위 자체를 조명한다. 이는 ‘실존은 본질에 선행한다’는 실존주의적 입장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인간은 삶을 살아가면서 그 속에서 싸우고 괴로워하며 점차 자기의 본질을 결정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사르트르는 인간의 본질은 자신의 선택으로 만들어진다고 주장한다. <무덤 없는 주검>의 인물들 또한 여러 갈등과 마주하며 끊임없이 번민한다. 대독 협력파의 고문과 학대에 막다른 골목에 도달한 이들은 스스로 선택하고 고민함을 통해 끝까지 정신적인 자유를 지켜내고자 노력한다.
작품을 연출한 김 교수는 “연극을 하는 사람으로서 세상에 어떤 메시지를 던질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며 “역사는 꼭 기억되어야 한다는 것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길 바란다는 두 가지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또한 “어려운 작품이다 보니 대내외에서 잘 공연되지 않는 작품인데 학교에서 시도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며 “많은 사람들에게 삶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기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