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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홀로'가 아닌 '스스로'의 노년을 위해
유하영 기자  |  melon0706@skku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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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9호] 승인 2016.11.15  00:2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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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벌게지도록 추운 날, 혜화역 1번 출구로 나서자 한 할아버지가 기자의 시야에 들어왔다. 검은 패딩으로 몸을 꽁꽁 싸매고 학생들에게 전단지를 건네는 그의 얼굴은 세월이 만든 주름살로 가득했다. 많은 이들이 한껏 웅크린 채, 추운 날씨에 떨리는 손으로 내민 전단지를 무심히 지나쳐 버렸다. 전단지를 받아 드는 기자에게 ‘고맙습니다’라고 짧은 인사를 건네며 고개를 숙이는 모습에서 그의 힘겨움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일러스트Ⅰ유은진 기자 qwertys@

심각한 노인문제

역 앞에서 기자가 본 것과 같이 우리는 일상 속에서 어려운 상황에 처한 노인들의 모습을 많이 접할 수 있다. 노인문제, 즉 기본적인 물질적 빈곤과 이로부터 비롯되는 정신적 빈곤 문제가 해결되어야 신노년문화의 완전한 정립도 가능하게 된다. 우리 학교 사회학과 김지범 교수는 “우리 사회의 노인들은 지금 ‘매슬로의 욕구 피라미드’의 가장 밑바닥(생리적 욕구)도 충족되지 않은 상태인데 신노년문화는 피라미드의 맨 위층인 자아실현 부분만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며 기본적인 노인문제가 해결되어야 신노년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노인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사회적 소외, 경제적 빈곤 등의 노인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 물질적 빈곤 문제
길에서 할머니 한 분이 폐지가 가득 든 손수레를 끌고 계셨다. 순간 균형을 잃으셨는지 손수레는 엎어지고 상자들과 폐지들이 길 위로 쏟아져 나왔다. 손이 불편해 보이시는 할머니를 도와 폐지들을 손수레에 담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균형을 맞추는 일이 어려웠다. 서둘러 담지 못하는 나에게 할머니는 역정을 내셨다. “여섯 시 반까지 고물상에 3000원 받으러 가야 하는데 늦으면 안 돼!” 
- 우리 학교 사회학과 김지범 교수의 일화를 각색함.

할머니는 여섯 시 반까지 폐지를 팔지 못하면 불편한 몸으로 무거운 손수레를 이끌고 다음날 다시 나와야 했기에 미숙한 도움의 손길에 역정을 내셨다. 이 할머니의 역정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노인들이 얼마나 경제적으로 고된 삶을 살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부족한 노인 일자리로 인해 1990년 대 중반부터 폐지 수거 노인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20년이 지난 지금은 보편적인 모습이 되었다. 폐지를 팔 때 1kg당 대략 50원 정도를 받는데, 이에 따르면 한 달에 20만 원 정도를 벌게 된다. 이는 일자리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적은 액수다. 
이들의 현실을 통해 알 수 있다시피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노인의 물질적 빈곤 문제가 심각하다. 2012년 통계청에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고령자 중 40.2%는 경제적 어려움을 가장 많이 겪고 있다고 밝혔다. 작년 OECD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49.6%가 *상대적 빈곤에 처해 있다. 또한 지난 1,2월 파산선고를 받은 1727명 중 60대 이상이 24.8%로 노인 빈곤이 심각해 노후 파산 상태에까지 이르렀다는 자료가 나오기도 했다.

# 정신적 빈곤 문제
어느 추운 겨울날, 공원을 산책하다가 나보다 훨씬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 한 분이 공원 벤치에 가만히 앉아계시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어떤 생각을 하고 계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초점 없는 두 눈을 하고 무력하게 앉아만 계시는 모습에 마음 한 구석이 아파왔다. 순간, ‘나도 저렇게 보일까’라는 생각에 두려움이 밀려왔다.   
- 영화 <철수의 행복한 데이트> 노인 감독 김유희(66) 씨의 일화를 각색함.

위의 일화처럼 무력감, 우울감, 그리고 그로부터 비롯되는 두려움 등 정신적 빈곤 문제를 겪고 있는 노인들이 많다. 2014년 한국 노년학회의 학술지 ‘한국노년학’에 게재된 「노인빈곤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고용상태의 조절효과 검증」은 노년기에 흔히 발생하는 심리적 부적응 현상으로 △불안장애 △성격장애 △우울증 등을 얘기한다. 이 중 노인의 대표적인 정신건강 문제로 꼽을 수 있는 우울감은 현재 우리 사회의 많은 노인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우울감은 사회문제인 노인자살과 큰 관련이 있기도 하다. 작년 OECD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 자살률은 OECD 평균치의 5배(65세~74세), 8.3배(75세 이상)라고 한다. 지난달 18일 한국 보건사회 연구원의 ‘노년기의 사회, 심리적 불안과 정신건강’ 보고서에 의하면 노인 1055명 중 10.3%가 ‘지난 1년 간 자살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이러한 우울증, 자살과 같은 정신적 빈곤문제는 물질적 빈곤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지난 7월 사회복지정책 학회지의 「물질적 결핍과 노인의 정신건강에 대한 종단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들은 물질적 결핍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로 인해 우울증, 자살 등의 노인 문제가 늘고 있다고 한다.

노인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

# 사회적 노력
노인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회 전반의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 지방행정연구원에서 발행한 <지방자치단체의 노인복지 서비스>에 따르면 노후 문제는 개인적 차원에서만 처리하기에는 어려운 사회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국가적 차원에서의 노력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실제로 우리 사회는 노후의 어려움을 보완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 왔다. 보건복지부는 2007년부터 기초노령연금제도를 시행했고 2014년 7월부터는 이를 변경해 만 65세 이상의 소득 하위 70%의 노인을 돕기 위한 제도인 기초연금제도를 시행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기초연금제도는 그 기준에 혼란이 있다. 지난 8월 말, 4만 7000여 명의 노인이 592억 원을 반환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 기초 연금 제도의 변경 사항을 바꾸지 못해 기초연금을 받으면 안 되거나 일부만 받아야 하는 퇴직 공무원들에게 잘못 지급한 것이다. 행정 실수로 인해 환수 대상이 된 노인들 중에는 기초생활수급자, 파산자들이 더러 존재했다. 노인의 빈곤문제 해결을 위해 시행된 제도가 오히려 노인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준 것이다. 따라서 많은 전문가들은 더 정확하고 철저한 정책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노인들의 심리적인 문제도 사회적 차원에서 어루만져 주어야 한다.「노인빈곤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고용상태의 조절효과 검증」은 빈곤노인의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노인일자리 사업 확대, 고령자 직업훈련, 노인고용촉진 장려금 지원 등의 정책들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 개인적 노력
사회적 차원에서의 문제 해결과 함께 지금 당장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찾는 것도 필요하다. 김 교수는 자신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문제에 더 관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노인문제에 대한 대학생들의 낮은 관심은 이해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인생은 분절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연결되어 있는 것”이라며 대학생들도 노인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함을 강조했다. 대학생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노력으로는 대표적으로 포털 사이트의 기부 프로그램들이 있다. Daum의 ‘스토리 펀딩’과 네이버의 ‘해피빈’에서는 후원금을 통해 독거노인을 도울 수 있고 노인들의 생계지원, 여가활동 등 노인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처럼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노력에는 기부 캠페인 회사 마르코로호(Marco Roho)도 있다. 청년 대표 신봉국 씨와 신은숙 씨 남매는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 1위, 노인 자살률 1위’라는 뉴스를 접하고 나서 노인들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마르코로호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윤리적 소비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마르코로호에서는 할머니들을 위해 두 가지 캠페인이 진행되었다. 첫 번째 캠페인 [Bracelets made by Grandmother]은 노인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한 것으로, 노인들이 직접 제작한 팔찌를 판매하는 활동이다. 거동이 불편하신 할머니들을 위해 직접 자택으로 찾아뵈어 팔찌 제작 교육을 하고 수작업을 통해 완성된 팔찌를 받아오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 캠페인으로 지난 1년 동안 할머니 16분께 직업을 선물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왔고, 수익금 중 일부를 독거노인생활지원에 기부했다고 한다.
마르코로호에서 진행된 두 번째 캠페인은 할머니들의 사회적 소외현상 해결을 위한 [Lovely Granny: 사랑스러운 할머니]이다. ‘Lovely Granny’ 자수를 놓은 맨투맨 티셔츠와 볼캡을 판매하고 할머니의 화보 촬영을 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사랑스러운 할머니의 모습을 알려 할머니들께 따뜻한 시선을 돌려드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매출액의 5%는 노인 소외 문제를 포함해 각종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투자한다. 누구나 마르코로호 홈페이지에서 반지, 팔찌, 볼캡 그리고 맨투맨 티셔츠를 구매하며 노인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
   
할머니가 마르코로호의 'Lovely Granny' 맨투맨 제품을 입고 촬영한 화보
ⓒ마르코로호 페이스북 페이지 사진 캡쳐

   
할머니가 직접 팔찌를 만들고 있다.
ⓒ마르코로호 페이스북 페이지 동영상 캡쳐

모두 행복한 노년을 즐기려면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세상’, 마르코로호가 궁극적으로 꿈꾸는 세상이다. 우리의 미래가 될 노년기를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 그리고 개인적 차원 모두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 국가는 현재 사회에 필요한 정책을 철저히 마련해야 하고 개인은 자신이 쉽게 할 수 있는 노력부터 차근히 해 나가야 한다. 이렇게 다양한 노력들을 통해 현재 심각한 노인문제를 해소하면 비로소 우리 모두가 웃음 가득한 노년의 삶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주체성을 갖춘, 행복한 신노년층의 일상이 모든 노인의 일상이 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기사도우미

◇상대적 빈곤=OECD의 기준에 따라 중위 소득의 50%를 상대적 빈곤선으로 설정하여 그에 미달하면 상대적 빈곤층으로 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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