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엔
새로운 항로가 필요해요
어디로 나아갈지 어떻게 나아갈지
같이 만들어가요

돈보다 생명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편리를 위해 너무 많은 걸 잃지는 않기
태양과 바람의 나라로 항해를 시작하자

탈핵하자 너와 나 모두의 안전을 향해
상상하자 너와 나 모두의 행복을 향해
노래하자 평화를 향해서 노래하자
                             - 하자, <항해>

한국 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파면된 후 맞는 첫 토요일인 3월 11일, 나는 ‘탄핵탈핵테크노퍼레이드(이하 ‘탄탈테’) 나비 행진’에 참여했다. ‘탄탈테’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6주기를 맞아 “탄핵 다음엔 탈핵”, “WE DO TAL HAEK AND DANCE”라는 키워드로 열린 개성 넘치는 행진이었다. 스토리가 있어서, 맨 앞쪽에는 핵발전소와 핵폐기물을 형상화한 커다란 조형물이 나섰고 그 뒤로는 핵발전소 노동자들, 피폭자들, 그들에게 드리워진 죽음을 의미하는 해골들이 뒤따랐다. 바로 뒤부터는 분위기가 바뀌어 평화를 상징하는 색색의 나비들이 줄을 지었다. 그 외에도 망각수를 뿌리는 망각 대왕, 밀양 송전탑, 인간과 함께 어울려 살기를 원하는 삼두매, 나무 정령, 황새, 돌고래 등이 함께했다. 나는 그 중에서 해골 역할을 맡아, 거리 위 우리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상자로 만든 해골 인형을 흔들며 겁을 주었다.
한국에서는 잘 기억되지 않지만, 3월 11일은 일본 후쿠시마에서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날이다. 결코 남의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노후 원전은 여전히 가동 중이며 정부는 그 위험성과 폐쇄에 대해 고민하기는커녕 새로운 원전을 증축할 계획만을 세우고 있다. 국가, 수도권(서울), 대기업의 발전을 위해 어딘가는, 누군가는 희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그러한 성장주의를 앞세워 원전 유치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겐 줄곧 지역 이기주의라는 프레임을 덧씌워왔다. 빛깔 좋은 ‘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수많은 사람들의 안전과 생명, 삶의 평화는 사치로 여겨졌다. 과연 우리는 끊임없이 성장해야만 행복할까.
어제 광화문 광장에서 울려퍼진 ‘항해’라는 노래는 ‘새로운 항로’로서 ‘탈핵하자’고 이야기했다. ‘너와 나 모두의 행복을 향해 상상하자’고 했다. 20주라는 짧지 않은 시간, 함께 거리에 나섰던 우리는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 같던 무소불위의 권력을 파면시켰다. 탄핵 이후 사저로 이동하는 불명예스러운 장면마저도 무한한 환호 속에서 환하게 웃는 사진 한 컷으로 남기게 둔 것은 화가 나지만, 우리는 촛불 혁명의 과정에서 분명 변화의 가능성을 보았고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집회에 나가는 사람이면 ‘테러리스트’가 되고 ‘종북’이 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매주 열리는 토요 집회가 다 같이 향유하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더욱 다양한 의제에 대한 소수자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퍼지는 광장을 기대한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듯 이제 시작일 테다. 탈핵하자, 상상하자, 노래하자.

노서영(국문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