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과학수사학과 노명선 교수

기자명 김준호 기자 (john447@skkuw.com)

이번 학기 우리 학교 일반대학원 인문사회계열에 과학수사학과가 신설됐다. 일반적으로 과학수사라고 하면 <CSI>와 같은 범죄 수사물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CSI>는 ‘Crime Scene Investigation’, 즉 사건 현장에 관련된 것만을 소재로 한다. 그 자체로는 과학수사를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과학수사학과 대표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노명선 교수를 만나 과학수사학과의 상세한 정보와 함께 앞으로 변화할 과학수사에 대한 의견을 들어 봤다.

과학수사학과 대표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노 교수.

학과에 대한 정보가 없는 학우들이 많다. 간단히 소개한다면.

과학수사란 다방면의 분야를 통해 범인을 식별하고 범죄 구성 요건을 파악하는 활동이다. 생활 속에 존재하는 과학적 법칙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광범위한 분야이며 실제로 그 종류와 방법이 다양하다. 과학수사학과는 이러한 것들을 학문으로 체계화하고 과학적 *사실인정에 관한 이론을 수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법적 기준에 맞는 수사 방법을 만들고 그에 걸맞은 인재를 양성해 나갈 계획이다.

일반대학원 인문사회계열에 과학수사학과가 속하게 된 이유는.

과학적 자료와 기술들이 법정에서 증거로 효력을 얻기 위해서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법정에 증거로 제출될 과학적 요소들은 크게 두 가지 방식을 통해 선정된다. 먼저 전문가의 감정을 통하는 방식이 있다. 현장에서 수집된 과학적 자료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증거로서 효력이 발생하도록 한다. 다른 하나는 수사관이 직접 증거를 수집하는 방식이다. 이때, 수사법에 기초해 적합한 수사 절차와 방식을 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과학수사학과가 인문사회계열, 특히 법과대학(이하 법대)에 속하게 된 이유는 우선순위를 과학 기술과 적법한 수사 절차 중 후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적법한 절차를 통한 증거 수집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수사법에 능통한 법대에서 주관하는 것이 낫지 않겠나.

자세한 커리큘럼에 대해 설명해 달라.

크게 △디지털포렌식 △법과학 △법안전의 세 분야로 구성된다. 디지털포렌식은 범죄와 관련된 디지털 정보를 수집, 이동, 해독, 보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디지털 정보는 증거로 활용되기 까다로우므로 수사관은 네트워크나 데이터베이스, 디지털 구조, 프로그램 등에 익숙해야 함은 물론이고 수사법의 절차와 방식에도 능통해야 한다. 법과학은 다양한 분야의 기술들과 과학 법칙들을 바탕으로 마약ㆍ마취물질 분석, 생물 감식, DNA 분석 등을 해내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각자 학부생 때 전공한 학문과 법을 연계해 자신의 전공을 개발할 수 있는 분야이다. 법안전은 건물 안전이나 교통, 화재 등과 같은 분야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특히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사고를 방지하고 그 규모가 최소화되도록 한다. 다른 커리큘럼들에 비해 기술적 측면이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

과학수사가 활발해질 때의 장점은 무엇인가.

교수로 재직하기 전에 검사로서 20년 정도 근무했다. 검사 업무를 담당하면서 사람의 진술에만 의존하여 수사하는 경우를 봤다. 자칫하면 고문, 밤샘 조사 등의 인권 침해적 수사가 진행될 수 있는데, 이를 방지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과학적 단서를 찾아내 증거로 활용하는 것이다. 과학수사를 학문적으로 체계화해 실제 현장에 응용하면 보다 효율적인 수사가 가능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과학수사 현황과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떤가.

지금까지 과학수사 인력은 수사기관에서 필요할 때 해당 분야의 전문 인력을 선발하고 직무 교육을 통해 양성해 왔다. 그러다 보니 주로 감이나 경험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고 수사가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에 연구나 통계자료 등이 충분히 남아있지 않다. 또한 관련 기술의 개발을 주도하고 관리하는 곳이 없어 기술의 활용이 어려웠다. 앞으로는 전문 인력의 체계적인 육성과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더불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력해 연구하고 그 결과물을 실제 사건에 적용해 나가야 한다.

과학수사학과의 출현이 기존 과학수사에 미칠 영향은.

일반대학원은 특수대학원에 비해 논문을 많이 발표한다. 과학수사학과가 일반대학원에 속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다량의 논문을 써내기 위함이다. 올해는 많지 않겠지만, 내년부터 논문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논문이란 체계적이고 이론적인 연구 분석이므로 현장에서 응용한다면 다양한 기술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없었던 과학수사학 석·박사가 배출되므로 그들이 실무자로서 일하게 됐을 때 과학적 증거들에 대한 신빙성을 더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과학수사학과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해주실 말씀이 있다면.

수사학과라고 해서 진로가 수사기관의 수사관과 조사관 등에 한정돼 있는 것이 아니다. 민간 기업의 감사, 업무 적정성 판단, 회계 감식 등에도 열려 있으며 전망이 밝고 수요가 굉장히 많은 분야이다. 과학수사학은 일반적 과학 법칙이 응용되는 학문이므로 어렵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본인의 전공을 충분히 공부하고 그 전공이 사실인정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고민해 본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기사도우미

◇사실인정=재판의 기초가 되는 사실의 존재 여부에 관한 법원의 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