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나는 평소처럼 “카페라떼, Grande 사이즈, 헤이즐넛 시럽 추가해주세요”라고 말했다. 몇 분 뒤, “복세편살(‘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 고객님! 주문하신 카페라떼 나왔습니다!” 다급하게 계단을 내려가 음료를 본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다. ‘뜨거운’ 음료였다. 나는 정말, 정말, 정말 뜨거운 음료를 마시지 않는다. 이유 없이 항상 차가운 음료만을 고집해왔고 그것이 나에게 습관으로 굳어졌다. 나에게 뜨거운 건지 차가운 건지 물어보지 않은 직원에게 책임을 묻고 싶었지만 우선 말하지 않은 내 잘못이 더 큰 것 같았기에 ‘나’에게 화가 났다. 그리고 돈을 내고 샀으니 이것을 마셔야 한다는 이 상황 때문에 너무 짜증이 났다. 이런 사소한 것에 그렇게 화가 나냐고,  오버하는 것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다. 그 ‘사소함’, 별거 아닌 작은 것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 짧은 십여 분의 순간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속이 꽉 막힌 듯이 답답한 신체적 변화까지 느낄 만큼 말이다. 그런데 잠시 후,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나의 분노에 대한 한심한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너 뭐 이런 걸로 그렇게 분해? 이미 벌어진 일인데 어쩌겠어. 그냥 눈 한 번 딱 감고 마셔 봐.’ 못 이기는 척 한 모금 마신 뒤, 방금 전까지 나던 열이 눈 녹듯 사그라졌다. 생각보다 너무 맛있다! 차가운 것보다 달달함이 더 느껴지고, 깊은 맛이 났다. 만감이 교차했다. ‘아, 지금까지 내가 왜 이렇게 맛있는 것을 안 먹고 피했지?’ 이런 후회들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러면서 하나의 생각이 또 뒤통수를 후려쳤다. 나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들을 그저 싫다는 이유로 무시하고 피해 다녔는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이유 없이 싫어했는가? 나는 지금껏 참으로 그냥 싫은 것들이 많았다. 사실 경험해 본 적도 없는데 나 자신에게 ‘너는 이걸 싫어하는 사람이야’라고 세뇌시켰다. 인간관계에서 또한 별다르지 않았다. 뭔가 처음 느낌이 별로인 사람이랑은 친해지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고 데면데면하게 지내왔다. 어쩌면 나랑 찰떡궁합일 수도 있는 사람인데 말이다. 그 순간부터 나에게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
나를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 내게 큰 의지가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을 이유 없이 무시해왔다면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항상 나는 나의 외로움에 타인을 붙여가며 변명해오기 바빴다. 나는 진짜 노력하는데 안 되는 거라고. 이제 생각해보니 내가 먼저 피하면서 이야기 한 마디조차 걸지 않았다. 앞으로는 어떤 이든, 어떤 것이든 겪어보고 말하리라 다짐했다. 나에게든 세상 어떤 것들에게든 기회를 주는 것이 목표 달성의 출발일 것이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들은 나와 같은 실수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냥 첫인상이 좋지 않아서, 남에게 험담을 들어서 등등 많은 이유로 경험해보지 않고 지나쳐버린 것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면 나와 같이 바꿔보자. 모든 변화의 시작은 나의 변화니까.

이사라(유동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