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준호 기자 (john447@skkuw.com)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이하 KUSF)가 직전 2개 학기 학점 평균이 C 성적 미만인 대학생 선수들에게 KUSF 주관 대회 출전을 금지하는 처분을 내렸다. 이는 대학스포츠 운영 규정 제25조(학점 관리와 불이익 처분) 1항 ‘학생선수는 직전 2개 학기 학점 평균이 C0 이상을 취득하여야 협의회가 주최주관 또는 승인하는 각종 대회의 모든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에 따른 조치이며, 이번 학기부터 공식적으로 시행됐다.

이 규정은 대학생 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국내 대학 스포츠 구조상 졸업 후 프로에 진출하는 몇몇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운동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힘든 경우가 있으므로 대학생 선수들에게 학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조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행 직후에는 이 제도의 법적 효력 여부와 학생 선수 권익 침해의 이유로 대학 축구부 소속 선수의 가족들이 KUSF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반발이 있었다. 또한 해당 규정이 KUSF 회원 대학에만 적용돼 형평성의 논란을 안은 채 실시됐다.

규정이 시행된 후 몇몇 대학의 스포츠팀과 선수들은 경기 출전에 제약을 받게 됐다. KUSF가 주관하는 △농구 △배구 △축구 △핸드볼 대학 리그에서 회원 대학 소속 선수들 1480명 가운데 102명의 선수가 리그에 출전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종목별로는 △농구 7명 △배구 4명 △축구 89명 △핸드볼 2명으로 축구 종목의 선수들이 가장 많이 출전 기회를 잃었다. 특히 연세대 축구팀의 경우, 규정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선수가 전체 28명 중 14명으로 절반에 이르렀다. 따라서 정상적인 리그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해 2017 U리그에 출전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 외에도 학점 미달 선수가 5명인 동아대와 8명인 대구대 축구팀이 전력 이탈로 인해 리그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우리 학교는 핸드볼을 제외한 세 개 종목의 KUSF 주관 리그에 참가하고 있다. 농구부(감독 김상준)와 배구부(감독 신선호)는 규정 학점에 미달한 선수가 없어 본래 전력으로 리그에 참가할 수 있었으나, 축구부(감독대행 홍복표)의 경우 8명의 선수가 기준에 부합하지 못해 이 선수들을 제외한 채 이번 U리그에 출전했다. 이에 대해 홍 감독대행은 “이번 리그에서 제외된 8명의 선수는 선발진에 꾸준히 들어갔던 주전급 선수들”이라며 “전력에 손실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선수들이 중·고등학생 때부터 체계적으로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는 시스템이 선행되었더라면 더 나은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규정 시행은 전력에 손실을 가져올 수도 있지만 긍정적인 영향도 기대할 수 있다. 신 감독은 “이 규정으로 인해 선수들이 운동에만 신경 쓰기보다는 기본적인 학업이나 학점, 교우 관계를 관리할 수 있게 된 상황”이라고 언급하며 “선수들에게 대학생으로서 학교생활에 신경 쓸 것을 독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 감독대행은 출전 금지된 선수들은 많이 아쉽겠지만 출전 기회가 많이 없던 선수들은 이로써 경기에 참가할 기회를 얻게 됐다는 점에서 수확도 있었다고 밝혔다.

다음 학기에도 계속해서 시행될 본 규정에 관해 신 감독은 수업 참여를 독려함과 동시에 선수들의 책임감 역시 강조해 지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 감독대행 역시 다음 학기를 대비해 선수들의 학점 관리에 크게 신경 쓰고 있다며, 전력 운영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