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촌사람들 - 이재인 씨

기자명 우성곤 기자 (hlnsg77@skkuw.com)

바야흐로 카페 전국시대다. 하룻밤에 수많은 카페가 피고 진다. 더욱이 유동성이 큰 젊은 층이 주 고객인 우리 학교 주변 카페 시장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 4년 반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인사캠 정문 앞 숨겨진 골목 카페 ‘8과 1/2’을 지켜온 이재인 씨를 만났다.

카페 ‘8과 1/2’에서 손님이 책을 읽고 있다.

인사캠 정문을 걸어 나와 왼쪽 골목으로 고개를 돌리자 ‘8과 1/2’이라는 동그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카페가 있는 지하로 내려가자 유난히 더웠던 날씨 때문인지 내부가 더욱 시원했다. 카페에서 한창 파스타를 요리하던 이 씨는 인터뷰를 요청하는 기자를 어리둥절한 웃음으로 맞으며 자리로 안내했다. 주문한 커피 밀크셰이크를 내어주는 그에게 카페 이름의 뜻을 물었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 이름입니다. 한창 영화 공부를 하던 때가 있었거든요. 이 영화는 영화 공부할 때 정석처럼 여겨지는 영화예요. 자연스럽게 저도 좋아하게 되었죠.” 그는 처음 카페를 낼 때 영상작업실과 카페를 겸하는 공간을 계획했다. “원래 주류 문화보다 비주류 문화에 관심이 많았어요. 예술 영화에 기여하려는 목적이 있기도 했고.” 그래서 처음 카페의 모습은 지금처럼 따뜻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작업실보다는 카페에 중점을 두며 내부를 꾸미기 시작했다. 그가 직접 인테리어를 도맡은 카페에서는 그만의 개성이 물씬 풍겼다. 카페 벽면에는 책장이 붙어있었고 파우스트를 비롯한 고전 전집부터 영화에 대한 학술서까지 다양한 책들로 가득했다. 그는 대학 시절 책 속에 파묻히기 좋아했던 학생이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책들을 위주로 카페를 채웠다고 설명했다.

“카페를 찾아주던 성대 국문과 학생들이 제가 책 좋아하는 걸 알고는 자신들이 진행하는 책 소개 팟캐스트에 저를 초대해주기도 했죠.” 그는 카페를 찾는 우리 학교 학우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최근 들어 재즈 동아리 그루브에서 자주 찾아와요. 어떤 날은 그루브의 아지트가 되기도 하죠. 이번 공연에도 초대해줘서 잘 보고 왔습니다.” 4년 반이라는 긴 시간을 지켜온 만큼 카페를 찾아주는 단골들도 많다. 그가 들려주는 에피소드에서 학우들에 대한 애정도 엿볼 수 있었다. “성대 앞에서 카페와 함께 짧지 않은 시간을 보내며 성대생들의 사랑과 우정, 이별을 함께 했어요. 하지만 저는 항상 알아도 모르는 척 몰라도 모르는 척했습니다(웃음).” 

 

그가 잠시 다른 손님이 주문한 크림 파스타를 요리하러 자리를 비운 사이, 그가 내어온 밀크셰이크를 마시며 카페를 다시 한 번 둘러보았다. 잠시 후 그는 손님들에게 음식과 함께 농담을 건네며 그들 옆에서 편하게 일상의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카페를 찾는 누구나 환대의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그의 말이 새삼스레 다시 떠올랐다.

그는 앞으로 별다를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바라는 것이라면 ‘8과 1/2’이 단골들과 새로운 얼굴들이 편하게 쉬어갈 수 있는 카페로 오래 남아있는 것이라고 했다. “저희 카페를 찾아주시는 분들이 ‘내일도 팔 반(8과 1/2)이 남아 있어야 할 텐데’라고 걱정하세요. 저도 하루하루 무사히 보내며 그분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그때 한 손님이 들어왔다. 자신을 기다리던 일행에게 인사를 한 그는 곧바로 이 씨를 찾아 반갑게 안부를 물었다. 그와 이 씨의 즐거운 대화가 시작되었다. 오랜 시간동안 사람들이 그의 까페를 찾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